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파괴 액션 게임 ‘사보추어’

조금은 뜬금 없는 게임이 출시됐다. 일부 마니아들에게는 색다른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이 게임은 갑작스럽게 정보를 공개하고 얼마 안돼 '짠!' 하고 나왔다. 대작들의 향연 속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해 발악하는 타 게임들과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이다. 바로 판다믹 스튜디오의 유작 '사보추어'가 그것이다.

1940년 나치의 점령 속에 있는 파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샌드박스 형태의 액션 게임 '사보추어'는 '풀스펙트럼 워리어'로 잘 알려진 판다믹 스튜디오의 신작이다. 그동안 짜임새 있는 게임성으로 눈길을 끌어온 곳의 신작이라 많은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출시 이후 얼마 안돼 스튜디오 폐쇄라는 급작스런 소식으로, 뜬금 없는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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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판다믹 스튜디오의 폐쇄 결정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사보추어'라는 걸출한 신작이 유작이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작이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대작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판다믹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좀 더 좋지 않을까.

< 나치로 모든 걸 잃은 한 남자의 복수극>

주인공 션 데블린는 모터 레이스를 즐기는 평범한 아일랜드 출신의 정비사다. 그는 어느 날 참가했던 레이스 대회에서 독일 장교에게 억울하게 패배한 그는 복수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독일 장교의 차량을 절벽에 던져버린다. 하지만 이 일로 션 데블린의 친구는 총살 당하고, 그는 죽기 일보 직전에 탈출한다. 이때 독일군의 영국 침략이 이어지면서 그는 삶의 터전마저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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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데블린은 자신의 친구를 무참하게 살해한 독일 장교와 삶을 빼앗아간 나치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보추어'가 된다. 게임 속에서는 그를 돕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영국 첩보 기관,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드라마가 더해져 샌드 박스 게임 특유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샌드박스 특유의 자유도까지 존재, 오랜 시간 즐길 요소를 제공해준다.

게임 속에서 션 데블린은 나치군의 감시 타워나 장비, 건물 등을 다양한 무기로 날려버릴 수 있다. 그들이 찾지 못하는 곳에서 장교를 저격하는 재미도 뛰어나고, 적의 차량을 탈취해 도주하는 맛도 있다. 건물 자체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만 영국 각지에 존재하는 나치의 잔재들을 찾아다니며 부수는 맛은 타 샌드 박스 게임과 다른 묘미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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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임 진행에 따라 발전하는 주인공의 액션은 후반으로 갈수록 시원해진다. 잡기를 한 후 건물에서 아래로 적을 던져버리거나, 다양한 공격 방식으로 한방에 나치를 날릴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1940년대 당시의 영국 차량을 마음껏 몰아볼 수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넘으며 스릴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샌드박스 특유의 게임성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적응하기도 쉽고, 편의성 요소가 많아 누구나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 장점, 단점보다는 개성이 부족한 게임이 아닐까?>

하지만 '사보추어'에는 결정적인 하나의 문제가 있다. 어떤 게임이든 자신만의 특징을 살리고 그걸 부각시키지만 '사보추어'에서는 개성을 찾기가 어렵다. 어디선가 본듯한 게임성에 파리의 모습만 더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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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추어'의 게임성은 이미 'GTA4'에서 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이마다 존재하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더욱 많은 지역에 갈 수 있고, 무기 또는 액션도 풀린다. 싸우는 방식도 개성보다는 일반적인 게임들 수준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미션 진행 방식도 클리어 방식도 뭔가 색다른 개성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 그냥 하긴 좋지만 뭔가 '사보추어'만의 매력은 부족하다. 게임이 재미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게임이 일반적인 구성안은 대부분 우리가 접한 샌드 박스 게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막상 스토리나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도 실제 게임에서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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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에 나온 게임들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비슷한 장르인 '어쌔신크리드2'만 봐도 '사보추어'의 매력은 거의 없다. 자유도가 있고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개성이 없다는 큰 약점은 판다믹 스튜디오의 유작이라는 별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사보추어'는 굳이 즐길 이유가 없는 게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게임 자체가 매우 실망적이고 별로라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코드로 진행이 되고, 게임 자체의 진행도 매끄러운 편이기 때문. 특히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요소로 가득한 건 시간 죽이기용 게임을 구하는 게이머들에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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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말 수많은 경쟁작 사이에서 '사보추어'만의 매력으로 어필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나 건물을 뛰어다닐 수 있고, 샌드박스 게임답게 아무나 공격하고, 다양한 형태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우리에게 이미 너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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