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부와 가정의 책임을 왜 게임사에게 넘기나!

최근 청소년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 산업이 시끌시끌하다. 청소년보호법을 앞세운 여성부는 게임을 청소년에 해가 되는 매체로 규정하고 이를 무조건 규제하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으며, 담당 부처인 문화부와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작년(2010년) 4월 여성부에서 처음 법사회에 게임규제안을 올린 이후로 여성부와 문화부는 게임 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권에 대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려왔다. 문화부입장에서는 게임은 콘텐츠 산업이자 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문화부 영향 하에 법 규제 등도 문화부 소관이라는 주장이었고 반면에 여성부에서는 게임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를 위해선 여성부도 규제에 한몫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에는 담당 부처가 문화부로 정해져있었던 때였던 만큼 업무 영역을 벗어난 여성부의 주장이 크게 힘을 받지는 못했다. 더구나 여성부가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게임사에게서 부족한 예산을 채우려 한다는 소문도 여성부의 주장을 투명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 이틀 전에 부산에서 중학생이 어머니 살해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한 후 상황이 급변했다. 여성부가 여론을 등에 업은 것이다. 여성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됐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게임 중독을 사회 이슈로 공론화시켰다.

< 청소년 폭력, 정말 게임이 문제인가?>

이런 상황 때문인지 요즘 인터넷을 통해 게임 중독의 악영향을 강조하는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소년 게임중독이 17%에 달한다는 보고를 시작으로 청소년 살해 사건의 주된 원인은 게임, 게임으로 인해 청소년의 키가 10cm 덜 자란다는 등 청소년에게 있어 게임은 금지시켜야 하는 유해매체로 규정짓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최근 방영된 추적60분에서는 게임과 마약을 동일시 하고, 게임산업 종사자들을 2~3년 동안 청소년들을 중독시키려고 온갖 고민을 해서 게임을 만드는 마약 브로커 취급까지 하기도 했다.

청소년 폭력과 게임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게임산업이 국내보다 먼저 활성화된 해외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으며, 그에 관련된 연구도 많이 발표된 상태다. 최근 편향된 보도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많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그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많다. 특히 텍사스 A&M 국제대학의 크리스토퍼 퍼거슨씨와 존 킬번씨가 대표적인 인물로 그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반해 폭력 범죄가 줄어들고 있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자녀들이 집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거리 폭력에 휘말리지 않게 만드는 좋은 해결책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 게임 과몰입 언제까지 게임탓만 할 것인가?>

청소년 게임 과몰입은 온라인 게임이 산업이라 불릴 정도의 규모가 되면서 국회와 언론에서 심심하면 불거져 나오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재미있는 것은 청소년 심리학자들 대부분이 게임 이전에 과몰입을 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경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과몰입 단계라 볼 수 있는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과몰입 대상이 게임이었을 뿐이지 게임 외에 다양한 소재들이 과몰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이들이 심할 정도로 게임에 열중 하고 있다면 단순히 게임을 못하게 방지 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게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친구들과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닌지, 혹은 부모의 애정이 부족한건 아닌지, 아니면 혹시라도 조기 우울증 같은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즉 청소년 혹은 성인들의 게임 과몰입이 심각하다면 게임을 못하게 막는게 아니라 왜 이쪽에 몰입 하는가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 사회에서 게임 없어진다면?>

기자가 종종 받는 모 국회의원의 호소문이 있다. 제목은 "우리의 아이들이 게임으로 죽어가고 있어요"이다. 게임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는 안되는 마약같은 콘텐츠라는게 내용의 핵심이다. 그렇게 나쁜 게임 만약 국내에서 서비스 하지 못하게 하고 게임회사들을 모두 해외로 내보낸다면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게임이 없는 게임문제가 발생 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을 친다. 당장 게임 외에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는 청소년에게 게임을 빼앗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청소년들은 과몰입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를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부 외에 모든 것에 해당되는 얘기다.

한때 국감은 물론 국회의원 선거 때가 되면 항상 청소년 보호를 위해 사라져야 하는 콘텐츠로 만화산업이 대두 되었었다. 마치 만화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망가트리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키는 문제의 근원처럼 몰아갔다. 그리고 결국 슬프게도 한국 만화 콘텐츠 산업을 초토화 되어 버렸다. 이현세 화백 등 그때 당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을 날렸던 작가들이 붓을 꺽어야 했으며 만화산업 종사자들은 정상적인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만화방들이 눈에 보인다. 다만 그곳에 한국 작가들이 한국 정서에 맞게 만든 만화들이 없을 뿐, 그곳에는 정말 눈뜨고 볼 수 없는 일본의 잔혹한 폭력성 그리고 선정적인 만화들이 빼곡히 진열 되어 있다.

만약 한국 게임산업이 정부와 산업 구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혹은 이제 돈이 될 것 같으니 적당히 다루면서 뜯어내려고 하는 협잡꾼들에 의해 망신창이가 된다면 아마 해외에서 자기들이 직접 서비스하기 곤란한 잔혹하고 선정적인 해적판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아무 정화기능 없이 청소년들에게 노출 될 것이다.

< 게임중독 때문에 어머니를 죽인 아이>

다시 원래 부산 어머니 살해 사건으로 돌아오자. 현재 모든 원인을 게임 과몰입으로 몰아간 사건이자 현재 청소년 셧다운제를 비롯 다양한 게임규제를 야기한 사건의 시발점 말이다. 이때 이 아이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소견서들은 무시 되었다. 다만 소견서에 아이가 게임을 즐겨 했다는 점만 굉장할 정도로 부각 되었다. 하지만 실제 소견서를 보자면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울타리는 상당 부분 붕괴되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아이가 자살하기 5년전 아이의 아버지는 가출한 상황, 아이의 어머니 혼자 힘들게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상황이었다. 사회에서 홀어머니 슬하에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가 없다는 점은 그것도 가출이라는 부분에서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생활을 영위해 갔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사건의 요점은 게임과몰입이 아니라 이렇게 까지 방치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계도해야 하는 선진국적인 복지 정책의 부재를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표출은 단순히 게임 과몰입으로 끝나 버렸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잠원동 살해사건의 가해자 역시 검거된 후 첫 마디가 '공부만 해서 이렇게 됐다'였지만 이는 게임 중독이라는 단어에 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 규제 필요하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를 잊지는 말아야 한다>

청소년 보호 규제는 모든 산업군에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게임산업은 사회공헌도와 산업 서비스 이후의 책임에 대한 고민이 상당부분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게임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회공헌과 책임에 대한 부분을 보강 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에 대한 게임 과몰입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규제는 이제 그만,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적당한 책임 떠밀기도 이제 그만 해야만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현재 게임규제에 관련되어 여성부가 나서는 상황에 대해 게임을 즐기는 그리고 게임과 과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정부는 알고 있어야만 한다. 여성부는 게임을 규제 하겠다고 나서기 이전에 사회에서 소외 되고 있는 힘없는 아이들을 강력하게 보호 해주는 현실성 있는 다양한 복지 정책을 고민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게임과몰입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자정부터 아이들은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게임 외에 즐길거리, 즉 공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보호가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관리에 대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게임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 문제들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포털을 살펴보면 게임 중독에 관련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찬반논란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데 그중 공감가는 말을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밤 12시 이후에도 청소년들이 접속을 할수 있는건...그 가정이 이상한 가정이라 그런거다. 우선 PC방에서는 못한다. 그럼 집에서해야하는데...밤 12시 이후에도 청소년들이 접속이 가능하다면...그건 집에서 허락했거나, 집에서 놔뒀다라는 얘기다...이미 각 가정별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지...느네들이 하라 마라 할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