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스 오브 워 3, 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다

Xbox360용 FPS게임 기어스 오브 워 (이하 기어워)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지난 2006년 11월, 게이머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인류멸망 직전의 암울한 시대를 나타내는 무거운 분위기,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이 어울릴 법한 외모의 주인공 캐릭터,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동시대의 그 어떤 게임보다도 뛰어난 그래픽으로 표현된다는 점은 이 작품을 더욱 부각되게 만들었다.

또한 많은 게임들이 보다 스피디하고 보다 현란한 움직임을 구현해 내는 것에 집중했던 것과는 달리 묵직한 움직임과 둔탁한 타격감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이 작품이 지닌 최고의 장점 중 하나였다. 인간과 괴물의 대결이 아닌 괴물 같은 인간과 더 괴물 같은 존재들과의 대결은 게이머들의 시선을 빼앗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애초에 3부작으로 출시될 것이라 밝혀졌던 이 작품은 1편과 2편을 통해 많은 의혹과 떡밥을 남겼고, 올해 드디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기어스 오브 워 3(이하 기어워3)가 2011년 9월에 발매된 것이다.

<미친 라인업>을 자랑하는 올 하반기 대작 러시 때문인지 이번 작품에 몰린 관심은 기존 두 편의 작품에 몰렸던 관심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 뿐. 기어워 3를 기다렸던 팬들은 이 작품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어워 3가 기존의 작품들 못지 않은 재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출시 직후, 북미의 게임 전문 웹진들은 이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물론 게임의 스토리나 콘텐츠 구성의 신선함에 대해 지적을 하는 내용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대부분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뷰어의 한 사람으로써 본 기자 역시 북미 지역의 리뷰어들의 의견에 강력히 공감한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취향, 시선의 차이, 리뷰어 개개인의 취향과는 관계 없이 같은 결론을 도출될 정도로 이 게임은 FPS 장르 안에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북미 지역 리뷰어들과 본 필자의 의견이 정확하게 만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재미있다>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몰라보게 거대해진 게임의 스케일이다. 기어워 시리즈는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갈 당시에도 게임의 스케일이 커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이번 3편에서도 나타난다. 1편과 2편 사이에 존재하는 스케일의 차이도 대단했지만, 2편과 3편의 스케일 차이는 그보다 더욱 대단하다. 개발진이 1편과 2편에서는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노력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긴장감을 한 번에 날려버리길 원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게임의 무대가 주로 밤이나 실내 등 시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그려졌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기존보다 시야가 더욱 트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전작의 경우는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탓인지 한 화면에 다수의 적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다수의 적이 아군을 향해 달려드는 장면이나, 스테이지 전체를 파괴할 듯이 덤벼드는 보스와의 대결 등 박력있는 연출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작까지가 전투의 규모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액션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박살내버리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와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아졌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전투가 전작에 비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기존보다 밝은 화면에서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어워 시리즈 특유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선호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점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야가 트이고 색감이 밝아진 만큼 더욱 다양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배경과 기어워 시리즈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광원 이펙트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배경이 밝아졌다고 해서 게임을 관통하는 스토리까지 가볍고 유쾌해진 것은 아니니 이 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누설이 될 수 있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작품의 스토리는 전작보다 훨씬 무겁다. 인류종말을 앞둔 상황을 그리고 있는 게임이니 스토리가 가벼울 수 없음을 감안해도 말이다. 물론 게임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센스있는 대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마냥 무겁게 진행될 뻔한 게임의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게임의 조작 역시 달라진 것이 없으며, 진행 방식 역시 달라진 것이 없어 전작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곧 익숙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기어워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임 엄폐 시스템으로 인한 오조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엄폐물 근처에서 A버튼을 눌러 해당 엄폐물에 밀착해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기어워 시리즈의 엄폐 시스템은 FPS 게임에 은폐, 엄폐 기능을 가장 널리 알린 시스템으로 명성이 높은 시스템. 그러나 초보자들은 달려나가야 할 순간에 오조작으로 은폐를 한다거나, 적의 공격을 뛰어넘기 위해 다이빙을 시도하다가 엉뚱한 엄폐물에 밀착해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도 않고 있다.

게이머의 플레이를 도와주는 아군 NPC들의 인공지능은 대폭 향상됐다. 1편에서는 주인공의 파트너 캐릭터인 도미닉의 인공지능이 너무 떨어져 "뇌가 없는 플레이를 한다"는 뜻의 <뇌미닉>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지만, 2편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개선됐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2편보다 더욱 발전한 인공지능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아군 NPC 뿐만 아니라 적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게임의 규모가 커지고 박력이 넘치다보니 싱글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는 확실히 강해졌다. 그렇다면 전작에서 문제가 됐던 멀티플레이 콘텐츠는 어떻게 변했을까?

전작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멀티플레이 모드의 대전 환경이었다. 매치메이킹 시스템이 너무 느려 한 게임을 하기 위해 수십 분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으며, 네트워크 핑도 무척 안 좋아 렉 없는 대전을 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전작에 처음으로 도입된 호드모드가 없었다면 기어워 2의 멀티플레이는 <쓰레기> 수준이라는 말을 하는 게이머들이 많았을 정도이니 그 심각함을 알만하다.

이번 작품은 그러한 부분이 상당히 개선됐다. 지역에 따른 핑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게임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며, 매치메이킹 시스템도 개선되어 같이 게임을 할 게이머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때때로 팀과 팀 사이의 밸런스가 이상하게 잡히는 경우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이 아니라 큰 불만 없이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어 게이머들은 이를 크게 문제시 하고 있지는 않다.

혹자는 이 작품의 결말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며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까지 폄하하기도 한다. 하프라이프의 성공 이후 FPS 게임에서도 스토리 라인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분명 아쉬움을 표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 하나만 갖고 이 게임의 전반적인 재미까지 비판하기에는 게임의 완성도가 너무나 높다. 또한 게임의 스토리가 못 봐줄 정도로 엉망인 것도 아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오히려 기존보다 집중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

과연 게이머는 인류멸망의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기어스 오브 워 3를 직접 즐기면서 알아보도록 하자. 아무리 대작이 많은 2011년 후반기라지만 이런 스케일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게임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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