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를 말하다 - 2부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 편

2010년 외산 게임들 속에서도, 그리고 출시를 준비 중인 국산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게임이 있다.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한 논타겟팅 MMORPG '테라'가 그것이다. 320억원이라는 엄청난 개발비와 10년 이상 개발 경력자들이 대거 모여 3년 이상을 만든 '테라'는 게임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기대할 수밖에 없는 대작임이 틀림없다.

게임동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MMORPG '테라'의 지금 모습과 탄생 배경, 그리고 향후 모습을 기획자, 그래픽 아티스트, 프로그램 팀장에게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편은 '테라를 말하다' 2부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 편이다. 그에게 듣는 '테라'의 프로그램적인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


< 기획을 현실로, 수많은 생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지다>

"가장 어렵게 느낀 건 논타겟팅이라는 이슈를 현실화 시키는 과정이죠. 단순하게 클라이언트 입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버와의 궁합, 그리고 그 안에 그래픽 아트의 조화까지 여러 가지를 프로그램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다보니 매일 회의 하는 것이 일입니다"

위트 있는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테라'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기획을 하나의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작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논타겟팅이라는 요소를 너무 만만하게 본 나머지 많은 시행 착오로 고생을 해야 했다고.

"롤플레잉 게임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제일 어려웠죠. 액션이 가진 반응성부터 손맛 등을 살려야 하는데, 이걸 MMORPG에서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믿지 않다보니 서버에 모든 요소를 전달하고 결과를 받다보니 이것 역시 여러 문제를 수반했습니다"


보안이나 액션의 반응성을 조율하는 것은 그나마 나은 부분.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처음 기획 의도가 가진 형태에서 변경되는 요소들이 나오는 부분이 정말 까다로운 개발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입장에서 간단한 부분을 추가하는 것도 이미 개발된 여러 부분의 수정이 더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 추가된 점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냥 점프가 추가된 것이지만 사실은 개발 초기에 '절대 점프는 없다'고 확정하고 개발해서 점프를 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게이머들이 원하니깐 안 넣을 수가 없더군요(웃음)"

기획자나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많은 요소를 살려주고 싶은 것도 프로그램이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그들의 가진 생각을 다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했다. 쉽게 표현하면 그릇은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 담을 수 있는 양이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매일 기획, 아티스트 팀과 들어갈 요소, 빠질 요소를 결정하기 위해 씁쓸한 회의를 거듭한다고.


< '테라'급 스케일. 그것에 맞추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몇 명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명이 들어와도 안전한지가 중요한거죠"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서버가 몇 명을 수용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서버가 몇 명을 수용해도 안전한지, 무리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우선 사항이라고. 아직 정확하게 인원을 밝힐 수 없지만 최소 5천명 정도는 있어야지 MMORPG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 이상을 노리고 있다.

"사실 이미 첫 번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습니다. 지난 테스트에서 서버 문제로 무언가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경우는 없었어요. 그래서 현재는 그 이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MMORPG에 인원이 2천명, 5천명, 7천명 있는 건 정말 느낌이 다릅니다. '테라'가 아무리 까다로워도 우리는 항상 최고를 추구할 겁니다"

하지만 용량과 최적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고.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게임의 수준과 게이머들이 겪게 될 사양의 압박에 대해 모두를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래픽이나 기획팀이 추구하는 요소가 아무리 좋아도, 게이머들이 즐길 수 없으면 의미가 없고, 아무리 괜찮은 게임이라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지 못하면 인정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용량을 줄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픽팀과 매일 회의를 하면서 텍스처 사이즈 줄이기 및 최적화에 노력을 하고 있죠. 하지만 계속 발전하는 MMORPG 입장에서 용량을 줄이는 건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 처음 목표가 2년 뒤에도 최고의 그래픽 퀄리티를 내는 게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최적화는 계속적으로 해야할 숙제겠죠?"


< 지구가 멸망해도 안정화! 즐길 수 없는 게임은 의미가 없다>

그래도 개발자 입장에서는 욕심이 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기자의 이런 질문에도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여전히 '안정화'라고 답변했다. 지극히 프로그램 팀장다운, 아니면 고집스러운 장인의 퉁명스러우면서도 믿음직스러운 답변이었다.

"어떤 게임이라도 안정성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성이 좋고, 그래픽이 좋다고 해도 막상 즐길 수 없다면 의미가 없죠. 물론 밸런스도 중요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테라'를 접속했을 때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있는 최고의 공간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은 안정화를 추구한 후에는 시골 마을처럼 끈끈한 커뮤니티가 있는 '테라'가 되길 바랬다. 사람들간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것. 이건 안정화와 함께 꼭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일 딱딱한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꿈꾸는 모습에 사뭇 놀랬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메신저 등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은 많습니다. 안정화가 된다면 '테라'속에 사람들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분명히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정한 프로그램 팀장과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대해 짤막한 답변을 했다. "이런 게임이 됐으면 좋겠죠. 시장통처럼 북적거리면서도 모두가 함께 어떤 목적을 위해 싸우는 게임. 거대한 세계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과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이곳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꼭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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