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표절논쟁, 게임계의 상황은?

최근 IT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라면 단연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술의 권리를 두고 다투는 이들의 싸움에 IT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표절, 도용 사례에 대한 확인과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사실 표절시비라는 것은 IT 계통은 물론, 미술, 광고, 사진,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표절이 일어나는 콘텐츠 목록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 역시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근래에 가장 많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개발사라면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로프트(Gameloft)를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두고 (게임 도둑)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표절시비에 얽힌 업체가 바로 게임로프트이다.

게임로프트는 아이폰용 RTS(Real 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약자)게임 ‘스타프론트: 콜리전’(Starfront: Collision)을 출시하면서 손가락 끝으로 자원 채취, 건물 건설, 유닛 생산은 물론 전투까지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의 등장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물론 RTS 장르 마니아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 못지 않게 일각에서는 ‘스타프론트: 콜리전’에 대한 표절 의혹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 게임이 블리자드의 대표적인 RTS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표절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세 종류의 종족이 등장하며 이들의 모습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저그, 프로토스와 흡사하다는 것과 각 유닛의 외형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이 이 작품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 근거이다.

물론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RTS 게임에 종족 3가지가 등장하면 모두 스타크래프트 표절이란 말인가? 테란, 저그, 프로토스와 같은 종족은 이미 워해머 같은 기타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한 바 있다’라며 이러한 표절 의혹에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프론트: 콜리전’의 표절 의혹에 힘이 실리는 것은 게임로프트가 이전부터 자사의 다양한 게임에 표절 시비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쉐도우 가디언>은 언챠티드, 는 헤일로, <스파르타>는 갓 오브 워 등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에도 이러한 의혹제기는 이어져 게임로프트의 <렛츠골프> 시리즈는 모두의 골프 시리즈를, <백스탭>은 어새신크리드를 표절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물론 게임로프트 입장에서는 이러한 의혹이 실제 소송으로 치달은 적이 없기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에는 명확한 표절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게임의 컨셉과 분위기가 비슷하더라도 표절이라 주장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모바일과 비디오 게임이라는 플랫폼이 타겟으로 하는 시장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소송이라는 불편한 행동을 굳이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찍이 어뮤즈월드의 리듬액션 게임인 펌프 잇 업이 코나미의 댄스댄스레볼루션(DDR)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네오플의 신야구 역시 코나미의 파워프로야구 시리즈를 표절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 게임들은 모두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가름이 났다. 표절을 주장한 측의 의견이 게임에서 흔히 사용될 수 있는 일반론적인 요소를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요소로 내세운 탓에 강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 했기 때문이다. 또한 펌프 잇 업의 경우는 리듬액션 장르라는 점은 같지만, 춤을 추는 동선 자체가 다르며, 게임성이 그보다 더욱 발달되어 있다는 점 덕분에 표절 시비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의 저작권 개론은 게임의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으며, 게임이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을 지칭하는 이름 역시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즉, 특정 게임이 먼저 시작한 플레이 양식을 후속 게임이 따라했다고 해서 그 게임이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의 표절 논란을 두고 업계의 한 전문가는 “워낙 많은 게임이 나온 상황이기에 소재가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그 게임을 표절작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고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의심이 가는 게임을 무조건 옹호하는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게임사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이렇게까지 같은 의혹을 보이는데도 게임사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이런 의혹을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들의 기획력에도 미심쩍은 부분을 남기게 될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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