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영전의 8월, 생명 연장 토대 닦았다

XE 서버에 대한 기존 게이머들의 반발과 말 한마디의 오해로 인해 상당 기간 진통을 앓아왔던 마비노기 영웅전이 8월 말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데 성공했다.

로체스트 지역 추가 뿐만 아니라 신규 몬스터, 신규 복장 등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이 XE 서버처럼 신규 게이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게이머들이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왔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끼 머리띠, 선글라스 등 탐나는 아이템을 특정 시간 접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증정하고, 주말 기간 경험치 2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게이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이벤트를 같이 진행한 것도 이미지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준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게임에 꾸준히 접속한 사람이라면 업데이트 전후를 비교했을 때 사람이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서버 불안이 더욱 심해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실 이 점은 절대 넥슨을 옹호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마비노기 영웅전을 실제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수가 대폭 늘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번 업데이트는 그동안의 침체된 분위기를 해결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토대를 닦았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업데이트 중에서 주목할 점은 전문기술이다. 다른 요소들은 몬스터헌터 류의 3D MORPG에서 일상적인 콘텐츠 추가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템을 게이머가 직접 제작하는 전문 기술은 MORPG에서는 보기 힘든 요소이며, 마비노기 영웅전의 미래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전문기술이 가진 첫 번째 순기능은 반복플레이의 당위성 제공이다.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게임은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하위 던전은 버려지게 된다. 경험치가 적을뿐더러 얻는 아이템 역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늘의 전투'라고 해서 매일 특정 던전을 플레이하면 스킬 포인트를 평소보다 많이 지급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그것도 최고 레벨을 달성하고, 대부분의 스킬을 다 배운 게이머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 기술 덕분에 하위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이 다시 쓸모 있어졌다. 숙련도를 쌓기 위해서는 하위 아이템들을 대단히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장간에서 똑같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지만 간혹 더 좋은 능력치를 가진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된 반복작업을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그동안 존재 가치가 희미했던 낚시 콘텐츠만 봐도 요리 전문 기술의 추가로 인해서 하면 좋은 콘텐츠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제작이라는 요소 하나가 업데이트되면서 기존에 버려졌던 콘텐츠들이 전부 쓸모있게 변한 것이다.

또한, 게임 내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안정화될 수 있다. 현재는 최고 레벨 장비를 맞춘 다음에는 돈을 쓸 일이 없어서 남아돌았고, 그 덕분에 고레벨 아이템 제작에 들어가는 아이템들은 재력가들에 의해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전문기술 육성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남아돌던 돈이 상당 부분 소모되면서 돈의 가치가 좀 더 늘어나게 되며, 이제 막 시작하는 게이머들 역시 초반 아이템을 비싸게 팔 수 있어 이전보다 편하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전문기술을 키우고 있다보니 초반 아이템 가격이 너무 폭등하는 단점이 생기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MMORPG에 비해 부족한 커뮤니티 역시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인스턴스 던전 반복 위주의 플레이 특성 때문에 별다른 커뮤니티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기술로 제작된 특별한 아이템들이 많아진다면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할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아이템의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매혹의 룬은 이것을 더욱 활성화시켜줄 요소다. 기존에는 입은 복장이나 무기만 봐도 레벨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복장이 교복화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복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복장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이것이 얘깃거리가 되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아이온만 봐도 캐릭터의 개성 넘치는 복장이 커뮤니티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팔라딘과 다크나이트로 변신하는 시스템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본격적인 대립 구조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며, 전작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연결시켜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그냥 변신 이외에 별다른 특이점을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향후 마비노기 영웅전이 오랫동안 사랑받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렇듯 이번 업데이트는 마비노기 영웅전이 MORPG 라는 장르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첫 선을 보인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아이템의 추가만으로는 게이머들을 계속해서 붙잡아놓기 힘들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드러냈다.

이것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마비노기 영웅전의 미래가 단순한 인스턴스 던전 뺑뺑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업데이트가 대단히 반갑다. 다만, 계속되고 있는 서버 불안정 문제는 빨리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많은 콘텐츠를 준비해뒀다고 해도 게이머들이 플레이할 수 없으면 말짱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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