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퀀텀 시어리

코에이테크모에서 제작한 퀀텀 시어리는 이래저래 발매 전부터 관심을 받아왔던 게임이다. 코에이테크모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슈팅 게임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게임 전문지 패미통에서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기대를 샀다. 이것이 퀀텀 시어리가 처음으로 받은 관심이다.


퀀텀 시어리가 받은 두 번째 관심은 북미 지역의 게임 전문지들이 발표한 게임의 리뷰 점수가 공개된 이후였다. 여기서 퀀텀 시어리는 정말 처절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점수를 받게 된다. 이 일 이후로 퀀텀 시어리는 또 한 번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시선 차이가 상당히 크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동, 서양 게임 전문지들의 퀀텀 시어리에 대한 점수 차이를 두고 게이머들은 '일본 게임잡지 이번에도 자국게임 끌어안는 식으로 점수 줬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 역시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동감한다. 해당 잡지가 특정 장르, 매체 취향에 맞는 게임에 대해 보다 좋은 점수를 주는 사례가 최근 종종 있었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10점 만점에 8점 정도의 점수를 받는 수작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에 대한 서양 게임 전문지들의 평가가 정확한 것일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필자의 리뷰 역시 주관성을 띄고는 있지만, 적어도 필자의 관점에서 퀀텀 시어리는 단점이 있긴 즐겨 볼만한 가치 역시 지니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 초보자 지향적인 게임>

퀀텀 시어리를 처음 구동하고 받은 느낌은 기어스 오브 워와 흡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기말적인 세계관과 등장하는 적들의 디자인 등 시각적인 면에서 그러한 느낌을 많이 지니고 있을뿐더러, 은폐와 엄폐, 약진과 같은 조작법과 각종 연출 등이 이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NPC와 함께 게임을 진행하는 형식 역시 기어스 오브 워의 향기를 엿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전형적인 FPS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띄고 있으며, 게임의 스토리나 세계관 역시 일본산 게임을 많이 접해본 게이머라면 언젠가 즐겨봤던 것 같은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에 참신하다는 느낌을 전해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물론 무리한 모험을 하지 않은 게임답게 스토리 자체는 안정적이어서 개연성 없이 내용이 진행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은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FPS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당연히 적과의 전투라 할 수 있다. 입맛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고, 때로는 근접 전투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는 등의 전투 콘텐츠는 퀀텀 시어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기존의 FPS, 특히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기어스 오브 워의 그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초보자 지향적인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원인은 조준사격에 있다. 일반적인 콘솔 기반 FPS 게임들에서 조준사격을 할 시에 패드 조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정 수준까지는 조준을 보정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퀀텀 시어리는 아예 자동으로 적을 조준해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적들의 체력 역시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어 몇 방만 명중시키면 쓰러지기 때문에 탄환이 부족한 상황에 처할 일도 없으며 덕분에 FPS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초보자 지향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FPS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히 밋밋한 게임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또한 적들의 인공지능 역시 단순한 편으로 조직적으로 게이머를 압박해오는 적들의 공격이 대세인 요즘 FPS 게임들의 시류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서양 게임 전문지들이 퀀텀 시어리를 낮게 평가하게 된 원인이다. FPS, TPS 시장은 해외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장이며 그만큼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추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즉, 서양 게임 전문지들은 초보자, 입문자의 시점이 아닌 마니아의 입장에서 이들 게임을 바라보게 되며, 초보자 지향적인 퀀텀 시어리는 그만큼 평가절하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단점과 장점이 확실하다>

점수를 박하게 줄 수 밖에 없는 요소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탑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이유로 전투의 스케일이 작다는 것은 점점 전투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최근의 슈팅 게임들의 추세와 맞지 않으며, 게임의 난이도 구성 역시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쉽다가 갑자기 난이도가 올라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최근의 추세와는 동떨어진 구성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 전투를 펼친다는 시도는 기존의 FPS, TPS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재미를 전해준다. 적과의 대치 상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에 있다가도 순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몰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퀀텀 시어리는 적들의 인공지능이 단순함에도 전투의 긴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동료 캐릭터를 이용한 협동 공격과 연계기술의 화려한 연출 및 콤보 공격처럼 여타 FP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부분도 갖추고 있다. 마냥 단점만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 이런 장점은 배재하고 게임을 평가하고 점수를 후려쳤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게임 평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인 시각적, 청각적 콘텐츠에 대한 평가도 빼 놓을 수 없다. 퀀텀 시어리의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적들의 모델링이나 맵 디자인, 각종 무기의 디자인들은 SF 세계관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려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협력 기술의 연출 이외에도, 전투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박력있는 연출 역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요소다. 탑 내부의 구조물이 무너지거나, 전투 중간에 다리가 내려앉는 등의 연출은 상당히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카메라 시점 역시 이런 상황을 더욱 생동감 있게 게이머가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벤트 장면의 연출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게임 특유의 성향이 묻어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게 되는 그래픽 기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텍스쳐가 상당히 지저분하고, 질감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 많아 깔끔하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중간에 수시로 표현되는 텍스쳐의 뭉게짐 현상은 그래픽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게이머들에게는 크게 거슬릴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3D 게임들의 그래픽 기술이 북미의 그것에 비해 한 걸음 뒤쳐진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퀀텀 시어리의 게임 그래픽 역시 이런 일본 게임 시장의 현재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발자들이 보여주기를 원하는 장면이 있지만, 기술력이 그를 뒷받침 하지 못해 시각적인 만족도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청각적 콘텐츠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퀀텀 시어리의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퀀텀 시어리의 사운드는 게임을 즐기는 내내 오래된 영화의 더빙 버전을 감상하는 듯이 영상과 사운드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한 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배경음악과 총기의 음향효과 및 성우들의 음성 연기의 각각의 볼륨 구성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각자 노는 느낌이다. 각 콘텐츠의 수준은 꽤나 준수한 편이지만 음악은 너무 작게 들려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지 못하고, 총기 사운드보다 캐릭터의 음성이 더욱 크게 들려 상당히 어설픈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옵션에서 각 항목의 수치를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게이머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운드를 찾기 위해 일일이 사운드의 균형을 찾아줘야 하는 것은 불편한 일임이 틀림없다.


< 서양 게임 전문지라고 언제나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 게임지가 퀀텀 시어리를 자국 게임이라고 과대평가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면, 서양 게임 전문지들은 반대로 일본산 게임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리뷰 점수를 난도질한 느낌이 있다. 5점 이하의 점수만 나와도 완성도가 낮은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며, 3점 이하의 점수는 '점수가 신기해서' 게임을 해보는 게이머가 나올 법한 점수이다.

이런 판국에 퀀텀 시어리가 받은 2.5점의 점수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 게임이 그네들의 평가대로 10점 만점에 2.5점을 받을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뚜렷하게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웃음거리가 될만한 게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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