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과 현실의 벽을 허무는 게임 속 실제 풍경들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과 과거의 게임들을 비교한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단연 그래픽이다. 점과 선 등으로 표현되는 2D로 그려지던 과거의 게임들에 비해 3D로 그려지는 최근의 게임 그래픽은 말 그대로 게임을 통해 가상 현실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3D 그래픽은 90년대 중, 후반에 들어서면서 2D 그래픽에 비해 더욱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게임 그래픽의 주류로 들어섰다. 또한 꾸준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실에 버금가는 현장감을 게임에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게임의 시각적 표현이 2D에서 3D로 전환된 이후로 게임의 그래픽이 화려해진 것 이외에도, 실제 풍경들이 게임에 재현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픽 분야에 있어서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 실제 풍경이 투영되어 더욱 실감나는 레이싱 게임들

게임 속에 실제 풍경이 투영되는 경우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장르는 레이싱 게임이다. 시뮬레이션의 성격이 강한 게임의 특성 상, 실존하는 자동차는 물론 실제의 도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란투리스모 4의 경우에는 지금은 소실되고 없는 한국의 숭례문을 배경으로 하는 서킷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최근 개발 중인 그란투리스모 5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실제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뛰어난 배경 그래픽으로 유명한 Xbox360용 레이싱 게임인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시리즈도 실제 풍경을 그대로 게임의 콘텐츠로 담아낸 대표적인 게임이다. 특히,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시리즈의 제작사는 배경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실제 거리 사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후, 촬영 원본에 CG를 덧입히는 방식을 통해 실제 풍경을 게임에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작 만화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 아케이드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레이싱 게임 이니셜 D 시리즈 역시 일본의 실제 고갯길을 게임의 주요 코스로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레이싱 게임들과는 달리 과장된 움직임과 속도감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코스들은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들 못지 않은 재현도를 갖추고 있다. 특히 게임의 인기 코스인 아키나 산은 일본 군마현의 하루나 산을 모티브로 코스는 물론 도로 주변의 상태까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익숙한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 풍경으로 바뀐다면?

레이싱 게임 이외의 장르에서도 실제 풍경을 게임에 담아내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08년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G.T.A. 4의 경우는 실제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를 게임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으며, 인기 FPS 게임인 콜 오브 듀티 4에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 이후 유령도시가 된 한 도시를 아예 통째로 게임의 맵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단지 몇몇 건물과 도로를 구현한 것이 아니라, 체르노빌 사건 이후 시간이 멎어버린 도시의 삭막함과 황량한 느낌을 완벽하게 살려냈으며, 도시 구석 구석에 남아있는 당시의 작은 흔적들까지 구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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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는 장소를 현실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꿔버린 게임도 있다. 바로 헬게이트: 런던과 폴아웃 3가 그 주인공이다. 폴아웃 3는 핵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돌연변이가 득실거리는 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으로, 이 게임에서는 핵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워싱턴 D.C.를 돌아다니며 폐허가 된 링컨기념관, 워싱턴 기념탑, 국회의사당을 만나볼 수 있다.

워싱턴 D.C. 뿐만 아니라 폐허가 된 런던도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한빛소프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 헬게이트: 런던을 통해서 말이다. 앞서 소개한 콜 오브 듀티 4와 폴아웃 3가 핵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를 그려내고 있다면, 헬게이트: 런던은 악마가 부활하면서 그로 인해 폐허가 된 런던을 그리고 있는 것이 게임이다.

실존하는 도시가 주는 현장감과 악마라는 존재가 전해주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 8월 실시된 1.5 업데이트 '인류의 반격'을 통해 실제 런던의 거리와 골목, 명소들이 게임에 대거 반영되어, 더욱 실감나게 폐허가 된 런던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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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풍경을 게임 속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

이밖에도 서울 시청과 두산 타워를 게임의 주요 맵으로 다뤘던 레인보우 식스: 테이크다운과 상암 월드컵 경기장, 을숙도, 광안대교 등 한국의 다양한 지역을 그려내고 있는 FPS 온라인 게임 오퍼레이션 7도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테이크다운에 등장하는 서울 시청과 두산 타워는 게임이 한국에 출시되면서 국내에서 제작하고 국내 출시 버전에 한해 게임 맵으로 포함 시킨 경우이며, 오퍼레이션 7 역시 한국에서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다. 아직까지 해외에서 제작한 게임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다양한 지역을 외국의 게임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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