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4,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전설

지난 2008년 여름, 대전격투 게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이하 스파)시리즈의 최신작, 스파 4가 아케이드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반 년 정도가 지난 2009년 2월 12일, XBOX360과 PS3로도 스파 4가 등장했다. 가정용만의 추가 요소와 한글화 작업까지 거쳐서 등장한 스파 4는 과연 전작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콘솔 버전은 아케이드 버전에 비해서 어떤 점이 추가됐는지를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

---|---

* 2D의 감각을 3D로 표현한 대전액션

이번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로 화려한 시각효과를 들 수 있다. 게임이 아케이드에 등장하기 전에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보여준 류와 켄의 주먹이 교차할 때마다 마치 먹물이 튀는 듯한 감각적인 장면을 기억하시는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그 이후로 많은 영상물에서 이 기법을 차용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픽이나 각종 이펙트에서도 이런 감각을 찾을 수 있다. 선 굵게 묘사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액션과 어우러져서 더욱 시원시원한 느낌을 전한다. 특히 3D로 표현되는 만큼 기술 사용 시에 보여지는 각종 특수효과는 그동안 등장한 스파 시리즈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공격에 맞을 때마다 변하는 캐릭터들의 표정도 과장됐지만 상당히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

---|---

* 간단한 조작으로 깊이 있는 대전이 가능한 시스템

근래에 등장하는 대전 게임들은 캐릭터마다 구비된 기술의 종류도 다양하며, 커맨드도 상당히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대전액션 게임들은 슈팅 게임이나 리듬액션 게임에 못지않게 상당히 마니악한 장르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파 4는 단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한 조작법을 갖추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파 3에서 심도 깊은 심리전을 펼칠 수 있게 했던 블록킹 시스템이 사라진 대신, 세이빙 어택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했다. 사용이 까다로웠던 블록킹 시스템과는 달리 세이빙 어택 시스템은 중P +중K를 동시에 누르면 발동하는 쉬운 조작법을 갖추고 있다

세이빙 어택을 발동하게 되면 화면 하단의 EX 게이지 한 칸을 소모함과 동시에 상대의 공격 한 방을 몸으로 견뎌내며 상대에게 카운터로 공격을 하는 시스템으로 버튼을 얼마나 오래 누르고 있냐에 따라 3단계에 걸쳐 성능이 변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을 단 한 방만 버텨낼 수 있기에 연타 공격을 당하게 되면 세이빙 어택이 무효가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

세이빙 어택이 히트한 직후에 앞이나 뒤로 대쉬를 입력하면 세이빙 어택의 동작이 취소되며 이동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서 공격을 받아 경직 상태에 빠진 상대방에게 다시 한 번 필살기나 초필살기를 명중시킬 수 있다.

또한, 초필살기 개념이었던 기존의 슈퍼콤보 시스템에 울트라 콤보 시스템도 추가됐다. 울트라 콤보 게이지가 일정량 이상 모이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화려한 연출과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게이머들이 대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한글화를 비롯한 콘솔 버전만의 특전이 가득한 게임

콘솔 버전과 아케이드 버전의 가장 큰 차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수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16 종류의 캐릭터를 고를 수 있었던 아케이드 버전과는 달리 콘솔 버전에서는 총 25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최초에는 16인만을 고를 수 있지만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숨겨진 캐릭터들을 꺼낼 수 있다.

혼자 연습을 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와, 캐릭터의 기본적인 기술부터 사용하기 어려운 연속기까지 게임을 즐기면서 익힐 수 있는 챌린지 모드까지 콘솔 버전만의 특전을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어서 게임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한국에 정식 발매된 콘솔 버전의 특징이다. 프롤로그와 엔딩 영상의 대사도 모두 한글 자막이 포함되어 있어서 게임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게임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커맨드 리스트, 온라인 모드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칭호까지 모두 깔끔하게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다.

|

---|---

또한 일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의 음성을 캐릭터마다 게이머가 원하는 버전으로 옵션에서 설정 할 수 있는 것도 가정용만의 추가 요소다.

* 게임의 가치를 높여주는 잘 만들어진 온라인 대전 모드

또 하나의 콘솔 버전의 특전이라면 바로 네트워크를 이용한 온라인 대전을 꼽을 수 있다. 대전격투라는 장르 자체가 사람과 사람과의 대전이 주가 되는 게임이니만큼 온라인 대전은 대전격투에서 게임의 수명과 직결될 정도로 큰 의미를 가진 요소다. 그런 점에서 스파 4의 온라인 모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핑이 4, 5칸인 상대와는 아케이드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쾌적한 대전을 즐길 수 있으며 2, 3칸인 상대와도 무난히 대전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 매치는 랭킹 매치와 플레이어 매치로 나뉘어져 있다. 랭킹 매치는 플레이어의 승과 패가 점수로 환산되며, 플레이어 매치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유로운 대전을 즐길 수 있는 모드이다.

|

---|---

랙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스파 4의 온라인 모드는 기존의 대전액션들과 차별화가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파 4의 온라인 모드는 분명 기존의 대전액션과는 차별화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온라인 모드가 아니더라도 아케이드 모드를 즐기는 중에도 온라인을 통해 대전 상대가 난입을 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이 시스템으로 게이머는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중에 누군가가 동전을 넣고 난입을 해오는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옵션에서 아케이드 모드에서의 난입 유무를 설정할 수 있으므로 난입을 원하지 않는 게이머들도 안심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커스터마이징 요소의 부재에서 오는 아쉬움

스파 4는 아케이드의 인기 작품에 콘솔 버전 전용의 추가 요소를 더한 그야말로 원작을 뛰어넘는 이식을 한 게임이다. 하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근래에 등장하는 게임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없는 것이 그것이다.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 시리즈, 또는 '소울칼리버' 같은 최근에 큰 인기를 얻었던 3D 대전액션 게임들에서 알 수 있듯이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게임 이외의 재미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스파 4는 추가 파츠는 물론 캐릭터의 색상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고 있지 않다. 대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지만, 캐릭터를 꾸며서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분명히 아쉬운 요소다.

제작사 측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일본의 아케이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새로운 복장을 추후에 다운로드 컨텐츠(이하 DLC)로 판매하겠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DLC 판매를 위해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배제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드는 점이다.

|

---|---

또한 에필로그와 엔딩 영상으로 사용된 애니메이션 작화의 질이 그다지 높지 못한 점과 전반적으로 잘 이루어진 한글화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보이는 어색한 한글 번역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 아쉬운 점이다.

* '역시'라는 말이 어울리는 스파 시리즈의 최신작

아케이드 버전의 제작발표, 게임의 공개, 콘솔 버전의 정보 공개, 국내 정발 등의 모든 과정마다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게임답게 발매 이후,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 게이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그야말로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게이머들의 눈 앞에 그 실체를 드러낸 콘솔 버전 역시 게이머들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며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 라는 평가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대전액션이라는 장르를 유독 싫어하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간단한 대전을 즐기기를 원하는 게이머도, 심리전을 바탕으로 심오한 공방전을 펼치길 원하는 게이머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4'로 다시 한 번 대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을 어떨까?

|

---|---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