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질만 수 년, 예정된 성공작들이 온다

"쉽게 만들어서 쉽게 서비스하고, 대충 내놓으면 게이머들이 알아서 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각 회사가 자존심을 걸고 충분히 담금질을 한 후 재미가 검증된 상태에서 게임을 내놔야 합니다"

최근 만남을 가졌던 한 게임업계 대표는 '재미의 담금질'을 위해 출시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인내'가 가장 중요한 게임 흥행 요소라 토로했다. 이 대표는 "웬만한 게임의 기본 개발은 1~2년이면 끝나지만, 재미요소의 검증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다"며 게임 후반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에 온라인 게임이 테스트 버전으로 시작해 게이머와 함께 완성해가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온라인 게임도 패키지 게임 수준의 '완성도'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얘기는 거의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대형 게임 개발사 중심으로 재미의 오랜 검증 작업을 통해 성공 확률을 극대화 시키는 전략이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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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지난 해에 '아이온'으로 대박을 터뜨린 후 모든 게임의 출시 커트라인이 확 높아졌다. '아이온'은 5년간 엔씨소프트 내에서 6번 이상 내용이 뒤바뀔 정도로 많은 담금질 작업을 거쳤던 게임. 한 번 게임을 뒤바꿀 때 마다 수십억 원의 비용이 더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인내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아이온' 이후 엔씨소프트는 버그를 찾기 위한 QA 팀 외에 재미를 검증하기 위한 QA 팀이 별도로 생겨 더욱 이를 공고히 할 것을 시사했다. 재미를 검증하기 위한 QA 팀은 개발팀 못지 않은 게임 내 발언권을 갖추고 있다고 전해진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상반기 내에 출시될 '펀치몬스터'와 '드래고니카'의 마지막 담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캐주얼 게임이지만 5년에 가까운 개발 기간을 들인 이 2개의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담금질 전략의 결과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줄 전망이다.

블리자드에서 최근 베타테스트 공개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도 대표적인 담금질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가 처음 발표된 것이 2007년 5월19일이었고, 이미 그때에도 게임 시스템은 거의 구축되었었지만 게임 재미를 위한 담금질로만 만 1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일부에서 "스타크래프트1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성공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베타테스트 기간인 현재 아시아 서버에서 동시접속자가 1만 명이 넘고 있어 정식 출시 때의 강력한 폭풍우를 미리 예견하게 하고 있다.

엔트리브 소프트의 '말과 나의 이야기:앨리샤'도 2008년 지스타에서 처음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최근 본격적인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담금질이 진행되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팡야를 개발한 서관희 이사의 총괄 지휘아래 약 3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쳤으며, 캐주얼 하면서도 말과 함께 교감을 느끼는 새로운 스타일을 지향했다.


과거의 레이싱게임들이 획일화된 코스에서 경쟁을 즐겼다면 앨리샤는 숨겨진 코스가 존재해 더욱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지며, 가속 부스터를 사용하면 온몸이 빨려 들어갈 듯한 연출을 통해 기존에 느껴왔던 것과 다른 가속도와 몰입감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같은 시류와 함께 완성도의 부재를 느끼며 게임의 오픈 일정까지 잡았다가 긴급히 취소한 게임도 있다. 액토즈는 자사가 준비하던 '와쿠 와쿠' 레이싱 게임을 지난해 말 출시하려다가 '게임성 검증'의 이유로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행보를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완성도의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는 가운데 게임사들의 QA가 대거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QA가 아르바이트 생 수준의 용역일로 평가받던 시절에서 QA가 게임 사업의 핵심 수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이제 '아이온'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같은 대형 MMORPG는 엔씨소프트나 블리자드, 중국의 몇몇 회사 밖에 만들어낼 수 없다"며 이유로 "투자자들은 빨리 게임이 나오기를 독촉하는데, 버티면서 게임을 만들 여력을 지닌 회사가 이들밖에 없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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