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최고 성적에 가려진 게이머들의 불만

온라인게임 산업을 어느 부류로 분류해야 할까? 순수하게 게임 산업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 개발 및 서버 및 네트워크 관리와 같은 최신 IT 기술이 함께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T 산업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게임 산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이다.

온라인게임을 서비스 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제작은 물론, 완성된 게임을 게이머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온라인게임을 서비스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신통치 않은 운영 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져 간 게임들의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온라인게임에서 서비스라는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최근, 온라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네오플의 액션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던파가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대답은 신규 캐릭터 '남자격투가'를 업데이트 한 것에 이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역대 최고 수치인 26만 명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최고 동시접속자 수 25만 명 이상을 기록한 역대 4번째 게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 대답 역시 첫 번째 대답처럼 경사스러운 내용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던파가 화제의 중심에 오른 또 다른 이유는 '게임의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게이머들로부터 불미스러운 소식이 연이어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에게 퍼지고 있는 불미스러운 소식이란 다름아닌 '계정보호정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경매장에 버그가 발생했으며, 경매장 버그를 이용해 아이템을 복사하거나 게임머니를 복사하는 게이머들에게 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를 당한 게이머들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초에 한 게이머의 블로그에서 언급된 이 사태는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해당 내용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최초에는 흔히 접하는 불평 글을 접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경매장 이용 정지 상태의 게이머도 경매장 버그 이용자로 지목되어 계정이 정지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부터, 이 사태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동조를 얻기 시작했다.네오플이 경매장 오류, 아이템 복사, 해킹 등을 색출해서 해당 계정을 정지시키는 과정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은 자신의 계정까지 덩달아 정지됐으며, 그에 대한 조치 및 사과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게이머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에도 던파에서는 버그가 발생해 이를 악용하는 게이머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계정 정지 사태가 발생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또한 올 여름에는 '아라비아 셋'을 구입한 게이머들이 갑작스럽게 계정보호정지 조치를 받아 게이머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의 1차적인 문제는 물론 버그, 해킹을 악용하는 몰지각한 게이머들에게 있다. 그들이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선량한 게이머들이 덩달아 계정정지를 당하는 사태는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게이머들 역시 개발사에 1차적인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자리 잡은지 많은 시간이 지났으며, 게이머들 역시 '버그 없는 게임은 없다'는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게임에 버그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다는 점'과 '이들에 대한 사과와 조치가 너무나 부실하다'는 점이다.

게이머들이 아무리 게임의 버그를 이해해준다고 하지만, 이것이 '난 버그를 감내하고 게임을 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개발사의 실수에 대해 게이머들이 아량을 보이는 형국인 것이다.


자신들의 실수에 대한 사과와 실수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특히나 자신의 실수를 어느 정도 이해해 주는 모습을 보이는 상대방에게는 더더욱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의적인 태도일 것이다.

네오플 입장에서는 게이머들의 이러한 주장이 '오해', 혹은 '악의적인 헛소문'이라며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이러한 이야기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하더라도, 네오플 측이 억울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공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고, 게이머들의 불안함을 달래줬더라면, 이러한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킹 피해로 인해 계정정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한 게이머는 "내가 하지 않은 행동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유쾌하게 여길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이러한 사태가 아예 없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게이머들이 아쉬워 하는 것은 게임사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게이머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이머들이 전화 통화를 하고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팩스로 제출하는 불편함을 자신의 무죄를 증명했다면 서비스사에서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게이머가 받은 금전적, 시간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질러 놓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태도는 정말이지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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