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와 엑스맨이 싸운다면? 마벨 VS 캡콤 3

캡콤이라는 제작사가 대전격투게임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상당히 각별하다. 스트리트파이터 2로 본격적인 대전격투 게임의 붐을 일으켰으며, 1994년에는 엑스맨: 칠드런 오브 아톰이라는 작품을 출시하며 북미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마벨 코믹스의 영웅들을 대전격투 게임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또한, 1996년에는 자사의 대표작인 엑스맨: 칠드런 오브 아톰과 스트리트파이터의 캐리터들이 격돌하는 엑스맨 VS 스트리트파이터라는 작품을 출시하며 '크로스오버 대전격투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절대 만날 일 없는 두 작품의 대결이라는 컨셉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사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 다양한 크로스오버 대전격투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CVS라 불리는 캡콤 VS SNK, 마벨 코믹스의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 마벨 VS 캡콤 시리즈,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가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캐릭터들과 캡콤의 캐릭터들이 대결을 펼치는 타츠노코 VS 캡콤 등의 작품이 이런 크로스오버 대전격투 게임의 인기의 증거이다.

이 중에서도 마벨 VS 캡콤 시리즈는 북미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본편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는 작품으로 부각됐다. 소위 '북미식 히어로'물에 열광하는 팬층과 대전격투 게임의 팬층이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그리고 2011년 2월, 캡콤은 마벨 VS 캡콤 시리즈의 최신작인 마벨 VS 캡콤 3(이하 마캡3)를 출시했다.

마벨 VS 캡콤 시리즈가 그동안 2D 그래픽으로 출시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스트리트파이터 4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캡콤의 3D 엔진 'MT 프레임웍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번 작품이 2D 그래픽이 아닌 3D 그래픽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게이머들도 있었지만 막상 게임의 스크린샷이 최초로 공개된 이후부터는 마캡3의 그래픽에 만족을 보이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마캡3의 그래픽은 조금은 특이한 느낌을 전해준다. 일반적으로 3D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들은 사실적인 질감 표현에 노력하기 마련이지만, 마캡3는 그러한 노선을 걷고 있지 않다. 오히려 만화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캐릭터의 질감은 피규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긴 하지만, 게임 특유의 색채와 그림자 표현으로 오히려 3D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특유의 과장된 색감과 플라스틱을 보는 듯한 미끈미끈한 표면 질감에 불만을 표하는 게이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들도 전반적으로 과장된 액션이 정신 없게 지나가는 게임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과장돼 보이는 그래픽 표현이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만 3D로 변한 것이 아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면모도 대폭 새롭게 일신됐다. 캡콤 진영에서는 류나 춘리 등 전통적인 인기 캐릭터를 제외하면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 트리쉬를 비롯해 뷰티풀 죠, 마계촌의 아서 등의 캐릭터가 이번 작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벨 코믹스 진영도 마찬가지로 도마무, 태스크마스터, 모독 등 기존에 등장하지 않던 다양한 빌런(마블 코믹스의 악당을 일컫는 말) 캐릭터들이 등장해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마캡3가 갖는 입지가 대전격투 게임 이외에도 캐릭터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작품의 등장 캐릭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기존에 등장하지 않던 새로운 캐릭터를 집어 넣어서 분위기를 일신하려 한 의도는 이해가 가는 바이다.

하지만 캡콤 진영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중 다수가 SD 비율로 인해 게임의 분위기와 조금은 동떨어지는 느낌을 보여주고, 마벨 코믹스 진영에 새롭게 등장하는 빌런(마벨 코믹스에서 악당을 칭하는 단어) 캐릭터들 역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캐릭터라는 것은 아쉽다. 물론 다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이들 캐릭터들만큼 매력적이면서도 잘 알려진 캐릭터가 양 진영에 얼마든지 있음에도 이러한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은 조금은 의외라 할 수 있다.

참고로 M.O.D.O.K.는 IGN에서 북미 지역의 모든 코믹스에 등장하는 악역 중에서 인기순위 100위에 머무른 것이 다일 정도로 큰 인기가 없는 캐릭터이며, 게임의 DLC 캐릭터로 선보여지는 슈마고라스의 경우는 마벨 코믹스 본사 측에서도 그 존재 여부를 잊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마이너한 캐릭터들이다. (물론 인기도에 한정되서 하는 이야기다. 설정상 이들 캐릭터는 작품의 세계관에서 매우 강력함을 뽐내는 캐릭터이다. 슈마고라스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으로 넘어오기만 해도 지구가 멸망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설정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앞서 게임의 그래픽을 언급하면서, 이 작품이 스트리트파이터 4와 같은 엔진으로 제작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같은 엔진을 사용했음에도 게임의 그래픽 느낌이 스트리트파이터 4와는 확연히 다른 것처럼, 이번 작품의 게임성 역시 스트리트파이터 4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마캡3에서 '일발역전'은 장마철에 비 내리듯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마캡3의 대전은 기본적으로 3:3 대전으로 진행되며, 대전을 펼치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캐릭터들과 언제든지 자유롭게 교대를 하고, 이들을 어시스트로 불러낼 수 있어서 게임의 템포가 엄청나게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 맞으면 기본적으로 40~50% 이상의 대미지를 입히는 콤보가 대수롭지 않게 나오는 게임이니만큼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공방이 펼쳐지게 된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대전에 이용되는 버튼의 수를 대폭 줄여서 조작을 단순화 해, 초보 게이머들도 시원시원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작인 마캡2의 경우는 약펀치, 약킥, 강펀치, 강킥의 4개 버튼을 기본으로 버튼 조합에 따라 캐릭터 교체 등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펀치와 킥의 구별 없이 모든 공격을 약, 중, 강의 세 종류로 구분하고 띄우기와 캐릭터 교대 버튼 2개를 따로 배치하고 있다.


버튼 배치가 단순화 된 만큼 게임 조작도 간편하게 변화했음에도 게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들을 위한 모드도 준비되어 있다. 간편입력 모드가 그 주인공으로 이를 이용하면 게이머들은 버튼 한 번만 눌러도 기본적인 콤보가 시작부터 끝까지 그대로 이어지며, 하이퍼콤보도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된 것이다.

마캡3는 마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다이어트 상품의 홍보 문구처럼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대전격투 게임이다. 캐릭터 선정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며, 이들을 이용해 신명나게 치고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성능 밸런스나 혼자서 즐길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캐릭터 성능 밸런스의 경우는 전작인 마캡2에서도 크게 부각됐던 문제임에도,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비행 능력이 있는 특정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기본기와 기본기 사이에 별다른 딜레이가 없어 지속적으로 압박을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레이저 빔 형태의 장풍기를 지닌 캐릭터들이 이런 기술이 없는 캐릭터에 비해 지나치게 유리한 면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이 기존의 대전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고, 다른 방식으로 대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기존 게임의 잣대로 이 게임의 대전 시스템을 평가한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적어도 전작에서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캐릭터가 후속작에서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나오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혼자서 즐길만한 요소가 캐릭터의 콤보를 익힐 수 있는 미션모드 말고는 딱히 없다는 것과, 멀티플레이 환경이 전작인 스트리트파이터 4와 슈퍼스트리트파이터 4만 못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멀티플레이는 대전 상대를 찾는 것이 용이한 편이 아니며, 슈퍼스트리트파이터 4에서는 지원하던 관전 모드를 지원하지 않아 예전에 비해 오히려 퇴보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마캡3는 시원시원하게 상대를 두들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인 게임이다. 상대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기본기를 통해 상대를 '찔끔찔끔'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품으로 달려들어 체인콤보를 날리고, 상대를 공중으로 띄워서 다양한 공격을 성공시키는 호쾌함을 원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이 게임에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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