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네이버 등에 업은 야구9단, 홈런 칠까?

NHN(대표 김상헌)의 검색포털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야구 매니지먼트 웹게임 야구9단이 지난 4월 4일부터 공개 서비스에 돌입했다. 4월 2일 개막한 2011 프로야구 시즌의 시작에 발 맞춰 서비스를 시작한 야구9단은 게이머가 선수가 아닌 감독의 입장에서 구단을 운영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난해 등장한 프로야구매니저의 성공 덕분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은 상황이다.

게이머가 직접 캐릭터를 조종하는 요소가 없더라도 게이머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프로야구매니저의 성공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야구9단에 업계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프로야구매니저가 일으킨 매니지먼트 게임 붐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의 또 하나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야구9단의 성패를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야구9단이 프로야구매니저가 선점하고 있는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다면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개척되는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야구9단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 서비스를 개시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게임이기에 이 작품에 대한 미래를 평가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행동인 것이 사실이지만, 야구9단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30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했던 모든 선수들을 집대성한 방대한 라이센스, 이들의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게임 데이터, 선수의 나이에 따른 은퇴와 FA 제도 및 세세한 작전 설정 등은 야구9단이 스포츠 게임이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게임의 구성요소에 있어 다양함과 완성도를 충족시키고 있는 야구9단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구9단의 성공을 점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지원군으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NHN의 게임포털 사이트 한게임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NHN은 야구9단을 한게임에 국한시키지 않고 자사의 대표 서비스라 할 수 있는 네이버를 통해 홍보를 하고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 분명 웹게임도 게임일진데, 이러한 조건으로 서비스 된다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일이다.

국내 검색 포털사이트의 전체 트래픽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네이버를 통해 직접적으로 고정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서비스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어지간한 게임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숨 쉬는 것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이 조건을 따내기 위해 달려들 정도의 조건이다.


이 조건이 왜 좋은 조건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게임에는 그다지 많은 관심이 없는 30대 남성이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네이버 홈페이지를 열고 스포츠 섹션을 클릭했다. 이윽고 그의 눈에는 뉴스 사이트의 상단을 가득 매우고 있는 야구9단의 배너가 들어오고, 최희 아나운서, 하일성 해설위원 등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유명인들이 야구9단을 호평하고 있는 인터뷰도 확인하게 된다.

호기심에 이를 클릭하자 별도의 설치가 없이 곧바로 게임이 시작되기까지. 1분도 지나지 않아 게임에 관심이 없는 평범한 30대 야구팬이 게임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야구9단은 이런 환경 하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게임이다. 즉, 다른 온라인게임들보다 대중에게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서비스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훌륭한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아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야구9단은 분명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상태에서 시작을 하게 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네이버의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야구9단은 그러한 점 이외에도 자신이 갖추고 있는 게임 시스템과 콘텐츠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인다.

30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했던 수많은 선수들이 년도별로 모두 등장하며, MBC 청룡, 삼미 슈퍼스타즈, 태평양 돌핀스 등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다양한 팀들도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선수들은 단순히 라이센스 확보를 통해 얼굴만 비추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매니지먼트 게임답게 야구9단은 각 선수들이 활약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능력치를 이들 선수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또한 연봉 제도와 선수의 성장 및 노화 요소의 도입으로 막연하게 좋은 선수 여럿을 모아놓고 소위 말하는 '선수빨' 방식의 게임 운영을 지양하는 것도 강점이다. 구단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애초에 좋은 선수를 사재기 할 수가 없으며, 고액 연봉의 좋은 선수들을 모아 놓았다 하더라도 구단 운영을 방만하게 하면 이들의 연봉을 감당할 수가 없어 방출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수가 나이를 먹을수록 성장을 하고 일정 나이가 지나면 기량이 쇠퇴하는 요소를 채택한 것도 게이머가 자신의 구단 운영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좋은 선수라고 마냥 사용하다가 팀이 순식간에 '노인정'으로 변모할 수도 있으므로, 게이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항상 새로운 선수 수급에 애써야 한다.

이 밖에도 게임 중에 실시간으로 개입해 경기 운영 방식을 설정할 수 있는 '실시간 경기 개입 시스템' 역시 게이머의 판단이 경기에 영향을 준다는 기존의 웹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요소이다.

대부분의 웹게임이 많은 수의 유닛을 생산하거나 특출나게 강한 고급 유닛을 생산하고, 전략 없이 밀어버리는 게임 양상을 보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위에 언급된 야구9단의 요소들은 게임을 위해 게이머들이 보다 다양한 궁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반대로 야구9단에 딜레마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웹게임을 즐기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바쁜 일과를 쪼개서 잠깐씩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게임을 깊이, 진득하게 즐긴다기 보다는 바로바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고 그것으로 희열을 느끼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네이버의 광고와 홍보 문구를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한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야구9단의 자세한 설정은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이런 게이머들에게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하고 깊이가 깊다는 점은 장점이 아닌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은 귀찮은 게임'이라는 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네이버의 지원사격을 받는 야구9단은 강력한 홍보 툴을 이용해 게임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게임답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게임이다. 또한 야구 마니아들이라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도 갖추고 있다.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야구9단의 성공으로 인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매니지먼트 게임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을 지 기대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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