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온라인게임의 뜨거운 감자 '작업장' 어째서 문제인가

최근 마비노기에서 진행된 96시간의 점검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이번 마비노기의 장시간 점검은 게임서버의 안정성과 홈페이지 개편을 위해 실시된 것이지만, 이 밖에도 또 하나의 이유를 갖고 있었다. 바로 게임 내 작업장 세력을 소탕하기 위함이 그것이다.

온라인게임의 개념이 생소한 이들에게는 작업장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업장이라는 개념은 실제 생활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온라인게임 세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작업장은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고 아이템을 취득한 후, 이를 판매하는 집단을 뜻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게임 내에만 존재하는 캐릭터와 아이템이지만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이들은 게임 속 세계에서 자신의 모습을 대변함과 동시에 게이머가 게임을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좋은 캐릭터와 좋은 아이템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작업장은 이러한 게이머들의 심리를 이용해 아이템을 판매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집단이다. 아이템 현금거래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를 직업적으로 하는 작업장은 명백히 불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작업장 세력이 자신들이 이득을 얻기 위해 평범한 게이머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작업장 세력 역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판매하는데, 이들은 아이템을 보다 빠르고 많이 획득하기 위해 불법 해킹 프로그램, 흔히들 말하는 오토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을 24시간 쉬지 않고 구동한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동시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에는 제한이 있으며, 좋은 아이템을 보상으로 내놓는 몬스터는 게임 내 특정 구역에 몰려서 나오기 마련. 때문에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작업장 세력이 해당 구역을 점령하고 있게 되면 심한 경우에는 해당 구역에 일반 게이머들이 진입조차 하지 못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게이머들의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냥을 하지 못 하고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 하는 문제를 넘어, 게이머들의 커뮤니티의 장이 되기도 하는 사냥터라는 핵심 콘텐츠 그 자체를 즐기지 못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작업장 세력이 게임 내의 아이템 시세에 영향을 주거나 혹은 이를 조작해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 돈은 이동되고 소비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흐름이 망가질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제 규칙은 온라인게임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게이머들이 게임 플레이를 하도록 만드는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 업체는 아이템 시세의 변동, 수리비 개념 등을 도입해 경제 흐름을 유지하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업장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경제 흐름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실생활에서도 판매자만 있고 구매자가 없다면 해당 경제체계는 내수가 무너져버릴 수 밖에 없다. 작업장은 대규모의 금액, 재화를 판매하기만 할 뿐 구매는 전혀 하지 않으므로 이들로 인해 게임 내 경제 체계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판매할 아이템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시세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기도 한다. 마치 장마철에 농산물 중간상인들이 매점매석을 해 농산물의 가격을 폭등 시키듯이, 이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획득한 아이템을 일부러 시장에 풀지 않는 방식으로 아이템의 가격을 임의로 조정하기도 한다. 게임 내 경제체제 자체를 붕괴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종국으로 치닫게 되면 게이머들은 해당 게임을 떠나 다른 게임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게임을 즐기는 것도 힘든 와중에 게임의 경제까지 무너져 내리면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게임을 즐길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게임 업체는 자신들의 게임 내에 존재하는 작업장 세력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언급한 마비노기의 사례 역시 선량한 게이머들에게 피해를 주는 작업장 세력을 축출하고, 게이머들이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자신들의 게임에 작업장 세력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게임사들의 입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간단하지만 상당한 의미를 지닌 행동이다. 남들은 밝히기 꺼려하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밝히는 행동이 선행되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작업장 세력이 게이머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은 명확하다. 게임 업체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가 아직은 미흡하다고 느끼는 게이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게이머들이 보다 편히 게임을 즐길 수 있기 위해, 남의 것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업체들은 물론 관련 기관과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작은 상처가 곪아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게이머들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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