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개성만큼이나 가지각색, 지역별 인기 게임 장르

김한준 endoflife81@gamedonga.co.kr

2009.12.16.

한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유행하는 음악들의 인기 차트를 살펴보면 각 국가나 지역마다 특정 장르가 강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는 락과 메탈 장르가 한국에서는 R&B나 락 발라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거나,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장르 중 하나인 트로트가 유럽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음악인 것처럼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뚜렷한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게임 역시 문화 콘텐츠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GTA 시리즈나 슈퍼 마리오 시리즈, 헤일로 시리즈처럼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지역에서 잘 팔려나가는 게임들도 있다. 하지만 각 지역의 게임 인기 순위를 살펴보게 되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장르, 혹은 특정 게임이 유독 인기를 얻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살펴볼 수 있다.

* 액션과 FPS의 천국 북미 지역의 또 다른 공룡 - NFL 매든 시리즈

헤일로 시리즈와 GTA 시리즈, 콜 오브 듀티 등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이들 게임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들 게임이 등장하는 시기에는 다른 게임들은 그대로 묻혀버리기 십상이기에, 어지간한 대작 게임이라도 이들과는 정면 충돌을 피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이러한 거물들도 맞상대를 꺼려하는 또 다른 거물이 북미 시장에는 존재한다. 바로 EA 스포츠의 NFL 매든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인들이 소위 '미쳐버리는' 스포츠인 미식축구를 소재로 하는 이 게임 시리즈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 역시 '미쳐버리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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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헤일로 시리즈나 GTA 시리즈가 발매되는 날에 게임 소매점 앞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이들 게임의 인기를 반증하는 좋은 예다. 하지만 매든 시리즈를 즐기는 북미 게이머들에게는 저런 광경이 그다지 특이한 광경이 아니다. 1990년부터 한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발매된 매든 시리즈는 게임의 발매일마다 매년 저런 소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출시되는 순간 기종별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기본이요, 기종 통합 판매량에서도 1위부터 3위를 Xbox360, PS3, PS2로 발매된 매든 시리즈가 차지하는 것은 북미 시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쯤 되면, 매든 시리즈의 발매일과 같은 날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은 전력으로 달려드는 하인스 워드 앞에 아무런 보호 장비도 갖추지 않고 멍하니 서 있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어드벤처 게임과 축구 게임이라면 다른 게임은 필요 없어 - 유럽 시장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툼레이더 시리즈, 최근 서양 웹진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 상을 독식하고 있는 언챠티드 2. 이들의 공통점은 유럽 시장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들 게임을 액션 게임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함정을 피해 보물을 찾아 나선다는 모험 요소를 강하게 띄고 있는 작품들이기에 어드벤처 게임으로 분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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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를 두고 무역을 했던 유럽이었기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들 어드벤처 장르가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하면 억지일까? 하지만 이런 억지를 부리고 싶을 정도로 어드벤처 게임들은 타 지역에 비해 유독 유럽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어드벤처 게임의 판매량이 북미 시장의 그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는 유럽 시장이 북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축구 게임 역시 유럽 시장을 주름잡는 중요 게임이다. 유럽 시장,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디오 게임 시장인 영국에서 EA의 FIFA 시리즈와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갖는 인지도는 NFL 매든 시리즈가 북미 시장에서 갖는 인지도 이상이다. 최신 작품이 등장하면 그 순간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몇 달이고 인기순위 10위 안에 랭크되기 때문이다. 이들 FIFA 시리즈나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인기 순위에서 이름을 감출 때? 그때는 이들 시리즈의 후속작이 발매되는 날이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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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 현상이라도 좋다. 우린 우리 취향대로 게임한다 - 일본 시장

북미 시장과 함께 세계 게임 시장을 양분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인 일본 시장은 서양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림체나 일본 게임 특유의 세계관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지만, 유독 일본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장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롤플레잉 게임과 대전격투, 미연시라 불리는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을 들 수 있다.

물론 롤플레잉 게임은 북미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과거의 울티마 시리즈나 오블리비언 시리즈, 가장 최근의 드래곤에이지 같은 작품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언급하려는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들은 서양의 롤플레잉 게임과는 조금은 다른 구조를 띄고 있다.

서양의 롤플레잉 게임들은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게이머가 이 곳에서 다양한 활약을 하는 것에서 재미를 찾도록 만들어진 것에 반해, 일본의 롤플레잉 게임은 짜여진 순서에 맞춰 차근차근 게임을 진행하며 마치 영화를 보듯 또는 책을 읽듯이 게임을 즐기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장르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의 방향 자체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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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격투 게임 역시 일본에서 유난히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 중 하나다. 특히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나 철권 시리즈의 경우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북미와 유럽에서는 그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처럼 동, 서양을 막론하고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대전 격투 게임도 있지만, 그 이외의 대전 격투 게임은 서양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서양에서의 판매량도 미미한 수준이며, 게임에 대한 관심 역시 일본 시장에서 대전 격투 게임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미약하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육성 요소와 상대 캐릭터와의 대화에 맞는 대답을 선택하며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역시 서양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임. 더더군다나 미연시 장르는 최근 일본에서도 상당히 마니악한 장르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기에 서양에서 이러한 작품이 등장하는 것은 더욱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각 지역마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방식도 다르다 - 한국 시장

비디오 게임 시장보다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발달한 한국 시장의 경우, 각 지역마다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장르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는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지역인지라 특출나게 강세를 보이는 장르가 있다기 보다는 모든 장르가 고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조금은 색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FPS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스페셜포스가 타 지역에 비해 유독 강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스포츠 게임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게임은 네오위즈의 피파온라인 2.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게임이지만,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RTS 장르는 충청도 지역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MMORPG의 경우는 제주도와 전라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