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올 것이 왔다' 스스로 만들어낸 게임산업의 위기

청소년들의 즐기는 하나의 놀이에서 출발한 게임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게임산업은 사회의 부정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그것을 극복해왔으며, 이제는 수출산업의 효자 대우를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게임산업에 있어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4000억 기금 강제 마련. 모든 상황이 게임산업을 청소년들을 악에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원흉으로 몰아가고 있다.

혹자는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가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급급했을 뿐, 윤리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타 산업군에 비해 대단히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게임사의 잘못으로 몰아갈 순 없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 서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소홀히 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했고, 그 빌미가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현재 여성부에서 토론회에서 거론한 기금 조성 방법은 매출의 6%를 징수하겠다는 의견과 영업이익의 10%를 징수 하겠다는 의견이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상당히 심각한 사태가 발생 하게 된다. 수익이 나든 수익이 나지 않든 6%를 가져 간다는 말인데, 잘나가는 게임사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대략 30~40%사이다. 영업이익이 30%정도 나오는 몇몇 회사들은 순이익의 15%정도를 기금이란 명목하에 상납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저 기금 때문에 적자가 발생 할 가능성도 무수히 많다. 눈뜨고 생돈 뜯기게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0게임백서를 보면 현재 게임개발 배급을 하고 있는 회사는 5111개, 관련 종사자는 대략 5만명에 이른다. 자 이중 우리가 알고 있는 게임사는 몇개나 될까? 아마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대략 5개 정도,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도 200여개를 넘지 못할 것이다. 이중 영업이익 10%이상 내는 개발사는 몇개나 될 것 같은가? 심지어 상장한 회사들 중에서도 몇몇 상위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년 한해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내 게임사들이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아마 상당히 많은 개발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 상대적으로 게임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좀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이나 일본 혹은 캐나다로 떠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으로 전혀 검열 되지 않은 해외의 성인 게임들을 불법으로 다운 받아 열심히 즐기게 될 것이다. 이때는 아무도 청소년 게임 중독을 문제 삼지 않을 것 같다. 책임질 기업도 없고 뜯어먹을 기업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종사자, 아니 일반인들까지도 이 말도 안되는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 이는 여성부 홈페이지의 열린 발언대만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이 그것을 듣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하지만, 여성부만 원망해서는 안될 일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모든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 게임산업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언론들이 게임산업의 이기적인 모습을 비판해 왔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사회공헌도도 무척 낮았고 게임으로 발생되는 사회 문제들에 대한 대처반응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덕분에 사회 일각에서는 게임 아이템 팔아 지들끼리 잘먹고 잘사는 곳이라는 안좋은 인식들이 상당히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다. 물론 작년부터 몇몇 회사들은 다양한 정책들과 대처 방안을 강구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말 몇몇 회사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는 게임산업협회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는 게임산업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산업협회는 이런 고민은커녕 아직 신임 협회장조차 뽑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대표자들이 모두 힘들기만 한 협회장 자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협회를 이탈하려는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보일 정도다.

이제 게임 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몇개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냥 남의 일이려니 하고 넘어간 뒤에는 아마도 천문학적인 수치의 세금폭탄을 모든 게임업체가 두들겨 맞게 될 것이다. 매출 6%까지는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금액을 내야 할 것이고 향후 다양한 정책들로 인해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게임을 개발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여성부 발언이 몰지각하고 어거지인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업계가 압장서야 한다는 기본 논리는 게임산업이 더 큰 성장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게임산업이 아무리 반대를 한다고 해도 기금 조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확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금이 여성부 관할로 넘어 가는 것은 결사적으로 막아야만 한다. 이미 예전에도 여러 논란을 일으켰지만 여성부에 자금이 들어간다면 청소년 보호를 위해 그 금액이 모두 쓰여질리 만무하다. 오히려 방만한 경영으로 여성부의 실수를 게임산업이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도 있다.

기금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투명한 회계와 검수 그리고 감사가 이뤄 질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 해야만 한다. 또한 협회를 중심으로 뭉쳐 그동안 소홀했던 사회공헌 사업을 개별 회사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의 이름으로 광범위 하게 진행 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동안 받았던 각종 오해와 불만을 지속적으로 해결 해야만 한다.

게임산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나 정부도 현 게임산업이 더욱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관심있게 바라보고 인내해 주어야 한다. 다른 산업군들처럼 몇십년 동안 성장한 산업이 아니다. 이제 고작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심지어 최근 급성장한 회사들은 작년에 불과 5명의 직원에서 출발해 지금은 몇백명의 직원을 거느리게 된 경우도 있다. 사회공헌은 커녕 내부 정비, 정책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회사들이 부지기수다. 좀더 시간을 두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게끔 이끌어 줄 필요성이 있다.

향후 게임산업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광범위 해질 것이다. 지금도 글로벌 게임산업 시장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 하고 있다. 산업이 커질수록 이에 대한 저항은 분명 존재한다. 어떤 산업이든 양날의 칼처럼 좋은 측면이 있다면 나쁜 측면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싶다면 게임산업 종사자들 모두가 나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모든 이들에게, 아니 더 나아가 자기 자신에게도 떳떳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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