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비스 실시 3개월 맞이하는 테라, 지금부터가 승부처

해마다 스포츠 판에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슈퍼루키' 또는 '거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대중 앞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빼어난 가능성을 지닌 이러한 유망주들은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며, 팬들 역시 가슴 두근거리며 이들이 보여줄 활약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유망주들이 모두 거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잔인한 이야기지만 부상, 적응 실패, 실력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팬들의 관심에서 잊혀지는 일은 너무나 흔한 일이다. 모든 유망주들은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 것인지, 슈퍼스타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 판의 이야기지만 유망주가 슈퍼스타와 평범한 선수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이런 상황을 게임 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는 4월 25일이면 정식서비스 3개월을 맞이하는 한게임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테라의 이야기다.

처음 공개될 당시의 테라는 앞서 말한 스포츠계의 슈퍼루키와 같은 게임이었다. 그 어떤 온라인게임에서도 체험할 수 없었던 뛰어난 그래픽과 MMORPG 장르임에도 액션 게임을 연상케 하는 프리 타게팅 전투 시스템까지 갖춘 테라는 게이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온라인게임 시장에 등장했다.

시작은 훌륭했다. 오픈베타 서비스 당일에 동시접속자 수 16만 5천 4백 명을 달성한 데 이어, 잠깐이긴 하지만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 중 한 명인 아이온을 제치고 PC방 순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기세라면 동시접속자 20만 명을 달성하는 거 아닌가?'하는 장미빛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정식서비스 개시 3개월을 앞두고 있는 테라의 동시접속자 수는 서비스 개시 초반의 그것과 비교하면 한풀 꺾인 모습이다. 물론 모든 게임들이 정식서비스에 돌입하게 되면 오픈베타서비스 당시와 비교해 수치적인 성적이 약간씩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테라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단지 게임의 수치적인 성적 하락이 아니다. 테라를 향하고 있는 게이머들의 관심이 이전만 못 하다는 것이 현재 테라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테라에 대한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렇게 식어 버린 것에는 지난 3개월간 테라에서 벌어진 여러 소동과 그에 대한 한게임의 대처를 통해 '게임의 콘텐츠와 운영진의 운영을 신뢰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린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테라에는 오픈베타 당시에 파밍버그가 발생했으며 한게임은 이를 악용한 게이머들에게 계정 영구정지가 아닌 1주일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한 바 있다.

또한 정식서비스 실시와 함께 추가될 것이라 약속됐던 영주 시스템과 전장 시스템을 정식서비스 실시 이후 두 달 후에 업데이트 해 해당 콘텐츠를 기대했던 게이머들의 볼 멘 소리가 게시판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전투 이외의 것을 즐길 수 있다기에 3개월 결제를 했는데,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와 같은 반응은 당시 테라 관련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

지난 3월 17일에 실시된 '각성' 업데이트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게이머들은 파티 사냥 위주로 짜여져 있던 테라의 사냥터 중 다수를 솔로잉 지역으로 전환하고, 회복 계열 캐릭터의 성능 강화가 이뤄졌으며 정식서비스에서 누락되어 실망을 안겼던 영주 시스템이 추가된다는 '각성' 업데이트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기대했던 영주 시스템은 실망으로 돌아왔다. 영주를 선출하기 위한 규칙이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이다.


1레벨 캐릭터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서버와 관계 없이 다른 서버의 선거에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선거 규칙에 게이머들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게임의 주요 콘텐츠로 서비스 이전부터 홍보해 온 콘텐츠라 하기엔 그 짜임새가 너무 허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 데 유치원생에게도 투표권을 줄 것인가?', '한국 대통령 선거하는 데 일본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과 다른 게 뭐냐?'와 같은 반응이 게이머들로부터 나온 것은 물론이다.

테라의 정식 오픈 이전부터 이어진 이같은 소동에 게이머들은 적지 않은 실망을 하게 됐다. 워낙에 큰 기대를 받으며 시장에 진입했던 게임이니만큼 게이머들이 느낀 상대적인 실망감도 컸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1차적으로 테라라는 게임이 자신들이 약속했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게임의 특징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과 전장 시스템이 공개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게이머들이 테라에 바라는 점은 대부분 비슷하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와 공격 패턴을 더욱 다양하게 배치하고, 파티 플레이 위주의 퀘스트 이외에도 솔로잉 퀘스트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몬스터의 종류나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액션성을 강조한 테라의 게임 특성상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게이머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몬스터와 치고 받는 재미'가 더욱 강조되어, 게임의 재미가 극대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그다지 의미가 없는 콘텐츠로 지목받고 있는 제작 시스템을 강화해 사냥 이외의 방법으로도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 사냥 일변도의 게임 양상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게임에 있어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에 업데이트 될 예정인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가 이러한 게이머들이 바라는 점의 맥을 잘 짚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는 '캐릭터 최고 레벨 상승', '신규 대륙과 몬스터의 등장', '다양한 아이템 추가', '스킬 및 문장 추가', 편의성 개선 등의 5가지로 구성돼 있다. 모두 게이머들이 바라는 점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콘텐츠들이다.

신규 대륙의 공개와 맞물려 10개의 신규 사냥터와 4개의 인스턴스 던전이 추가되며, 3곳의 신규 영지가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각 던전에 상급 난이도가 추가되고, 난이도에 따라 적들의 배치와 행동 패턴에 변화가 주어진다고 하니 테라의 강점인 액션이 극대화 될 것으로 게이머들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이템 봉인 시스템과 랜덤 옵션 부여와 소모성 아이템 제작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제작 동기를 부여하려는 개발사의 의도도 엿보인다.

다양한 업데이트 내용이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PvE를 넘어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펼치는 대규모 항전을 게임의 주요 콘텐츠로 끌어올리겠다는 블루홀 스튜디오의 의지이다.

테라는 향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PvP, PvE는 물론 복수의 월드 서버가 교차되는 공간에서 다른 서버의 게이머들과 함께 PvP와 PvE를 즐길 수 있는 서버 공동구역 '아가이아' 업데이트에 대한 로드맵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영주가 게이머들을 지휘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인 공중 도시 '주라스의 방주'를 통해 게임의 부족한 정치 콘텐츠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테라는 서비스 3개월째를 앞두고 있다. 이 시기는 테라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정식서비스 실시와 함께 3개월 상품을 결제했던 게이머들이 재결제를 할 것인가, 아니면 게임에서 이탈할 것인가가 결정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번에 공개된 신규 업데이트 콘텐츠와 테라의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 게이머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호의적인 반응은 테라의 미래를 낙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하지만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간담회에서 공개된 정보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는 점과 콘텐츠의 컨셉에 부합할 수 있도록 그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테라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만 본다면 테라는 실패한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던 게임의 개발비와 이 작품을 향하던 업계의 관심을 생각한다면, 테라는 이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어야 비로소 기대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희미해진 게이머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게이머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운영이 곁들여진다면, 테라는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테라가 오는 5월에 예정된 업데이트로 다시 한 번 온라인게임 시장에 블록버스터급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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