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를 말하다 – 1부 박현규 게임 디자인 팀장 편

2010년 외산 게임들 속에서도, 그리고 출시를 준비 중인 국산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게임이 있다.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한 논타겟팅 MMORPG '테라'가 그것이다. 320억원이라는 엄청난 개발비와 10년 이상 개발 경력자들이 대거 모여 3년 이상을 만든 '테라'는 게임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기대할 수밖에 없는 대작임이 틀림없다.

게임동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MMORPG '테라'의 지금 모습과 탄생 배경, 그리고 향후 모습을 게임디자인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프로그램 팀장에게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편은 '테라를 말하다' 1부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 편이다. 그에게서 듣는 '테라'의 탄생 배경과 향후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몇 가지 이슈가 변화를, 여러 생각이 하나의 거대함을 만들다>

15년 정도 게임 업계에 발을 붙인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에게 '테라'는 어떤 게임일까. 그는 MMORPG가 가진 고질적인 요소를 넘어서고 싶었고, 그 이슈를 이루기 위해 모은 생각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MMORPG의 전투는 패턴화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테라'에서는 게이머들이 항상 지겹지 않도록, 게이머 스스로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몬스터와의 거리부터 방향, 그리고 액션 등을 잘 파악해서 기존과 다른 MMORPG를 보여줘야 마음 먹었죠"

논타겟팅 액션은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액션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쉽게 만들면서도 각 종족이 가진 특징과 클래스 간의 차이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게임디자인을 구상했고, 프로그램팀과 함께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어렵고 독특한 게임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테라'가 가진 액션은 직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남들과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게이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조작을 버리면서까지 독특할 필요는 없죠. 게임은 눈으로 보는 겁니다. 우리는 그 요소에 최대한 맞추고 있습니다. 심플하다는 것만큼, 그리고 쉽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죠"


< 논타겟팅, 이 하나의 요소를 살리기 위한 노력>

하지만 논타겟팅을 도입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현재의 '테라'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론적인 논타겟팅은 참 쉬웠던 것 같습니다. 많은 적들 사이에서 자신이 가진 캐릭터로 그냥 공격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막상 개발을 하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더군요. 월드 내 몬스터들이 배치부터 몬스터를 몰아서 사냥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오는 밸런스적인 문제도 골치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래픽 아트팀의 도움을 받아 일반 MMORPG보다 약 1.5배 정도 큰 지도를 만들게 됐죠"

다소 황당한 해결이 아니냐는 기자의 의견에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가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몬스터의 크기를 줄이거나 구조적인 내용을 바꾸게 될 경우 게임디자인팀에서 생각한 여러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2차 테스트에서 많이 개선된 부분이기도 하죠. 가장 근본적인 형태를 수정하니 다른 부분에 대한 수정 사항이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물론 3차 테스트에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을 강조하고, 다듬어야겠지만 2차 테스트 참가자들의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 MMORPG가 가진 요소보다는 '테라'가 가진 요소를 만들겠다>

'테라'에는 6개의 종족, 그리고 총 88개의 캐릭터가 존재한다. 다양한 직업과 종족의 결합으로 나오는 수치다. 박현규 게임디자인팀장은 처음부터 종족간의 경쟁 의식이나 대립은 존재하지만 흔한 진영 대 진영 방식의 MMORPG는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라'에서 있는 많은 종족들은 대립이나 진영간의 대결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대한 세계관에 있는 하나의 말 그대로의 종족 일뿐이죠. 우린 게이머들에게 모든 종족과 캐릭터가 경험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메인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종족간의 대립은 우리가 추구하는 재미의 중심 요소는 아닙니다"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테라' 속 많은 종족과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적을 잡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면 '반지의 제왕' 속의 많은 종족들이 힘을 합쳐 사우론을 처단하는 그런 과정처럼 말이다.

"물론 종족간의 대립은 게임을 즐기면서 조금씩 알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PvE나 '테라'의 특징을 살린 요소들도 도입할 생각입니다. 단순히 단체로 싸워서 승리하는 형태부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승리하는 모드, 그리고 10대10부터 20대20의 대결 방식도 준비 중이죠. 물론 많으면 좋지만 일단 밸런스부터, 그리고 이것들이 얼마나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부터 파악한 후에 고칠 예정입니다"


< 수치를 의식하지 않는 개발, 게이머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

이런 거대한 게임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비전이나 꿈도 커지지 않을까. 하지만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동시접속자나 회원 수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게임을 좋게 봐주시고 기대하는 많은 게이머들이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는다고.

"아직도 '테라'의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테스터들이 주신 의견만 읽고 회의하고 수정하다보면 지금 시간도 너무 모자라니깐요. 저희는 '테라'라는 기본틀을 완성하고 그곳에서 게이머들이 생활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테라'라는 공간에서 게이머들이 친구도 사귀고, 게이머들끼리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길 희망했다. 거창하고 인기가 있는 게임도 좋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처럼 왁자지껄한 그런 공간, 그것이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이 꿈꾸는 '테라'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테라'에 관심을 보여줘 그 힘을 바탕으로 열심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재미있게 개발하는 만큼 게이머분들에게도 재미있고, 인상적인 '테라'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을 믿고 앞으로도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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