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타테스트 플레이로보는 디아블로3의미래

오는 3분기 내에 미국에서는 디아블로3의 비공개 시범 서비스(베타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디아블로3가 전작과 달리 무조건 네트워크 연결이 되어야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블리자드 측에서는 미국에서 먼저 서버를 점검한 후 다른 나라로 서비스를 넓혀가겠다고 한다. 동시 베타테스트를 바랬던 국내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아직 국내 서비스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최근 블리자드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서 덩달아 디아블로3의 베타테스트 버전을 플레이 할 기회도 얻었다. 지난 해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2010에서도 플레이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 베타테스트에서는 더 많은 캐릭터, 기술, 그리고 스테이지가 추가됐다. 그리고 정식 발매 판의 첫 번째 액트1 보스인 해골왕도 베타테스트 버전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베타테스트 버전의 첫 느낌은 단단하다 였다. 게임이 큰 허점이 없이 단단하게, 꼼꼼하게 짜여져 있는 느낌이 왔다. 딱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공격과 정해진 스킬의 구현, 그리고 정해진 루트를 찾아 헤매는 형태였지만, 체감되는 전투 밸런스와 느낌은 오랜 기간 담금질을 거친 게임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디아블로3의 직업은 야만용사, 부두술사, 마법사, 수도사, 악마사냥꾼으로 총 5개다. 각각의 직업들은 외모만 봐도 플레이 스타일이 명확해 보였다. 야만용사는 양손에 무기를 들고 사정없이 내려칠 것처럼 생겼고, 마섭사나 악마사냥꾼은 도망다니면서 싸우게 생겼다. 부두술사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달심처럼 변칙적인 스킬을 쓸 것처럼 보였고 수도사는 원거리와 아웃복서의 중간 타입 정도로 여겨졌다.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자 물 흐르듯이 빠르게 진행이 됐다. 메인 무대인 신 트리스트럼에서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따라 NPC를 만나고 해당 지역을 클리어 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해당 던전을 또 클리어 하는 일 방향의 진행이 계속 됐다.

제한된 시간 안에 플레이 하느라 자잘한 퀘스트를 진행하지 못하고 에픽 퀘스트만을 플레이 해 봤는데, 적당한 시간에 새로운 연출이 이어지고, 스토리가 추가되면서 전혀 시간이 가는지 몰랐다. 이런 점이 블리자드의 무서운 점으로 여겨진다. 플레이 타임에 맞추어 적당한 장치를 적절하게 끼워 넣음으로써, 시간이 지남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

자신도 모르게 오래 몰입할 수 있는 몰입성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장점이었지만, 이번 3에서도 그런 점은 매우 크게 다가왔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쉴새 없이 아이템이 쏟아졌다. 실제로 필요한 아이템은 적은 반면, 어쩌다 좋은 무기가 떨어지자 게임의 난이도가 확 바뀌었다.

희귀한 아이템은 노란색이나 파란색 등으로 빛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내게 쓸모없는 아이템은 바로 팔거나 장터에 올릴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이하 UI)을 꾸며놓았다. 인상적인 것은 쓸모없는 아이템을 분해하거나 따로 조합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상자가 생겼다는 것. 이 상자에다 쓸모없는 아이템을 넣고 새로운 아이템을 뽑거나 조합이 가능하니 아이템 재활용 측면에선 썩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템에 대한 이슈는 마을부터 이어지는데, 아이템을 발전시키는 방법이 굉장히 많다. 특히 마을에서 3명의 대표 NPC가 전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아이템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게 디아블로3에서 아이템에 신경을 쓴 것은 아무래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디아블로3의 아이템 현금거래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 디아블로3의 재미있는 특징은 채용한 스킬과 아이템에 따라 캐릭터의 전투 성향이 변한다는 점이다. 처음 플레이를 할 때 마법사를 골라보았는데, 초반에 원거리에서 공격을 하며 도망다니는 캐릭터로 사용하다가 근거리에서 강한 공격 스킬을 채용한 뒤로는 인파이터가 되어 운용을 해도 되었다. 오히려 마법사의 이동 스피드가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인파이터로 공격하다가 빠져 나오다가 하는 멋이 있었다. 같은 캐릭터로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 고 판단이 되었다.

두 번 째 플레이를 할 때에는 수도사를 선택했는데, 이 캐릭터 역시 스킬에 따라 근거리 파이터와 원거리 파이터로의 설정이 가능했다. 스킬은 창을 열어서 쉽게 드래그로 선택이 가능했고, 마우스 좌측 버튼과 우측 버튼에 퀵 설정이 가능해서 극히 초보자가 아닌 이상에는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세 번째 플레이 직업인 부두술사 또한 특성이 명확했고 기이한 동작과 소환술 등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실 여러 캐릭터로 클리어를 했지만 캐릭터 간 밸런스 부분은 스킬에 따라 워낙 달라지다 보니 크게 파악할 정도는 못되었다. 특히나 플레이 했던 버전이 워낙 난이도가 낮아서 빨리 클리어 하다 보니 1시 반 전후로 클리어가 가능했다. 다만 이 경우는 능숙하게 앞으로만 진행했을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서브 퀘스트까지 충실히 클리어하면서 나아가면 4시간 이상 걸린다는 게 블리자드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실제 게임의 경우 베타테스트 버전보다 액트1이 훨씬 길어져서 최소 8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게이머와 협력해서 게임을 즐기면 난이도가 75% 정도 상승한다고 하니 향후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경우 너무 쉽다면 협력 플레이를 하면 될 듯 하다.

한글화 부분은 예상대로 굉장히 퀄리티가 높았다. 다만 플레이하던 당시(지난 7월 말 버전)에는 일부 한글이 영어로 나오는 부분이 있는 등 한글화가 완벽하진 않았다. 그리고 음성의 경우 NPC와 대화하더라도 주인공의 음성만 나온다.

제한된 시간 내에 빨리 빨리 플레이 하다보니 초반엔 신경을 못 썼는데, 중간에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어보니 게임에 대한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음악을 들으며 플레이 하다 보니 음울하고 암울한 지하 세계가 아주 오싹하게 표현됐다. 그만큼 사운드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웬만한 던전 탐험 시의 영화 사운드 보다 훌륭하다는 느낌이다.

총 3개의 캐릭터로 베타테스트 버전의 끝까지 클리어했지만, 주어진 4시간 동안의 플레이로는 사실 극히 작은 부분 정도만 플레이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총평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하지만 총평을 해보자면, 블리자드의 장인 정신은 이 디아블로3에도 아주 절절히 깃들어 있었다.

타격감은 각 캐릭터 별로 명확했고, 특히 특수 기술을 쓸 때는 사운드와 그래픽, 캐릭터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어 타격감이 극대화됐다.

쉬지않고 플레이할 수 있는 몰입성, 다양한 아이템, 그리고 솔로 플레이와 최대 4명의 협동 플레이 등 디아블로3는 충분히 성공할 만한 채비를 갖췄고, 또 자격도 있어 보였다.

아직 미국에서의 베타서비스에 이어 올해 이 게임이 국내에도 출시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겠지만, 디아블로3가 국내 게임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고 국내 게임 개발사들을 긴장시키고 있음은 틀림없다. 10여 년에 걸친 대작의 귀환, 국내에도 베타테스트가 진행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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