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상 열풍, 스크린과 TV를 넘어 게이머를 노린다

대중문화 전반에 3D 입체영상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영화 '아바타' 개봉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3D 버전을 개봉하고 있으며, TV에서는 화면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3D TV의 광고가 틈만 나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이제 막 대중화의 초입에 들어선 상황이지만, 영화 제작업이나 TV 제조업체들이 앞다투어 3D 입체영상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3D 영상 기술이 빠른 시일 안에 대중화 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렇듯 영상을 매개로 하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불고 있는 3D 영상 기술이 영화와 TV를 넘어 게임 시장에도 불어오고 있다. 최근 미국 LA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2010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3D 기술을 차용한 자사의 제품, 게임들을 선보인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E3에서 닌텐도는 자사의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에 3D 필름을 이용해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기능을 추가한 '닌텐도3DS'를 선보였다. 3D 입체영상과는 달리 필름으로 미묘하게 영상을 왜곡시켜, 게이머의 눈에 입체 영상을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닌텐도3DS'는 기존 제품처럼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소니도 이에 뒤질세라 자사의 가정용 콘솔 '플레이스테이션 3'(이하 PS3)에 3D 입체영상 기술을 차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는 PS3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3D 입체영상 기술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3D 입체영상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소니의 행보는 자사의 TV 브랜드인 '브라비아'가 3D 입체영상 기술을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과 맞물려, 소니가 3D 입체영상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로 해석되고 있다.

게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3D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EA는 크라이텍의 신작 FPS 게임 '크라이시스 2'의 3D 버전 출시를 발표했으며, 실제로 E3 현장에서 '크라이시스 2'의 3D 버전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크라이시스 2' 이외에도 PS3용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 5'와 FPS 게임 '킬존 3', SRPG '프론트미션 이볼브드' 등 다양한 게임들의 3D 영상 버전이 공개됐다. 또한 닌텐도는 '닌텐도3DS'의 출시에 맞물려 3D 영상 기능을 지원하는 다양한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혀, 하드웨어 시장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3D 영상 기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작품들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치 역시 높은 편이다. 실제로 E3 현장에서는 각 제품과 게임들의 3D 관련 시연대에는 게이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3D 영상 기술에 대한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게임에서 3D 입체영상 기술이 게이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닌텐도3DS'는 부족함 입체감, 소니는 3D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 고가의 3D TV를 구입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3D 영상 버전을 공개한 게임들 역시 기존의 게임들에 비해 해상도가 저하되고 모델링의 정밀함이 떨어지는 등, 입체영상을 위해 그래픽 품질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3D 영상으로 게임을 즐길 시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단점 역시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TV 등 영상매체에서도 꾸준히 지적되던 사항이다. 실제로 영화 '아바타'의 3D 버전 개봉 당시, 이를 관람한 관람객들의 다수가 눈의 통증과 피로를 호소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단점은 3D 입체 영상이 넘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판단된다.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3D 디스플레이 기기들도 성능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화면의 정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게이머들의 눈에는 영상이 두 겹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화면의 크기가 커질수록 강하게 발생하는데,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용화에 있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 3D 입체 영상 기술이 게임에 당장 접목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하지만 콘텐츠의 유용성과 기술의 발달 속도를 감안한다면, 3D 영상 기술이 안고 있는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고 게임에 널리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