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들 뺨치는 게이머들, 커스텀 패치로 재미 UP!

게임의 그래픽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게임과 관련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게임이 발매하기도 전에 공개된 게임의 스크린샷만 보고도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표현하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숱하게 접할 수 있다. 게임의 그래픽에 게이머들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 하겠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성향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나타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의 게이머들을 과거의 게이머들과 비교하면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단지 그래픽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그래픽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역시 위닝일레븐의 PC버전인 PES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PES 시리즈의 패치를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국내의 몇몇 유명 패처(패치를 제작하는 이들)들이 제작한 패치를 이용하면 게임에 등장하는 팀들의 유니폼, 신발은 물론 선수들의 얼굴까지 모두 고화질 TV 중계를 보는 듯한 그래픽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PES 시리즈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게임 그래픽을 게이머들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단지 선수 그래픽만을 손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카이 스포츠나 ESPN 같은 전문 스포츠 중계방송의 로고를 인터페이스에 적용시켜 게임의 현장감을 살리기도 하며, 영어로 나오는 게임 메뉴를 모두 한글로 수정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게임의 속도나 파울 빈도와 같은 게임성과 관련된 부분에도 게이머들이 직접 관여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PES는 패치 전과 패치 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게이머들의 커스텀 패치로 덕을 본 게임의 또 다른 예로는 크라이시스와 GTA4,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이하 오블리비언)을 꼽을 수 있다.

크라이시스는 워낙에 뛰어난 그래픽 덕분에 국내 게이머들로부터 크라이실사스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고, GTA4는 방대한 맵을 자랑하면서도 시리즈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유지해 전문가와 게이머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은 게임. 오블리비언 역시 2006년 발매 당시만 해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판타지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그래픽으로 일가를 이룬 이러한 게임들이 게이머들의 손에 의해 그래픽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게이머들의 끝없는 욕심은 이들 게임마저도 탈바꿈 시키고 말았다. 소위 말하는 실사패치로 말이다.

크라이시스와 GTA4에 더해진 실사패치는 게임의 전반적인 텍스처를 손 보는 것이 아닌 게임의 색감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진짜 같은 게임의 수준을 넘어 정말 진짜 세계로 보이는 결과를 가져온 패치가 택한 방법치고는 의외로 단순한 방법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포토샵으로 사진의 색감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 원본이 보여주는 그래픽의 수준이 워낙에 높은 편이라 색감 조절과 광량 조절만 하더라도 게임의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블리비언의 그래픽 향상패치는 이보다는 좀 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게임 그래픽의 색감 조절은 물론, 각종 오브젝트에 사용된 텍스처 위에 고화질, 고품질로 새롭게 그려진 텍스처를 덮어 씌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게임의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게이머들이 직접 텍스처를 제작하는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를 발휘했다는 이야기다.

그래픽 향상패치를 적용한 오블리비언의 그래픽은 적용 전과 비교했을 때 아예 다른 게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특히 돌이나 건물 외벽과 같은 경우는 반질반질하게 표현되는 원본과는 달리 울퉁불퉁한 석벽 특유의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나 게이머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각 게임에 적용된 이러한 커스텀 패치들이 지속적으로 버전업을 통해 발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며, 새로운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게이머들이 게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ES 시리즈에 패치를 더해 게임을 즐긴다는 한 게이머는 "원작의 단점을 패치를 통해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패치들이 인기를 끄는 원인 아니겠느냐"라며, "신작 게임이 그래픽은 더 좋을지는 몰라도 게임성은 기존 작품만 못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성 때문에 구작을 즐기더라도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이러한 패치들 덕분에 만족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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