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임 보다 재미있는 잔재미, 게임 승패를 좌우한다

"왜 이게임을 하냐구요? 특별하진 않은데 은근히 재미있어서? 흠..계속해도 심심하지 않아서요"

한달에도 3~4개의 신작 게임이 발표되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100억 대의 돈을 쏟아 부은 대작들이 부각되는 '규모의 경제' 시장이 되어 버렸지만 가끔 보면 의외로 선전하는 게임들이 있다.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안정된 매출을 올리는 게임들을 살펴보다 보면 게이머들을 끄는 요소들이 은근히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게임 속에 다양한 잔재미를 넣어 입소문을 유도하는 것이 게임업계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살펴보면 과거에도 이렇게 잔재미를 부각시켜 인기를 얻은 게임들이 꽤 있었다. 닌텐도 게임큐브로 출시됐던 '젤다의 전설 바람의 택트'는 본 게임 보다 섬을 돌아다니면서 찾을 수 있는 다채로운 숨겨진 요소가 인기를 끌었다. '어디에 뭐가 있다, 어디에 뭐가 있다'며 게이머들끼리 입소문을 내면서 게임 판매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컴투스에서 나온 액션퍼즐패밀리도 퍼즐 요소 외에도 가족들이 힘을 합쳐 집을 마련한다는 요소로 '누우면 우리집'으로 시작해 레벨을 올리면 '만리장성도 대문' 같은 문구가 나오는 등 코믹한 잔재미로 이슈가 됐다. 동사의 '슈퍼액션히어로'도 게이머들이 직접 가면을 그리며 다른 이에게 전달해주는 등 네트워크 요소로 100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겼다.

국내 게임업계가 더욱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러한 잔재미는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0일 정식 오픈 서비스를 시작한 이야소프트의 '아이리스 온라인'은 게임 내 잔재미가 많기로 유명하다. 처음 게임에 들어가 타로카드를 선택해 그날 하루의 운명을 정하는 것부터 다른 게임과 다르다. 이 타로카드로 운명을 점지받으면 그날따라 보상이 다른 테마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


또 이 게임은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몬스터로 변신할 수도 있다. 자신의 캐릭터로 게임을 즐기다가 식상해지면 몬스터로 변신해서 그 스킬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 요리, 연금술 등 색다른 요소도 많다. 이야소프트 측이 재택 근무이면서도 아이리스 온라인을 홍보하는 게이머에게 연봉 1억을 준다는 사전 이벤트도 인상적이다.

이런 요소로 이야소프트 측은 지난달 29일 아이리스 온라인의 사전 공개 서비스를 진행한 이후 게이머들이 몰려 3개 서버가 폭주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넥슨이 발표한 동글동글 행성 RPG '에버플래닛'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게임은 동사의 '메이플 스토리'를 배경만 3D화 해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지만 게임 내 다양한 잔재미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게임의 경우 퀘스트(게임 내 임무)가 단순 반복형 노가다일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은 퀘스트의 동선이 비교적 짧고 던전에서도 퍼즐 요소가 많아 은근히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소셜 네트워킹을 접목시켜 자신의 행성을 꾸미는 하우징 시스템도 이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재미 요소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도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게임이라고 통하지만, 게임 내 미니 게임이 잔재미를 주고 있다. 게임 내 블록을 쳐서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게 해 제한된 시간 동안 물들인 블록 수로 승부를 가리는 단순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 퍼즐 형태의 미니게임 등은 온 가족이 함께 해도 괜찮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마비노기 영웅전'도 무기 및 갑옷 제작, 다양한 퀘스트, 칭호, 스킬 성장 등의 잔재미 요소가 추가되어 있으며, 드래곤 네스트 또한 5가지의 난이도의 몬스터 인공지능, 주요 장면에서 나오는 미려한 스토리 동영상 등 잔재미 요소를 강화해 발진 준비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시류에 대해 "게임 마케팅의 핵심 중 하나로 '입소문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다."며 "게임사들이 입소문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게임 내에 다채로운 잔재미 요소를 넣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글로벌화 되고, 스마트폰과 연계되는 등 확장 일로를 걸으면서 향후에는 세계 시장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잔재미 요소를 게임사들이 궁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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