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칼럼] 정부여 게임을 위해 무지(無知)하라

"게임산업, 수출액 40% 증가, 6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 달성"

얼마 전 문화부에서 발표한 게임 산업 분야 발표 내용이다. 이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국내 게임 수출은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의 경우 조선, 반도체 분야에 이어 한국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원가가 들지 않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10억 달러가 넘게 수출하고 있다니, 그리고 수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정말 한국에 맞는 미래의 먹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앞길이 창창한 장밋빛 길이라기 보다는 가시덩굴로 가득한 장미덩쿨 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게임의 주적'인 정부가 바로 걸림돌이다.

새로 정권이 바뀐 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강하게 게임 진흥을 강조하고, 게임산업협회 출범식에서도 문화부 고위층이 게임업계에 '고맙다'고 고개를 숙일 때 국내 게임업계는 또 다시 활짝 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 게임업계가 피부로 느낄만한 정부의 행보는 끔찍했다. 게임 심의료 10배 인상, 게임 전문 진흥원 통폐합, 셧다운제 시도, 월 이용 한도 30만원 제한 등등. 게임의 목을 죄는 갖가지 정책들이 쏟아졌다.

지금도 게임진흥원이 통폐합된 콘텐츠진흥원에 가면 중소 게임 개발사들을 위한 정책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예산은 늘었다는데 피부로 와닿는 진흥 정책은 없다. 직접 자금 지원은 아예 없어졌고, 두리뭉실한 절차만 있을 뿐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의 구성도 그렇다. 게임위는 게임을 심사하는 기관이지만 심사위원 중에 게임 전문가의 비중이 턱없이 적다. 당연히 '반 게임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는 '월 30만원 제한' 같은 월권 행위를 '정의의 이름'으로 마구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도 '반 게임 정서'가 더 큰 국민에게 국회의원들이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마구 정책을 내지른 탓이다. 게임을 진흥하겠다고 하면 인기가 떨어지고 규제하겠다고 하면 인기가 올라간다. 그러니 반 게임적인 정책이 쏟아질 수 밖에. 게임위가 전문성이 결여된 이유도, 현재 법적으로는 '바다이야기'가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도 무지(無知)한 국회의원들의 법제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재미난 것은 국회의원들이 온라인 게임을 연구하면 할 수록, 알면 알 수록 게임 규제의 수위는 올라갈 것이라 예상된다는 점이다. 몰라서 못 건드렸던 부분을 사정없이 물어 뜯을 수록 자신의 위치가 확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는 충분하다. '바다이야기'. 사행성이니 도박이니 말만 가져다 붙이면 된다. 게임과 도박을 분리하지않고 합쳐서 생각하는 국회의원들과 현 게임위. 게임 죽이기는 신나고 재미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부가 온라인 게임을 아예 모르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란다. 아예 몰라서 규제를 할 수 없었던 시절로. 말만 진흥이지, 계속 도박이라는 시선으로 매도하는 지금과 달리 그때 국내 게임업계는 행복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 분야는 이만큼이나 수출의 역군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없다. 그래서 지금의 애니메이션 분야처럼 팔다리가 다 잘리고, 고사 상태에 놓이게 될 온라인 게임업계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한숨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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