'韓 온라인 게임, 바뀌어야 산다' [2부] 요금제 다변화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태동한지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시선도 낯설음에서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게임이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가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업계는 확장 일변도에 섰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을 만큼 커졌다. 최근에는 엠게임, 조이맥스 등이 코스닥 예비 심사에 통과했고,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최근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넘는 초강세를 보이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 전체가 다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업계가 장밋빛 미래만 예측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온'을 제외하면 근 3~4년 동안 이렇다 할만큼 성공한 신작 게임이 없었고, 지금도 중소 개발사들은 불황을 체감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장기 적인 진흥정책과 개선 방향이 대두되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 어떻게 발전하고 바뀌어 가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까. 본지에서 살펴봤다. 두 번째 주제는 요금제 다변화다.

경직된 한국 온라인 게임 요금제

10여년 전 처음 온라인 게임이 태동했을 때, 요금제는 정액제였다.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PC통신이나 이러한 PC 통신에서 서비스되었던 머드 게임 등의 1세대 통신 이용자들이 즐기던 콘텐츠들이 대부분 정액제였기 때문에 그 계보를 이었던 온라인 게임도 자연스럽게 정액제가 채택됐다.

그렇게 정액제로 온라인 게임이 진행된 이후 5년 정도가 지나자 부분 유료화라는 새로운 과금 개념이 나왔다. 게임은 무료로 이용하되 게임 내에 유료 콘텐츠들을 이용할 수 있는 이 방식은 트렌드가 되어 게임 업계에 급속도로 번져갔고, 이후 온라인 게임은 정액제냐 부분 유료화냐의 2개 과금 체계로 굳어졌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과금 체계가 정액제와 부분유료화 두 가지 방식으로 고착화된 것은 게이머들에게도 개발사에게도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정액제의 경우 바쁜 사회 생활 속에 일주일에 몇 시간 밖에 접속하지 못하는 직장인 게이머들이나 학생들은 즐기기에 버거웠다. 불과 몇시간을 즐기기 위해 한달 요금을 그대로 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분 유료화 요금제도 무료 게임만 찾아 다니는 '메뚜기 족'을 양산했고, 예의없게 게임을 즐기다 튀는 게이머들 때문에 건전한 게이머들까지 게임에 싫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부분 유료화는 '적당히 만들어서 일단 서비스하고 보자'는 식의, '나몰라' 게임들이 생겨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체적인 온라인 게임의 하향 평준화 처럼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임들이 난립하게 된 것이다.

다른 IT분야, 다채로운 요금제 출시

이렇게 게임기 경직된 과금 체계 속에서 신음하는 반면 다른 IT 분야는 예전부터 다양한 요금제로 고객들의 다양성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3사(SKT, KTF, LGT)의 요금제를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전화 최적요금제 조회 서비스(010/ktoa.or.kr)를 통해 확인하면 요금제는 132개 이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학생들을 위한 특화 요금제, 직장인을 위한 요금제, 커플을 위한 요금제 등 수많은 요금제 중에서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면 된다.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현재 케이블TV는 방송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기본형, 경제형, 보급형 등 각 사별로 4~5개의 요금제가 있다. 72개 채널을 보는 기본형부터 61개 채널만 신청하는 경제형, 30개 채널만 신청하는 보급형 등 선택 폭이 넓다. 또 몇 가지 유료 채널을 통해 돈을 더 주면 상영하고 있는 영화나 성인방송 들도 선택해 시청할 수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IPTV 등 디지털TV 방송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들 이동전화 요금제나 케이블TV, 디지털TV의 요금제를 잘 살펴보면 게임 과금체계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에서 적용되고 있는 정액제와 부분 유료화 방식이 적절히 혼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고객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서비스사에게도 충분한 수익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산업 발전 핵심과제, 다양한 과금체계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다양한 요금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시리즈에 다양한 과금제를 만들어내고 '아이온'에 월 300시간이라는 종량제를 도입해 이슈가 된 바 있다. 모바일 게임 분야도 정액요금(3천원)에 부분 유료화를 혼합하는 방식을 도입해 시장 활력의 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 정액제 요금에 부분 유료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여전히 게이머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IT 분야는 괜찮지만, 유독 게임의 정액제는 무조건 부분 유료화가 없어야 하고, 부분 유료화 게임은 일단 무료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정액제 게임 중 하나인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부분 유료화 콘텐츠가 들어간다는 소문이 돌자 마자 게시판에 욕설이 난무하는 등 게이머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혔으며,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도 이 방식을 도입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정액제에 부분 유료화를 추진하는 방식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업계에서도 선택적인 요금제가 게임업계에 계속 확충되어야 게이머들의 선택할 권리가 지켜지고, 무료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질나쁜 게임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비용을 내고 즐겨도 아깝지 않을, 좋은 게임들이 등장해 게임시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의 정액 비용이 아주 낮아서 초반 게이머들의 게임 진입의 문턱을 대폭 낮추어야 하는 전제가 있고, 게임내에 다양한 방식의 과금제를 도입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게이머들의 원성도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3년간 정체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과 게임들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 다양한 요금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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