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 부는 한글화 바람, 게이머들 '게임 할 맛 나네'

언어의 장벽이라는 것은 실생활에 꽤나 깊이 관여하고 있다. 굳이 여행이나 비즈니스 때문에 외국인과 접촉하는 일이 없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등의 취미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외국어 능력자'들이야 자신들의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외국어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 자막이 없으면 자신들의 취미를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

한글 자막의 유무는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큰 집중도의 차이를 불러온다는 것을 대중들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스토리 라인이 빈약한 액션영화를 감상할 경우라도 자막이 있고 없음에 따라 영화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의 차이를 불러 올 정도이다.

'언어'의 문제는 게이머들에게도 게임을 즐기는 데 직접적으로 와 닿는 방해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비디오게임의 경우는 외국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러한 언어 문제는 온라인 게이머들보다는 비디오 게이머들이 좀 더 강하게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화가 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할 때 보이는 몰입도에서 큰 차이를 유발한다. 게이머 스스로가 어째서 지금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고 즐기는 것과 모르고 즐기는 것에서 오는 차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하는 비디오게이머들은 늘 한글화에 목말라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화에 갈증을 느끼는 비디오게이머들에게 올 한 해는 이러한 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 줄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게임들이 한글화 되어 발매가 됐거나 한글화 출시를 대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한글화 바람의 선두에 있는 것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이다.

SCEK는 올해 들어서만 PS2 시절의 인기 액션 시리즈 슬라이 쿠퍼 1, 2, 3을 HD로 리마스터링 해서 한 장의 디스크에 담은 슬라이 쿠퍼 컬렉션과 PS무브 전용 액션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히어로즈 및 재난이 일어나 붕괴가 시작된 대도시를 달리는 모터스톰3 아포칼립스 등의 한글화 타이틀을 출시했다.

이미 출시된 이들 작품 이외에도 SCEK는 또 다른 한글화 타이틀을 출시할 예정으로 비디오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바로 PS3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 캐서린과 SRPG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가 한글화 출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PS2 시절의 인기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인 페르소나 시리즈의 제작진이 개발한 첫 번째 HD 타이틀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뒤섞은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인 게임이다.


페르소나 시리즈가 그랬듯이 캐서린 역시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도를 지닌 스토리 라인이 강점인 게임이다. 게이머는 게임의 주인공인 빈센트가 되어 일상적인 낮의 모습과 밤이면 찾아오는 악몽 속의 세계를 오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되며,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게임 스토리가 변화하게 되는 선택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캐서린의 한글화 출시를 밝힌 SCEK는 "이번 한글화 결정은 그 동안 페르소나 시리즈에 보내준 한국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ATLUS사의 절대적인 협력으로 인해 가능했다"며, "보다 많은 팬들이 캐서린이 선사하는 강렬한 스토리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코믹한 설정과 위트있는 대사가 일품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4(이하 디스가이아4)도 한글화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폐인양성게임' 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디스가이아4는 게이머들이 자연스럽게 반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이 보여줬던 게임성은 물론, 고해상도로 그려진 그래픽과 네트워크를 통해 게이머가 만든 맵을 서로 공유하거나, 타인의 맵에 자신의 캐릭터가 난입할 수 있는 요소를 시리즈 최초로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2011년은 FPS 팬들에게도 즐거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F.E.A.R. 3(이하 피어 3)와 기어즈 오브 워 3 등 굵직한 FPS 게임들 역시 한글화 출시가 예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호러 FPS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피어 시리즈의 최신작인 피어 3는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메카닉 액션을 이번 작품에서 더욱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메카닉을 타고 건물을 파괴한다거나 작전을 펼치는 미션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알려져 관련 분야의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기어즈 오브 워 3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Xbox360 대표 FPS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앞선 1, 2편에서 보여준 스토리가 마무리 될 예정으로 로커스트에 의해 멸망의 위기에 몰린 인간들이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할 것인지, 2편의 마지막에 보여졌던 '떡밥'의 해답이 공개될 것인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PC 게임 시장에서도 한글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T2를 통해 국내에 유통 중인 시드마이어의 문명 5의 공식 한글팩이 스팀을 통해 지난 29일(화)에 무료로 공개됐다. 또한 인트라링스는 세계 3대 중독성 게임이라 불리는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 6를 한글화해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해 게이머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문명 5와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 6의 한글화 발표로 인해 세계 3대 중독성 게임이라 불리는 풋볼 매니저, 문명,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 시리즈가 모두 한글화 됐다는 것이다. 국내 PC 패키지 게임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한글화 바람은 PC 게이머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 할 수 있다.

다소 경직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과 PC 패키지게임 시장이 이번 한글화 바람을 타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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