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경계선, ‘미루 온라인’에는 찾을 수 없다

가끔씩 한국과 일본의 팽팽한 정치 싸움이 나오면 너나할 것 없이 열부터 내는 것이 우리 한국 사람이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 독도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냉정과 열정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한다. 기자 역시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외교적 마찰 없이 한국과 일본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근데 이걸 게임으로 아주 쉽게 할 수 있다면, 굳이 내가 일본어를 몰라도, 상대방이 한국어를 몰라도 허심 탄하게 나눌 수 있다면, 왠지 조금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한국과 일본 사용자들이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채팅이나 메신저를 떠나서 같이 낚시도 즐기고, 서로의 패션을 보고 칭찬하고, 선물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게임 속에서 말입니다. '미루 온라인'은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휴가 중인 사람이 많아 다소 한산해 보이는 사무실에서 그레이트풀데이즈의 고요환 대표와 쿠모이 슌타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났다. 기자 맞은 편 자리에 앉은 그들의 모습은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아닌, 하나의 그룹, 동지처럼 보였다. 전혀 어색함이 없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인터뷰는 시작됐다.

"아주 자연스러운, 실제보다 더 편안 커뮤니티를 하게 만들자는 것이 '미루 온라인'의 모티브였습니다. 게임 속에 접속해 사람들과 대화를 즐기고, 친구를 만들고 그들과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들과 단순한 채팅이 아닌 그들과 감정을 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게임을 꼭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고요환 대표는 98년 KJ클럽을 만들고 한국인과 일본인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 한 일본인과 만나 지금의 사업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005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미루 온라인'은 2007년 일본 서비스까지 성공적으로 런칭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커뮤니티 기반 게임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점은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곳을 제공하고, 미니 게임이나 즐길 요소만 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가장 중요한 건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것입니다. '미루 온라인'은 미니 게임보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미루 온라인'은 기술적으로 재미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개발 초부터 유니코드화로 개발돼 전 세계 어떤 윈도우에서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 번역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대화를 통역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고요환 대표가 웹 번역 관련 사업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미루 온라인'은 기술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도 필요하고, 그들을 연결해줄 주제도 필요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기자님과 대화를 나눌 때처럼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많은 커뮤니티 게임은 대화의 시작보다는 자신의 공간이나, 미니 게임, 특히 상용화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미루 온라인'은 창모드만 지원한다. 웹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소소한 이야기나 스크린샷 등을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사에서 배려한 부분이다. 특히 일본 게이머들과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재 중 하나다. 이는 일본 게이머들도 마찬가지인 부분.

"게임 내 경계선이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만큼 '미루 온라인'은 국적을 떠나 그리고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나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죠. 심지어 운영자들도 그곳에서는 격식을 따지기 보다는 게이머들과 함께 행동하고, 게이머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의 어려움은 최소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쿠모이 슌타로 최고운영책임자는 '미루 온라인'의 특징은 일본 내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웹커뮤니티 게임들에 비해서도 매우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현재 웹커뮤니티 게임 시장의 성장은 물론, 많은 회원과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가를 넘어선 시스템이나 그래픽을 활용한 부분은 '미루 온라인' 뿐이라고.

"'미루 온라인'은 절반은 게임, 절반은 커뮤니티 입니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추가해 다양한 재미를 중 예정입니다. 특히 낚시 게임으로 '미루 온라인'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패밀리가 커플 등 커뮤니티를 대폭 강화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절대로 이 게임을 즐겨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는 쿠모이 슌타로 최고운영책임자의 말에 이어 고요환 대표 역시 게이머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금 당장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성향이 좀 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향후 게임과 커뮤니티 부분 모두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작은 행보지만, 좀 더 큰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미루 온라인'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실망 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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