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시즈 답지 못한 던전시즈3

농부로 시작해 전설이 되는 독특한 스토리와 다양한 캐릭터를 조작해 던전을 탐험하는 재미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던 던전시즈가 오랜 침묵을 깨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1, 2편 모두 "타도 디아블로"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디아블로와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기에 새로운 시리즈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6년만에 부활인 만큼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픽 엔진이 업그레이드되어 다소 투박했던 과거와는 달리 미려한 화면을 선보이며, 게임 방식 역시 상당 부분 변경되어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참고로 개발사는 가스파워드 게임즈에서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로, 유통사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스퀘어 에닉스로 변경돼 이전 시리즈와 연계성이 아예 없어보이지만 가스파워드 게임즈와 개발 총 책임자였던 크리스 테일러가 감수에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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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그래픽. 칙칙한 던전도 꾸미기 나름
전작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던전 시즈3를 보자마자 확 바뀐 그래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물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래픽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긴 하지만 단지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래픽의 차이가 상당하다. 게임의 주된 배경이 던전인 탓에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단히 어두울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투박한 이미지가 강했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은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여전히 어두운 던전이 주된 배경이지만 확대해도 깨지지 않은 깔끔한 그래픽 덕분에 눈이 피로하지 않으며, 적절한 광원 효과가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많은 지역을 옮겨다님에도 불구하고 로딩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점 역시 칭찬해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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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에서 액션으로. 전투의 재미가 달라졌다
그래픽 뿐만 아니라 전투의 방식도 상당히 달라졌다. 이전 시리즈의 경우에는 다수의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전략적인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추구했는데, 이번 작은 파티 인원을 두명으로 제한하고, 액션의 비중을 높여 세밀한 공방을 구현하는데 더욱 힘을 쏟았다.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4명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모두 공격과 회피, 그리고 방어를 적에 맞춰서 적절히 사용해야만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체력 회복 물약 개념 조차 없어 막무가내 식의 전투 플레이는 자살의 지름길이 된다(적을 죽이면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구슬 같은 것이 나오긴 한다).
이점은 보스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전 작들은 인원수로 밀어붙여서 죽이는 형태의 전투를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은 인원수도 2명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체력 회복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공격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면 계속 죽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게이머는 초반에 선택한 주인공만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주인공이 죽는다면 인공지능 파티원이 무사히 살려주길 기다리며 멍하니 기다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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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킬 역시 전투의 재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캐릭터마다 2가지의 무기와 방어 상태, 이렇게 3개의 동작을 취할 수 있는데, 각 동작마다 3가지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일반 공격과 스킬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다. 각 스킬은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하나씩 얻을 수 있으며, 스킬의 특성에 선택의 여지를 둬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비록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4명 뿐인 탓에 이전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맛은 없지만, 이 스킬 시스템 덕분에 캐릭터를 여러 방향으로 육성할 수 있어 아쉬움을 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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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아쉬운 한글화
던전시즈가 국내에서 많은 판매량을 보인 것은 게임성 측면도 있지만 한글화되어 발매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작은 한글화되지 않았지만 대신 유통사인 인트라랑스에서 대사집을 제공해 엔딩을 보는데는 지장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전작들은 모두 한글화되었다는 것과 이번 작은 중간 중간 대화 선택지를 고르는 시스템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멀티 엔딩이라고 할 정도로 선택지가 게임 진행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대화를 하기 힘들다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즐기는데 방해되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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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평가가 이런가?
지금까지 필자가 소개한 던전시즈3의 모습을 보면 극찬을 받기에는 모자라다 하더라도 심하게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다. 필자 역시 이 게임을 대단히 만족하면서 플레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해먹겠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던전시즈3에 대한 반응은 거의 최악을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필자 역시 그것에 동의를 한다. 이 게임은 결코 던전시즈3가 되어서는 안될 게임이었다.
시리즈 게임들은 대부분 공통되는 특징이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매번 다른 세계관과 시스템을 들고 나오는 파이널 판타지가 팬들에게 지속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다양한 장치들이 게임 내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던전시즈3에서는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만한 요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전략적인 전투는 액션을 강조하겠다는 새로운 시도 앞에 완전 사라져버렸고,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 역시 사라져버렸다. 물론 4명의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지원하긴 한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은 보조캐릭터도 경험치가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파티인원수를 2명으로 제한하고, 조작을 주인공 캐릭터에만 한정지으면서 이 같은 요소가 무의미해져버렸다. 주인공이 죽었을 때 아군 인공지능이 무사히 이동해서 부활해주길 기다리는 것에서 도대체 어떤 전략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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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플레이 역시 기가 막히다. 던전시즈3의 멀티플레이는 방을 만들고, 다른 게이머와 함께 미션을 클리어하는 무난한 방식이지만 이런 류의 멀티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육성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방장이 방을 개설하고 다른 게이머가 그 방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방장의 보조캐릭터를 다른 게이머가 조작을 하게 되고, 미션을 클리어하면 그냥 그게 끝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다른 게이머는 방장이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일 뿐,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뭐 친구끼리 같이 플레이를 하는 기능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도대체 여기에 게이머로 하여금 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요소가 뭐가 있나? 패키지 게임의 멀티 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계속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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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계속해서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왔다갔다 하게 만드는 퀘스트 동선이나, 화면에 보이지 않는 적을 인식해 공격을 어긋나게 만드는 오토 타겟팅 시스템 등 불만거리는 많으나 멀티플레이를 생각하면 이정도는 애교라고 느껴질 정도다(조작에 대한 불만은 조이패드를 사용하면 어느정도 해소된다. 비디오 게임으로도 발매된 게임인 만큼 PC보다는 비디오게임쪽에 좀 더 최적화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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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시즈라는 이름을 머리에서 지우면 재미가 보인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양하다고 하지만 던전시즈3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기존 시리즈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극악의 평가를 내리고, 이 시리즈를 처음 해본 사람들은 그럭저럭 할만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즉, 옵디시언 엔터테인먼트가 던전시즈라는 프랜차이즈에 자신들의 색깔을 입혀 기존과는 다른 게임성을 구현해냈지만, 골수팬들은 새로운 시도에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게임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가 만들긴 했지만 원 개발사인 가스파워드 게임즈도 참여를 했기 때문에 원작과의 연계가 아예 없는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오랜만에 등장하는 만큼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너무 강해 기존의 장점까지 놓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 판단된다. 더구나 2011년에 나온 게임이라는 점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이가 없는 멀티 플레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증폭시키는데 한 몫했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던전시즈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던전시즈라는 이름으로 나와서는 안되는 게임이었다. 머리에서 던전시즈라는 이름을 지우고, 그리고 멀티 플레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개발자들이 이 게임을 통해 선사하고자 했던 재미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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