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를 꿈꾸는 자,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모여라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하는 건데', '나라면 노장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해서 유망주 위주로 팀을 꾸리겠어' 등 팀의 운영 전반에 대한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 필요한 것이 바로 프로 스포츠, 스포츠 마니아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상상 속으로만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구단의 운영을 보면서 불평을 토할 뿐이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너 시뮬레이션(Owner simulation)이라고도 불리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의 원조는 '판타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 스포츠'는 MLB와 NBA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팬들이 직접 가상의 리그를 운영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으로 자신의 팀에 선수들을 영입하고 트레이드하며 팀을 꾸려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판타지 리그'에 시각적인 요소와 방대한 정보가 더해진 것이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인 것이다.


* 축구 팬들에게는 축복, 하지만 그들의 아내에게는 악몽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이라면 'FM'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풋볼 매니저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1992년에 챔피언십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 작품은 지난 2005년부터 풋볼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후,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발매해 축구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작품이다.

전 세계의 모든 리그를 총망라하고 슈퍼스타부터 유망주에 이르는 수많은 선수들의 성적을 기반으로 이들을 신빙성 있게 수치화 시킨 이 게임은, 축구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게임이다. 특히,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유럽의 경우에는 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결국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는 축구 팬의 소식이 들려올 정도이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축구 팬들이 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게임을 통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영입하고 게이머가 원하는 전술대로 경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경기뿐만 아니라 팀의 전반적인 운영에까지 게이머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야말로 축구팬들을 위한 게임이 바로 풋볼 매니저 시리즈다.


*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 자세한 정보를 기반으로 팀을 이끌어라

축구에 풋볼 매니저 시리즈가 있다면, 야구에는 스포츠 모굴의 게임인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가 있다. 1997년 처음으로 발매된 이래로 최근 북미 지역에 발매된 베이스볼 모굴 2011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베이스볼 모굴은 메이저리그를 배경으로 삼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판타지 스포츠와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실제 있었던 경기에서 선수들이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시즌을 진행하는 판타지 스포츠와는 달리, 선수들의 능력치를 두고 '이 선수는 이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다'라는 식의 예상을 통해 시즌이 진행되는 것이 베이스볼 모굴과 판타지 스포츠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 이외에도 OOTP 베이스볼((Out of the park Baseball) 시리즈 역시 야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1999년, 션 라만(Sean Lahman)이라는 스포츠 기고가의 감수를 통해 제작된 이 게임은 지난 2005년 FM 시리즈로 유명한 스포츠 인터렉티브에 인수된 후, 베이스볼 모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작품이다.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대부분 그래픽의 화려함 보다는 데이터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OOTP 베이스볼 시리즈의 경우는 여타 매니지먼트 게임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그래픽을 단순화 시키고 데이터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 축구,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풋볼 매니저, 베이스볼 모굴과 같은 게임들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종목에 걸쳐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존재한다.

NHL 이스트사이트 하키 매니저는 전 세계의 15개 아이스하키 리그에 걸친 15,000명 가량의 선수와 스탭을 게임에 등장시킨 작품이다. 이 게임의 제작사는 FM 시리즈로 잘 알려진 스포츠 인터렉티브가 풋볼 매니저의 전신인 챔피언십 매니저 3의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유럽 지역에서만 판매됐으며, 판매량 부진으로 인해 결국 지난 2007년 발매 이후로 그 종적을 감춘 상태다.

북미의 인기 종목인 농구를 다루고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도 존재한다. 월드 바스켓볼 매니저 2008과 드래프트 데이 스포츠 프로 바스켓볼(이하 DDSPB)가 그 주인공. 두 게임 모두 매니지먼트 게임의 기본 규격을 갖추고 있는 게임이다. 선수의 영입과 팀의 운영, 부상 선수로 인한 전력 누수에 대한 보강 등 매니지먼트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사항은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NBA를 배경으로 하는 DDSPB와는 달리 월드 바스켓볼 매니저는 전 세계의 모든 리그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생명인 매니지먼트 게임임에도 NBA의 정보를 제외한 기타 리그의 경우는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사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하는 매니지먼트 게임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토탈 익스트림 레슬링 (Total extreme wrestling, 이하 TEW)가 그 주인공이다. 1995년 QBasic을 기반으로 제작된 EWR을 시작으로 TEW로 개명한 2004년을 거쳐 최신작인 TEW 2010까지 해마다 새로운 선수들과, 실존하는 단체들의 현황을 반영한 게임 데이터로 레슬링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기본적인 단체 운영은 물론 PPV(Pay Per View)의 제작과 간략한 경기 내용과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타 스포츠에 비해 스토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특징을 지닌 프로 레슬링을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보니, 다른 매니지먼트 게임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 게임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등장한 매니지먼트 게임들

지난 3월 25일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한 엔트리브의 프로야구 매니저 역시 앞서 언급한 베이스볼 모굴과 OOTP 베이스볼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게임이다. 세가의 '프로야구 팀을 만들자!' 시리즈를 기반으로 선수 영입과 팀 전술의 설정 등의 전반에 걸친 팀 운영을 통해 타 게이머들과 온라인으로 경합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강점을 갖는 것은 2000년대를 수 놓은 수많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실명으로 게임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저 좋은 선수만을 모아 놓으면 경기가 수월하게 풀릴 수 있는 매니지먼트 게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수간의 상성 시스템을 도입해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도 팀 구성을 통해 좋은 성이어가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프로야구 매니저가 베이스볼 모굴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라면 T3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한빛소프트에서 서비스 예정으로 준비 중인 FC 매니저는 FM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인 FC 매니저는 게이머가 축구팀의 감독이 되어 구단 설립부터 선수 훈련, 트레이드 등을 통해 팀을 명문 구단으로 만들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지스타 2009 현장을 통해 최초 공개된 후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는 FC 매니저는 올해 안으로 공개 예정이다.

* 가상체험이라는 측면에 가장 충실한 장르,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이머들은 매니지먼트 게임을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이 되기도 하고, 뉴욕 양키즈의 구단주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매니지먼트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을 즐기는 한 게이머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게이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추신수 선수를 뉴욕 양키즈로 이적시킨다거나, 박지성 선수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키는 재미는 매니지먼트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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