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리니티2가 가야할 길은 업그레이드가 아닌 변신

유명 격투가 추성훈을 앞세워 게이머들의 시선을 끌었던 트리니티 온라인이 지난 3월 3일 트리니티2라는 이름으로 게이머들 앞에 새롭게 섰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전작의 이름을 계승하는 것은 게임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번 테스트의 열기는 더욱 이례적이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테스터 자격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친구 초청 기능을 통해 테스터 자격을 구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

전작이 캐릭터 밸런스나 편의성 등 여러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며,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화끈한 콤보와 속시원한 타격감 등 놓칠 수 없는 장점들이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개발사인 스튜디오혼은 트리니티2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히 알았으며, 그것을 보강하고 더 나은 게임성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테스트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캐릭터의 특성을 강화하고, 사용자 편의성 증가, 던전 탐험의 재미 부각 등 전작의 단점을 해소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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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스터에 참가한 게이머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첫 번째 테스트인 관계로 공개된 캐릭터의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캐릭터마다 다른 공격 패턴을 선보여 플레이하는 맛을 살렸으며, 큰 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좀 더 깔끔해진 그래픽도 좋은 인상을 줬다. 특히 게임 진행중 달라지는 카메라 시점은 아직은 어색하지만 좀 더 가다듬으면 액션의 박진감을 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각된 외각선과 화사해진 색깔 때문에 어색함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으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아예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게이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1차 테스트임을 감안하면 좀 더 개선될 여지가 있으며, 상용화 이후 아바타 시스템 같은 개념의 캐릭터 꾸미기 기능이 제공된다면 사라질 불만들이다.

스킬간 딜레이 때문에 콤보를 연결하는 과정이 조금은 끊긴다는 느낌이 남아있긴 했지만 타격감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캐릭터 생성과 동시에 적지 않은 수의 스킬을 부여해 초반부터 화끈한 전투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전작보다 화려해진 이펙트 덕분에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한 느낌을 선사했다. 다만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는 기간이 10레벨 단위인 것은 조금 지루한 느낌을 주니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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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편의성 부분은 전작과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ESC 키를 누르면 필요한 기능들이 대부분 등장해 NPC를 찾아다니느라 불필요하게 소모했던 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아이템을 분해하고 강화하는 작업이 많고, 결투장 이용이 굉장히 높은 게임의 특성상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해보인다.

이렇듯 많은 부분이 개선된 트리니티2이지만 현재 테스터들의 분위기는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나아지긴 했지만 전작에 비해 확연하게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것.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그래픽이 좀 화사해진 것 빼고는 전작과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릭터별 스킬이 확 달라졌다고 하지만 저레벨 때에는 그것을 느끼기 힘들고, 퀘스트나 던전 플레이의 느낌이 전작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개발진에서는 2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했겠지만, 게이머들이 느끼기에는 단순 업그레이드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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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플레이 패턴을 바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2편의 주된 목표이고, 이것은 후반부로 가야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게이머들이 좀 더 많은 시간을 플레이한다면 전작과 똑같다는 불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트리니티2를 기다리는 이들의 대부분이 전작을 이미 즐겨본 게이머라는 점이다. 서비스사가 구름에서 네오위즈게임즈로 바뀌긴 했지만 전작도 채널링의 형태로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서비스됐기 때문에 서비스사의 변경으로 인한 신규 게이머 창출은 사실상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트리니티2가 전작의 실패를 딛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전작을 즐겨본 게이머들에게 확실히 다른 점을 초반부터 보여야 한다. 전작이 성공을 거뒀다면 익숙함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트리니티2에는 그것이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캐릭터의 스킬이 달라져 플레이하는 느낌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것은 결투장에서도 확연히 느끼는 것이지 던전 플레이에서는 그다지 체감하기 어렵다. 초반부 던전 난이도가 낮은 관계로 어떤 캐릭터로 하건 기본 콤보만으로도 몬스터들이 녹아내리는 것은 마찬가지라서다.

후반부에 아무리 변화된 점을 많이 준비해뒀다고 해도 초반부에서 전작과 똑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면 후반부까지 플레이할 게이머가 몇이나 될까? 더구나 그들은 게임에 실망해서 한번 떠났던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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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트리니티2의 현실적인 목표는 동일 장르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를 재치는 것이 아니라 전작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세계관과 시나리오가 거의 동일한 만큼 다르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퀘스트의 패턴 변화라던가, 난이도별로 보스 몬스터의 패턴을 다르게 가져가는 등 아직 시도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그러한 시도를 초반부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전작의 실패를 감수하고 트리니티라는 이름을 고수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이번 테스트에 대한 게이머들의 호응이 높았다는 점이다. 이번 테스트에 대한 쓴소리 역시 그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이제 트리니티2가 가야할 길은 그들의 기대치에 맞춰서 게임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성공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니 나머지는 개발진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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