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와 타이슨이 맞붙는다면?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4

'파나마의 철권' 로베르토 듀란,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 같은 과거의 명선수들과 '엔젤' 미구엘 코토, '슈거' 쉐인 모즐리 같은 현재의 선수들이 대결을 벌인다면? '맨체스터의 히트맨' 리키 해튼과 '팩맨' 매니 파퀴아오가 다시 만난다면? '이슈 메이커' 무하마드 알리와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전성기 기량으로 대결을 벌인다면?

이런 복싱 팬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꿈의 대결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EA 스포츠의 복싱 게임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4'(이하 파나4)가 그 주인공. 전작으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나 Xbox360과 PS3로 등장한 '파나4'는 보다 뛰어난 그래픽과 복싱 특유의 속도감과 타격감을 내세워 다시 한 번 게임 팬들에게 카운터 펀치와 같은 강력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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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 섬세해진 선수 묘사와 근육, 땀의 표현

"나뿐만 아니라 게임 속 선수들을 실제 선수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번 작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이크 타이슨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파나4를 두고 한 말이다. 게임 홍보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게임 그래픽을 보고나면 타이슨의 저런 발언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인물들의 모델링 수준이야 전작인 파나3에서도 칭찬을 받았던 점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한 단계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근육의 질감과 흐르는 땀의 묘사, 강펀치를 날릴 때 보여지는 근육의 움직임과 선수들의 얼굴 표정까지 묘사하고 있다. 선수 묘사에 비해 링 주변 관중이나 경기장 묘사가 부실했던 전작과는 달리 선수 이외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번 작품의 시각적 특징이다.

또한 이런 그래픽으로도 안정적인 프레임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도 장점. 프레임 그 자체가 게임의 재미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30 프레임의 움직임을 보여주던 전작보다 60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복서들을 조작하는 것이 게임을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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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현장감을 부여하는 요소 중 하나인 사운드 역시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주먹과 주먹이 상대에 닿을 때의 사운드는 조금은 밋밋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쉽지만, 상대에게 정확히 명중하거나 큰 충격을 주는 경우에는 조금은 과장된 소리가 상쾌한 타격감을 전해준다. 또한 게임 내내 들려오는 중계 역시 실제 권투 중계처럼 대사와 대사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경기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 자신의 리치를 계산해서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펀치를 날리자

이번 작품에서는 선수들의 팔 길이라는 요소가 경기 운영에 있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전반적으로 펀치의 속도가 상승하고 잽의 위력이 강해진 이번 작품의 특성과 팔 길이라는 요소가 맞물려 철저하게 아웃복싱으로 승부를 이끄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아웃복싱을 구현하기 위해 현대 복싱에서 아웃복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레이 로빈슨이 게임의 감수를 맡기도 했을 정도로 이번 작품은 선수와 선수 사이의 거리 개념을 구현하는 데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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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공방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탓에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진입 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의 좌, 우 주먹과 얼굴, 복부를 정확히 가드해서 상대의 빈틈을 만들어내는 패링 시스템이 사라졌기 때문에 회피 또는 방어와 동시에 상대의 빈틈을 찾는 것이 더더욱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링 시스템이 사라진 대신에 스웨이라는 동작이 새롭게 추가됐다. 상체를 숙이고 흔들며 상대를 향해 전진하는 동작인 스웨이를 사용하면 원거리에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상대방의 품 안으로 공격을 피하며 들어갈 수 있다. 이는 경기가 철저히 아웃복싱 위주로만 흘러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까이 붙은 선수를 두 팔로 밀어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푸쉬 개념의 도입, 스트레이트 펀치와 카운터 펀치의 위력 강화로 보다 실제 복싱과 흡사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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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하진 않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게임모드

파나4는 대전모드와 한 선수를 육성하며 경기를 치루는 레거시 모드, 온라인을 이용한 라이브 대전 모드와 각종 트레이닝 모드까지 스포츠 게임에서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다.

2단계의 체급 차이 내에서 자유롭게 선수를 선택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대전모드와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는 온라인 모드도 최대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게이머들이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홀리필드, 오스카 델 라 호야,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같은 몇몇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총 48명의 역대 최고의 복서들이 등장하는 선수 명단도 꽤나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여기에 2000년에 PS1으로 발매됐던 '마이크 타이슨 복싱' 이후 근 10년만에 게임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이크 타이슨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작품의 특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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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모드 역시 앞서 설명한 다른 모드와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선수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선수를 만들어 그 선수를 챔피언에 이르게 하는 레거시 모드는 체급을 올려 다체급 석권을 노릴 수 있도록 변경됐으며, 트레이닝의 종류도 종전의 3종류에서 6종류로 늘어나 체계적으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하지만 레거시 모드 진행 내내 일정 수립 - 훈련 - 경기의 순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지며, 전작에서 존재하던 라이벌과의 대립 같은 요소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

전작에 비해 새로운 동작이 추가되고 변경이 가해진 이번 작품의 조작법은 물론 레거시 모드에서 게이머들을 난관에 봉착하게 할 트레이닝 모드의 미니 게임들은 트레이닝 모드에서 배울 수 있다. 트레이닝 모드는 직접 선수를 조작하며 배우는 것은 물론, 영상으로 해당 동작을 배울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게이머가 보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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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다림을 만족시키는 게임

상대를 때려 눕힌다는 가장 원초적인 쾌감을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 할 수 있는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4는 뛰어난 그래픽, 실제와 같은 경기 운영, 약간은 과장스러운 타격감 등의 요소로 복싱이라는 종목을 게임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3 이후로 이렇다 할 복싱 게임의 맥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팬들의 상당한 기대를 받아온 작품이다. 오랜 시간동안 기대를 받아온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4. 확실히 오랜 기다림으로 답답했던 마음을 단 한 번에 KO 시킬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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