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금 법제화 움직임에 '여성부 돈독 올랐나'

"결국 돈 내놓으라는 거였네요. 지속적으로 괴롭혀도 말을 안 들으니까 이제 대놓고 돈을 내놓으라는 거죠."

지난 3월16일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여성가족위원회 소속)과 사단법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인터넷 중독 예방 기금 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 게임업계로부터 강제로 기금을 걷자는 제도적 움직임이 포착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게임업계의 수익을 강제로 거둬들이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제시됐다. 적게는 2천억 원, 많게는 4천억 원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과 '게임하면 짐승처럼 된다'는 등 근거없는 발언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발표되자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여성가족부를 질타하는 의견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여성부 폐지하라' '돈독이 올랐다'는 과격한 내용도 자주 등장했다.


<여성부, 결국 '돈 문제'>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재원 충당에 목이 말라왔다. 경륜과 경정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기금 규모가 6%로 줄어들어 연간 300억 원에 달했던 기금이 60억 원 규모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관련으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육성 기금의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술과 담배, 060 서비스, 게임을 포함하는 용역 과제를 발주한 전력이 있다.

사실상 이러한 여성가족부의 재원 부족 사태와 여성가족부의 게임업계 압박 움직임은 시기가 겹친다. 또 이번 법제화가 이루어질 경우 게임 기업으로부터 회수한 기금은 '국가가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운용하려고 법률로 마련하는 재원'이 되어 청소년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가 운용하게 될 예정이다.

이런 정황들은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도입 및 기금 출연의 법제화 움직임이 청소년 보호 목적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부족한 재원을 게임업계로부터 마련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에 설득력을 주고 있다.

<관련 법제화 논란 야기>

하지만 이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방법 뿐만 아니라 규모와 대상 적용 등 모든 부분에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법제화 의도 자체가 현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민간에 부담을 주는 준조세성 기금을 폐지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하고 있다. 또 이미 게임업계는 민간 기업의 자율 협조를 기반으로 100억 원 규모의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한 문화 기금이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어 중복 시행 우려가 있다.

토론회에서는 방송발전기금 처럼 매출의 6%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까지도 나왔지만, 게임 산업이 방송처럼 공공 사업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고 카지노 같은 사행산업도 현재 국내에서 매출액의 0.2%를 기금으로 내는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발언으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론회에서는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동일시하고 인터넷 중독의 모든 폐혜를 게임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주장이 나와 더욱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기준부터 원칙까지 모두 '비논리적'>

이러한 발표회에 날벼락을 맞은 것은 국내 게임업계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더 이상 한국에서 사업 못하겠다'며 푸념하고 있다.

논리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상위 10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소수의 회사를 제외하면 사행성이나 중독성이 전혀 없는 게임을 만드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만든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기금을 걷는 법제화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기금을 걷는 기준도 업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게임 기업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게임기업의 매출이나 수익 기준으로 기금을 내는 것은 기금 범위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수익 부분 내에서, 그것도 게임업계가 주도하는 범위 내에서 지금보다 게임중독 예방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및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지금보다 게임업계가 더 힘써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금을 법제화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또한 자율적으로 기금을 걷어도 게임업계가 주도적으로 활용해야 전문성 있게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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