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러시아 전학생’ 얼로즈, 한국 시장 안착 가능성은?

'러시아의 와우'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MMORPG, 얼로즈 온라인(이하 얼로즈)이 국내 게이머들 앞에 정식으로 선보일 날이 다가오고 있다. CJ E&M 게임즈의 게임포털인 넷마블에서 지난 4일부터 금일(6일)까지 마지막 비공개테스트가 진행됐으니 말이다.

러시아의 게임 개발사 아스트롬 니발이 2년에 걸쳐 약 17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얼로즈는 이미 러시아에서는 '2008년 최고의 러시아 온라인게임', '2009년 최고의 게임' 등을 수상한 바 있을 정도로 게임성을 인정받은 게임이다.

러시아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게임이지만 러시아 시장과 한국 시장은 엄연히 다른 시장이다. 게이머들의 성향은 물론이며, 적은 인구에 비해 대단히 많은 게임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상황은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과연 이러한 한국 시장에서 얼로즈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해외에서 거둔 성과와 게임성만 놓고 본다면 얼로즈는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게임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게임의 엔드 콘텐츠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종족과 직업 구성, 게임의 밸런스 등은 테스트 단계에 있는 게임의 수준이 아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하는 게임이지만 이미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충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임이니 말이다.

판타지와 SF를 결합한 독특한 세계관 덕분에 기존의 국내 MMORPG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얼로즈의 특징이다. 이러한 세계관을 접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크게 신선하다는 반응과 낯설다는 반응으로 나뉜다. 물론 전자는 긍정적인 징조이며 후자는 부정적인 징조인 것은 당연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테스트에서 보이는 게이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존의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종족과 독특한 세계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니 말이다. 게임의 외형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게임의 색감이나 몇몇 캐릭터 디자인에 한해서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한국과는 정서가 사뭇 다른 러시아에서 개발 됐다는 점과, 게임의 세계관이 국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에 게이머들이 이 작품을 '낯설어'하는 것을 우려한 탓일까? 이 작품의 퍼블리셔인 넷마블은 원작의 게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내 게이머들이 이 작품에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갖췄다.

먼저, 인터페이스가 매우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W, A, S, D키를 이용한 이동과 마우스 클릭을 이용한 이동을 모두 지원하고 있으며, 전투 역시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기존에 MMORPG를 한 번이라도 접해본 이들은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Z와 X키를 이용해 대부분의 동작을 처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게임의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 하겠다.

온라인게임의 흥행을 책임지는 요소라 할 수 있는 경쟁 요소는 경쟁을 원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모두 배려해서 구성되어 있다. 얼로즈는 PvP를 즐길 것인지 여부를 게이머 스스로가 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게이머에게 넘긴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전쟁의 깃발'을 활성화 시켜 자유롭게 PvP를 즐길 수 있으며, 이를 원하지 않을 시에는 '전쟁의 깃발'을 비활성화 시키면 타인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PvP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투쟁심을 부추키는 확실한 보상을 내세워 더욱 치열한 PvP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해당 옵션을 활성화 시킨 이들에게는 20%의 추가 경험치가 주어지며, '전쟁의 기치' 아이템을 획득해 무차별 PK를 즐기거나, 해당 아이템을 습득한 게이머를 공격해 평소보다 5배 많은 명예점수를 획득하는 등의 경쟁 요소는 게임에 활기를 띄도록 만든다.

하지만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PvP 콘텐츠와는 달리 퀘스트 진행과 전투는 다소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외 서비스 버전에는 없는 미니맵이 추가됐으며 퀘스트 동선 역시 해외 서비스 버전에 비해 간편하게 개편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퀘스트 진행이 기존의 국내 MMORPG들에 비해서는 어려운 편이다.

국내 게이머들인 게임에 있어 타격감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와우 역시 잘 갖춰진 콘텐츠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이 약해 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얼로즈의 전투 액션과 타격감, 스킬 이펙트 역시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꽤나 심심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점들은 어디까지나 국내 게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문제인 것이지 얼로즈의 게임성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얼로즈가 국내 시장에 들어온 이상 필연적으로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액션이 심심하더라도 게임의 시나리오와 세계관이 탄탄하다면 게이머들은 액션이 아닌 게임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면 되는 일이다. 이번 비공개테스트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얼로즈는 이미 해외에서 꾸준하게 서비스가 되어온 게임이기에 그동안 쌓여온 콘텐츠가 많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콘텐츠를 국내에는 언제 선보일 것이냐는 것이다.

몇 가지 개선점이 있긴 하지만 얼로즈는 전체적으로 탄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다. 한국 게미어들의 입맛에 맞도록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새롭게 개발한다면 더욱 치고 나갈 수 있는 짜임새가 갖춰진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게임의 완성도 외에도 그에 걸맞는 훌륭한 운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어느 시기에 콘텐츠를 선보이고, 게이머들이 계속해서 해당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 것인가를 신경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즉, 퍼블리셔의 게임 의지와 맞물려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넷마블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있으면 적어도 얼로즈가 '집안싸움'을 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인 MMORPG 중에 시장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내고 있는 작품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넷마블 입장에서도 얼로즈를 성공시켜야만 넷마블의 약점으로 꼽히는 MMORPG 진영을 강화할 수 있을 터이니, 이 작품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비공개테스트에서 보여진 넷마블의 운영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실명을 이용한 GM들의 성의 있는 답변은 물론, 서비스 기간 중에 이렇다 할 서비스 장애를 한 번도 일으키지 않은 안정적인 서버 운용 역시 이 작품에 대한 넷마블의 운영에 대해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MMORPG 시장에는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에 딱 맞춰진 다양한 작품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얼로즈가 자신만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넷마블은 유럽에서 일어난 얼로즈의 돌풍을 한국에서도 일으킬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얼로즈는 자신의 명성을 이어가고, 넷마블은 자신들의 약점이라 지목되는 MMORPG 부분을 강화하는 결과를 얻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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