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를 韓美中日 알렸으니, 이제 성공할 차례’

사뭇 달라진 느낌에 놀랐다. 약 1년6개월 전에 인터뷰 당시 갔던 레드덕 사무실과 확실하게 달라졌기 때문. 많은 사람들이 일에만 집중하던 좁은 공간 대신, 6층으로 된 사옥과 편의를 중시한 여러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아마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게임즈 같은 대형 퍼블리셔가 옮겼다면, 더 거창해도 별로 놀라지 않았을텐데, 레드덕이라는 기대받던 중소 개발사의 변화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술에만 집중하는 개발사라는 느낌을 가지면서도 좀 더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마련했습니다. 덕분에 직원들도 좋아하고, 덩달아 아바 역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새롭게 바뀐 레드덕 사옥에서 송모헌 이사를 만날 수 있었다. 첫 인상은 흔히 생각하는 이사라는 직함보다는 젊은 개발자 같은 느낌이 강했다. 꽤 젊어 보이는 인상과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투, 레드덕이 가진 개발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스타 개발사요? 물론 감사는 드리지만, 아직 개발 능력에서 큰 인정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솔직히 돈 잘 버는 회사보다는 개발 능력만큼은 정말 뛰어난 개발사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합니다. 물론 저희 회사 역시 개발자들의 능력을 향상 시키고 기술력을 경험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죠"

송모헌 이사는 레드덕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은 개발자들의 개발력이라고 칭했다. 이런 개발력을 바탕으로 아바 하나로 잘된 회사가 아닌 개발력에서 국내 선도적인 능력을 가진 개발사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도 했다.

"이런 개발자들의 노력이 최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다행입니다. 일본 내 상용화를 진행 중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게임 시장 중국에 서비스를 준비 중, 그리고 FPS 게임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수출 계약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레드덕의 개발력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힌다는 것을 의미하죠"

2년전까지만 해도 게임 전문가들 및 같은 업계 종사자들은 아바의 수출 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보였다. 국내보다 인프라가 약한 해외 시장에서 아바라는 다소 무거운 게임이 성공하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사양의 문제는 아바가 국내 시장 내에서만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랬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2년 전 일이죠. 지금은 중국 및 미국, 일본의 시장 인프라 환경이 매우 개선됐습니다. 우리 게임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최적화를 이뤘죠. 둘 사이의 갭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다만 아직도 국내 게임 시장 내에서는 '아바는 사양이 높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송모헌 이사는 처음엔 다소 해외에서도 아바의 수입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중견 퍼블리셔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두텁게 하기 위해 아바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수출 계약도 아바의 의외성에 놀란 해외 업체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이루어졌다.

"물론 지금 이야기하는 거지만, 사실 벤처 개발사들이 겪는 '초기의 위험' 시기가 저희한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회사가 아찔했었죠. 개발자들의 의욕이 너무 앞서다보니, 2008년 상반기에는 회사가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죠"


'초기의 위험'이란 벤처 기업들이 회사가 잘되다보니,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갑작스럽게 재정이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송모헌 이사는 레드덕도 이런 시기가 있었고 다수의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씁쓸한 기억만 남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시기를 무사히 넘기면서 다시 안정세를 자리 잡았지만, 그때 회사의 불안감 때문에, 개발자들에게도 긴장감을 줄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아바 이후로 나온 공박과 찹스 온라인이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다소 미진한 반응을 받으면서 '아바 이후로는 별거 없는 개발사'로 보였죠. 이때 오히려 실패한 것에 대해 화를 내기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겸허하게 받아드렸습니다. 시장이 원했던 점과 게이머들이 바라는 점, 무엇 때문에 실패했을까는 분석했죠"

심사숙고 했던 2개의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송모헌 이사. 그는 이때부터 회사가 전형적인 모습을 자리잡게 됐고, 장기적인 사업 비전 및 플랜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끊임없이 게임 시장과 호흡하는 전략을 만들고, 회사의 정체성을 통일하는 과정. 송모헌 이사가 밝힌 '경험은 실력보다 중요하다'는 말의 이유였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네. 저희도 후속작을 개발 중입니다. 처음 말씀드리는 것 같네요. 이번 후속작은 저희가 가장 잘하는 FPS 게임입니다. 회사가 FPS 개발전문 스튜디오로 자리잡기 위해 다시 한번 FPS 선택했죠. 아마 기술력과 퀄리티 등 여러 부분에서 아바와 비교가 되지 않을 대단한 게임이 나올 것입니다"

신작 공개는 다소 의외였다. 송모헌 이사가 스스로 '올해는 레드덕의 수출 원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해 올해는 신작보다는 수출에만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작을 빠르면 올해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지금까지 나와 있는 FPS 게임과 비교해서 많은 부분이 다른, 하지만 FPS 게임의 본질, 그리고 대중성까지 모두 잡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올해 수출에 주력하는 것도 맞지만, 신작에 대한 노력이 없이는 회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 그리고 레드덕만의 기술력으로 아바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FPS 게임 시장 판도 변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올해는 수출도 하고, 개발 능력 인정 외에도 경제적인 성과도 이루겠다는 송모헌 이사. 다양한 해외 국가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저력을 보여주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둬 부족함이 없는, 그렇지만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갈구하는 개발사로 기억 남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송모헌 이사의 'FPS 게임 시장 외는 눈 돌리지 않는 FPS 전문 개발사가 될 것'이라는 말처럼 레드덕이 한결 같은,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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