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때문에 웃고 우는 게임 퍼블리셔들

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는 그야말로 애증관계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개발사에서 만들어낸 게임이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돼 게이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좋은 성과를 거두면 잘 되면 다행이지만, 안되면 그 순간부터 서로의 머리에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고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비판하며 얼굴을 붉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게이머들은 게임을 구매할 때 퍼블리셔의 이름만을 보고 구매하지 않다 보니 개발사 또는 스튜디오가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으며, 퍼블리셔들 역시 이들 개발사들이 내보이는 게임으로 인해 웃거나 울게되는 상황을 자주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최근 비디오 게임 유명 퍼블리셔들 중 개발사 때문에 웃거나 울은 대표적인 경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짝 들여다 보도록 하겠다.

< 퍼블리셔의 얼굴을 세운 개발사들 >

기존 개발사가 퍼블리셔에 인수된 많은 업체들 중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는 업체를 들자면 '너티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86년 앤디 가빈과 제이슨 루빈에 의해 설립된 '너티독'은 EA를 통해 출시됐던 '링즈 오브 파워'와 유니버셜 인터렉티브를 통해 출시된 '전사의 길'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플레이스테이션 1의 대표 캐릭터인 '크래쉬 밴디쿳' 시리즈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니버셜 인터렉티브와 결별한 이들은 새롭게 소니랑 손을잡고 '잭&덱스터'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2007년 PS3 최고 액션 어드벤처로 손꼽히는 '언차티드'를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후 그들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최고의 개발팀 중 하나가 됐으며 지난해 출시된 '언차티드2'는 여러 게임 상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며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의 락스테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2'의 인피니티와 함께 2009년 가장 빛나는 개발사로 자리잡게 됐다.


UBI소프트의 루마니아 스튜디오 역시 그 동안 마니아들의 게임이라고 생각돼온 장르의 게임들을 대중앞에 끌어내는데 성공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루마니아 스튜디오는 운전, 비행계 게임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독특한 개발 노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2차세계대전의 잠수함전을 주제로 한 '사일런트 헌터' 시리즈와 역시 2차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블레이징 엔젤스' 시리즈, 그리고 근미래전을 주제로 한 '톰클랜시의 H.A.W.X'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UBI소프트를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는 개발사로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게이머들의 원하는 것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사일런트 헌터'에서는 독일군의 잠수함 U-보트를 배경으로 승무원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사실감 있는 전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블레이징 엔젤스'나 '톰클랜시의 H.A.W.X' 에서는 사실성은 최대한 배제한 채 쉬운 조작을 통한 액션의 쾌감을 느끼는 것에 게임의 진행을 맞추고 있다.

이런 개발 방향 덕에 '사일런트 헌터'는 전쟁물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톰클랜시의 H.A.W.X' 는 비행 액션게임으로는 쉽지 않은 기록인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현재는 '톰클랜시의 H.A.W.X 2'를 개발 중이다.


< 과거 인기 대신 눈치를 받는 개발사들>

반면 영입 초기에는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퀄리티로 게이머는 물론 퍼블리셔에게도 실망을 안겨준 게임 개발사들도 있다.

미씩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8년 EA에 영입돼 'EA 미씩'으로 불리울 때만 하더라도 EA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파트를 한층 더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됐다. 이들에게는 출시 당시 최고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으로 불리우던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DAOC')'을 개발했던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먼저 '로드 브리티시' 리차드 개리엇이 떠난 '울티마 온라인'의 새로운 3D UI를 맡아 '울티마 온라인: 킹덤 리본'(이하 '킹덤 리본')을 선보였으나, 기존 울티마의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배틀체스'로 만들어버렸다"는 비난을 샀으며, "'킹덤 리본'으로 인해 사라진 기존 3D 클라이언트가 훨씬 낫다"는 소리까지 듣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게임스 워크샵의 워해머 판타지 세계를 주제로 한 '워해머 온라인'을 개발하며 명예 회복에 나섰으나 공개 시한은 계속 연기되고, 콘텐츠의 수정소식만 들려오며 게이머들을 다시 한번 불안하게 했다. 게임은 결국 2008년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준비된 콘텐츠들로는 그동안 발매를 기다려온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EA미씩의 총괄 책임자인 마크 제이콥스는 2009년 6월 회사를 떠났으며 회사는 EA의 산하 스튜디오 재구성 계획하에 바이오웨어와 통합돼 '바이오웨어 미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평소 개발사들과 잦은 마찰로 구설수에 오르던 액티비전도 금년에 야심차게 선보인 레이싱게임 '블러'로 인해 혼쭐이 났다.

액티비전이 '포뮬러 원'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등 유명 레이싱 게임의 개발사인 비자르 크리에이션즈를 영입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블러'는 영화 '트론'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빛과 빠른 스피드, 다양한 아이템등을 활용해 한층 박력있는 레이싱 게임을 선보이고자 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평론가들은 물론 게이머들도 이 게임에 '어른을 위한 마리오 카트' '빛이 없으면 밋밋한 드라이빙 게임'이라며 혹평을 퍼부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던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의 '스플릿 세컨드'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비자르 크리에이션즈는 현재 007 제임스본드를 주제로 한 '블러드스톤007'을 개발 중이며 이 게임은 11월 출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많은 퍼블리셔들이 개발사들 때문에 울고 웃는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지금과 같이 게이머들의 취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과거의 영광이 있다고 해서 현재까지 그 영광이 이어지지 않으며,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은 개발사도 크게 '한방'을 터뜨리고 유명 개발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게이머들이 퍼블리셔만 믿고 따라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퍼블리셔와 개발사 모두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된 게임을 선보이지 않는 이상 과거의 영광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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