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일본 공략 위해 발벗고 나선 국산 게임

장수들이 '사수관'의 화웅을 봤을 때 심정이 이럴까.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일본 시장은 만만해 보이면서도 돌파하기 어려운 난관이다. 곁 모습으로는 게임 문화에 익숙해 온라인 게임도 무난하게 입성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편견도 강하고, 낮은 평균 사양, 불편한 서비스 환경 등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 일본은 너무 아깝다. 게임에 소비를 하는 문화가 정착해 불법 복제도 적고, 이미 선행 입성한 국산 온라인 게임들은 꽤 높은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중국 시장보다 그들의 입맛만 잘 맞추면 오히려 더 편한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아직도 많은 업체들은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 변화에 변화, 그들 입맛에 맞출 때까지 계속 나간다>

한빛소프트의 캐주얼 RPG '카몬 히어로'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게임이다. '카몬 히어로'의 게임성과 캐릭터는 일본 게이머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많은 변화를 가했으며, 이 변화를 통해 성공적인 일본 서비스를 진행 중에 있다.

롤플레잉 게임에 익숙하다는 점을 착안해 게임 내 요소들은 좀 더 쉬우면서도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과 흡사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캐릭터들은 귀여운 느낌을 강조했으며, 특유의 카드 히어로와 몬스터들도 만화풍의 느낌을 도입,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일본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게 했다.


카드 시스템도 일본 게이머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수백 종의 영웅 카드의 수집부터, 카드 조합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유니크 카드, 그리고 전투시에 카드를 소환해 싸우는 시스템은 '포켓몬스터'와 '디지몬' '유희왕' 등과 흡사한 재미를 전달한다.

게임하이의 메카닉 슈팅 '메탈레이지 : 철귀'는 메카닉 마니아들을 겨냥해 다양한 부분에 변화를 추구했다. 초기 기체 선택에 한계가 있지만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하면 매우 다양한 커스터 마이징을 할 수 있도록 해 일본 게이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PvP에 익숙지 않은 게이머들을 배려하기 위해 협력 모드 부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비슷한 형태의 메카닉 게임인 윈디소프트의 '코즈믹 브레이크'도 해당된다. 미소녀와 메카닉의 결합으로 일본 내 주목을 받은 이 게임은 메카닉 특유의 커스터 마이징 기능도 충실하게 구현돼 있으며,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와 눈을 사로잡는 멋진 일러스트 등으로 일본 내에서 매달 4~5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 중에 있다.

출시 전부터 일본 시장 공략을 준비했던 위메이드의 '타르타로스 온라인'도 일본 게이머들의 입맛을 겨냥한 게임성으로 무장한 온라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동인지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일러스트와 스토리 라인의 비중을 높이고 대화신을 강조해 온라인 게임이 아닌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 단순하면서도 확실하다>

그렇다면 개발사에서 생각하는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은 어떨까. 한빛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일본 게이머들은 고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싫고 좋다는 점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익숙함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 혼자서도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관계자의 말처럼 일본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는 동안 온라인 게임보다는 비디오 게임처럼 즐기는 모습이 강했으며, 커뮤니티의 경우 예의를 지키며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물론 PvP도 즐기는 게이머들이 많지만 MMORPG의 경우라면 피해를 주는 일은 최소화하는 모습에 특유의 일본 사람들의 성향이 드러났다.

그리고 흔히 '오타쿠'로 불리는 마니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캐릭터부터 컴퓨터 사양까지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일본 내에서도 어떤 문화 시장보다 확실한 캐시 파워를 가진 층이기에 놓칠 수가 없다.

물론 모든 일본 게이머들이 '오타쿠'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시장 내 도입 및 성공을 노리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들의 입맛을 잘 파악해 공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일본에 서비스 중인 게임을 보유한 개발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 한국 게이머에게는 한국 게임을, 일본 게이머에게는 일본화 게임을>

하지만 아직도 일본 게임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국내 업체는 손가락에 꼽을만한 수 정도 밖에 없다. 그만큼 일본 게임 시장이 탄탄한 자존심으로 뭉쳐 있다는 것.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고, 일본 게이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면 일본 시장도 사수관처럼 함락 시킬 수 있지 않을까. 꼭 관우가 아니더라도 '화웅'의 꺾을 장수는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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