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드래곤플라이의 FPS 노하우, 스페셜포스 2로 드러나다

지난 2009년, 드래곤플라이는 대구 엑스코(EXCO)에서 <스페셜포스 랜파티 2009>를 개최하고 이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드래곤플라이 측의 관계자는 자사의 FPS 게임 개발력에 대한 자신을 보이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드래곤플라이는 국내 최고의 FPS 개발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이다.

저 발언이 나왔던 당시 드래곤플라이의 대표작인 스페셜포스는 동접 상으로는 후발주자인 서든어택에게 다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게이머들의 평가로는 그보다 더 후발주자인 아바에게 고전하고 있던 시기다.

해당 인사의 이 발언을 들은 기자의 머리 속에는 정면 이동보다 대각선 이동이 빠른 시스템과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는, 일반적인 FPS게임의 패러다임을 깨버리는 스페셜포스와 카르마 2 특유의 시스템(?)이 떠올랐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드래곤플라이의 저 발언을 들은 직후 기자의 머리 속에는 단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너무 지나친 자신감이 아닌가?”

그리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드래곤플라이는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또 다른 신작 FPS게임을 선보였다. 최근 비공개테스트를 성황리에 종료한 <스페셜포스 2>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꿨다>
비록 필자가 2년 전에는 드래곤플라이의 <우리가 국내 최고의 FPS 개발사>라는 말에는 동의하는 편이 못 됐지만, <스페셜포스 2>를 체험한 현재는 그들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 정도로 스페셜포스 2는 잘 만들어졌다.

<스페셜포스 2>는 이름만 스페셜포스일 뿐, 전작 <스페셜포스>와의 관련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임이다. 게임의 그래픽은 물론 연출, 게임 템포, 시스템 등 다양한 면에서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한 <스페셜포스 2>의 게임 그래픽은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언리얼 엔진 3의 성능이 전작에서 사용된 엔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덕도 있겠지만 이 까다로운 엔진을 이용해 멋진 세계를 만들어 낸 <스페셜포스 2> 개발진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마땅한 일이다.

게임의 그래픽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움직임 역시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언리얼 엔진 3 엔진 특유의 묵직하고 느릿한 움직임은 온데간데 없고 제법 날렵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움직임 덕분에 보다 쾌적하게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라 하겠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느껴지는 또 다른 강점은 국내 게이머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게임에 충분히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FPS 게임을 서비스하고 e스포츠 리그도 진행한 드래곤플라이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게임성 자체는 다른 경쟁작에 비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지는 몰라도, 게임을 즐기는 층은 더욱 폭 넓고 그 수도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이 게임들이 게이머들이 속도감 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포스 2> 역시 이러한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복잡하지 않은 동선, 수시로 교전이 벌어지도록 만들어진 맵을 통해 게이머들이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전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빠른 게임 진행을 좋아하는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게임 밸런스를 맞춰 내실을 다져야 할 것>
게임 컨셉과 그래픽은 아직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세밀함이 조금은 떨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FPS 게임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타격감과 밸런스 부분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타격감과 피격감의 경우는 상당히 많은 수정이 가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피격 모션이 나쁘지 않음에도 타격감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게임의 밋밋한 사운드와도 연관이 있다. 갈수록 FPS 게임들이 사운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스페셜포스 2>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강화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첫 번째 테스트이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충분히 개선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음 테스트에서도 게이머들에게 “종이 인형을 쏘는 느낌이다”라는 말이 나와서는 게임의 성공에 좋을 것이 없다.

일부 게이머들이 <스페셜저격>이라는 말을 하도록 만드는 편향된 총기 밸런스도 수정이 시급하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와 카르마 2에서도 유난히 스나이퍼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어쩌면 이것이 개발사가 추구하는 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편향된 총기 밸런스는 게이머들이 바라는 게임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저격을 하기 위해 줌을 할 경우, 적을 겨냥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예 없어서 저격수 눈에 띄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어야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스나이퍼 라이플이 빗나가더라도 반동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스샷에 대한 부담까지 적은 편이다.

이러한 요소는 게임을 스나이퍼 위주의 게임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요소이다. 일방적으로 한 가지 요소만을 강조하는 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드래곤플라이 측도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한 조준사격의 활용도도 지나치게 떨어진다. 조준사격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힙샷의 정확도가 너무 높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 사격 자세의 정확도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활용도가 낮은 시스템은 자연히 도태되기 마련이니, 기왕에 도입한 조준사격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픽 좋은 캐주얼 슈팅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물론 드래곤플라이가 원하는 <스페셜포스 2>의 지향점이 <그래픽 좋은 슈팅 게임>이라면 개선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정식 서비스가 기대되는 게임>
몇몇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페셜포스 2>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게임이다. 빠른 속도의 교전을 멋진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FPS 온라인게임 마니아들에게는 늘 매력적인 이야기다.

<스페셜포스 2>라는 게임 자체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다양한 FPS 온라인게임이 시장에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스페셜포스> 시리즈가 지니고 있는 이름값과 이번 작품의 게임성이 더해진다면 신규 게이머 유입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유입된 신규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와 잘 잡혀진 밸런스를 다음 테스트에서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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