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유명 인사가 찾아왔다. 아이돌 마스터 2

아케이드로 시작하여 6년 동안 XBOX360, PSP, NDS 등 여러 기종으로 발매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 게이머는 신참 프로듀서가 되어 갓 데뷔한 혹은 아직 데뷔조차 하지 못 한 소속사 아이돌을 국민적 아이돌로 키워야 한다. 아이돌 육성이 게임의 중심이므로 아이돌의 실력, 인지도, 활동 성적, 음반 판매량, 복장 선정, 라이브 스테이지 연출 등 아이돌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거의 대부분 게이머의 손을 거친다. 즉, 국민적 아이돌이란 목표에 도달하느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아이돌로 남느냐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몫이자 책임. 그래서 프로듀서인 게이머와 아이돌과의 동반 성장을 요구하며 이것이 곧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중요 키워드이다. 게임 본편에서도 이 키워드가 잘 살아난 덕분에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아이돌마스터 시리즈는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변화의 아이콘으로서 지금의 명성을 쌓았다. 휴대폰과의 연동이 특징이었던 아케이드 버전부터 심상치 않더니 XBOX360으로 발매한 아이돌마스터에서 변화란 이름의 폭풍이 등장. 게이머들이 UCC 사이트에서 펼친 대활약에 힘입어 공전절후의 히트를 기록한 덕분에 2차 창작의 재조명이 이뤄졌고(XBOX360으로 발매한 아이돌마스터 라이브 포 유는 아예 이 UCC 제작만을 위한 타이틀에 가깝다), 그전까지 겉치레 취급 받던 DLC(Down Load Contents)의 활용은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오죽하면 DLC로 건물 하나 세웠단 우스개 이야기가 떠돌까), 각 상품이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미디어믹스 전략을 성공시켜 기존의 통념을 뒤엎었다. 이 변화야말로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전성기를 연 주역인 셈.

그밖에 PSP용 아이돌마스터를 수록 캐릭터별로 나눠서 발매하거나 NDS용 아이돌마스터에서 프로듀스 할 아이돌을 여장남자로 설정하는 것처럼 시리즈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를 자주 노렸다. 이런 방향성이 있었기에 XBOX360용 아이돌마스터2 역시 전작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나왔으며 정보 공개 당시 그 어떤 시리즈보다 팬들의 반응이 거대하고 뜨거웠다.

그리고 이젠 XBOX360에서 PS3로 기종을 바꿔 다시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보여줬다. XBOX360용 타이틀에 없던 엑스트라 에피소드(이하 엑스트라 모드) 추가, 일부 DLC 아이템 수록, 일본과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인 아이돌마스터2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비롯한 신곡 추가, 게임 데이터 수정 등이 이루어져서 완전판 내지는 확장판이란 느낌이 강하다. XBOX360용 아이돌마스터2를 즐긴 이들이 새로운 게임처럼 즐길 수 있을 정도. 반대로 지금까지 XBOX360이 없어서 아이돌마스터2를 못 즐긴 PS3 사용자들은 기종의 제한에서 벗어나 직접 아이돌들을 프로듀스할 기회가 생겼다.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명성이야 유명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플레이하는 것과는 다를 터. PS3 사용자들에게 이 게임은 명불허전일까? 유명무실일까?

육성은 유명무실, 게임으로선 명불허전

게이머는 총 56주의 기간 동안 세 명의 아이돌로 유닛 하나를 만들어 정상에 올려놓아야 한다. 여기서 강제 이벤트를 제외하면 실제 프로듀스 기간은 46주. 이 기간 동안 최대 5개의 앨범을 발매하고 이 앨범들을 랭킹 상위권에 올려놓는 일이 중간 목표, 첫 활동으로부터 56주 후에 열리는 IA(아이돌 아카데미)대상에 오르는 일이 최종 목표다. 아이돌 평가의 가장 큰 척도는 앨범 판매량인데 이것은 확보한 팬의 숫자, 아이돌의 실력, 오디션 등 직접 플레이하면서 얻는 점수, 조건부 확률로 발동하는 매상 특수 효과 등으로 달라진다. 사실상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대다수가 앨범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셈. 여기에 다른 아이돌과 경쟁하는 페스티벌의 승리를 더하면 아이돌마스터2에서 목표라고 할 만한 과제가 더는 없다.

목표가 적은 게임은 게임의 진행 방향이 명확하여 헤매는 일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돌마스터2에서 이 장점을 느끼기가 힘들다. 육성 시뮬레이션으로서 선택의 폭이 좁은 탓이다. 게임에서 주어진 46주란 기간이 실제 플레이 시간으로 보면 짧지는 않다. 하지만, 영업, 레슨, 상점 방문을 제외한 모든 활동이 1주를 전부 쓴다. 오디션, 라이브, 페스티벌같이 게임의 진행을 좌우하는 콘텐츠가 여기에 해당하므로 정해진 기간 안에 좋은 성과를 내려면 정해진 패턴 몇 가지만 남는다. 가령 초반에 한 주 동안 같이 할 수 있는 영업과 레슨을 반복하다가 이렇게 쌓은 능력치와 팬들을 바탕으로 후반에 행사를 몰아 뛴다던가.

고난이도인 하이퍼 모드에선 이 현상이 더욱 심해져서 능력치만을 위한 복장, 높은 점수를 위한 선곡 등 플레이어의 선택권이 전부 배제되고 오로지 정해진 공식만 따라야 한다. 조건부 확률로 생기는 앨범 판매의 매상 특수 효과나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기자의 출현 여부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이브/로드를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1주마다 자동 세이브만 지원하므로 이것 또한 불편하다). 육성 시뮬레이션은 육성하는 방법과 방향이 다양해야 게이머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플레이 동기를 만들 수 있는데 아이돌마스터2에서 이런 점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육성 요소로는 게임에 집중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돌의 육성 과정에서 게이머가 즐길 게임 그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레슨의 경우 보컬, 댄스, 비주얼 세 분류와 성격에 맞춘 적당한 난이도의 미니 게임을 준비해(레슨끼리 상대적인 난이도 차이는 크지만) 자칫 지루해질 아이돌의 성장 파트를 훌륭하게 포장했다. 리듬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한 오디션, 라이브는 능력치 분류에 따른 점수 차등과 버스트 어필, 추억 어필이란 특수 효과의 활용이 잘 어우러져서 리듬게임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나아가 상대 아이돌과 점수를 겨루는 페스티벌에 와선 상대를 방해하는 요소 하나 늘어났을 뿐인데 새로운 리듬 게임으로 재탄생한다. 아이돌에게 특수 효과를 주는 부적의 장착 여부에 플레이 방법이 바뀌는 것까지 감안하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손색이 없다.

게이머가 무대 바깥에서 활약할 육성 파트(이쪽은 사실 경영에 가깝다)라고 다르지 않다. 아이돌의 활동에 맞춰 주마다 달라지는 지역별 팬들의 숫자와 호감도 변화가 음반 판매량 공식의 한 축이라 같은 기간 육성하여 같은 점수를 내더라도 아이돌의 활동 내용에 따라 음반 판매량이 천지차이. 게이머가 정하는 앨범의 발표 시기와 앨범 판매의 매상 특수 효과를 놓치면 베스트 엔딩이 물 건너가기까지 한다. 그밖에 아이돌의 상태나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게이머의 선택들이 너무나 많아 이쪽을 더 좋아할 게이머들도 적잖게 있을 듯하다.

결국 문제는 과정이 도달할 결말의 부재다. 게임 자체를 재미있게 즐겨봤자 IA 시상식에서 정해진 조건의 수상 여부가 전부다. 이후 남는 건 아이돌들의 반응뿐. 플레이 과정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육성 시뮬레이션에 만족할 게이머가 얼마나 있을까? 활동 내역과 최종 능력치에 따라 게이머가 육성한 아이돌들의 다양한 결말을 준비했다면 게임에 시간을 투자한 게이머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유종의 미가 부족하기에 육성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제 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 아이돌마스터2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재미있게 즐기기 힘들단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은 느끼지 않는 방법이 있다.

판타지는 멀리 있지 않다

아이돌이란 단어 자체는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지만, 지역마다 아이돌을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그럼에도 절대 벗어나지 않는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아이돌을 문자 그대로 '우상'처럼 열렬한 지지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에게 아이돌의 진면목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눈과 귀가 닿는 범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의 언행이 나타나면 그만이다. 즉, 지지자들은 실생활에서 판타지를 즐기고 싶어 한다. 이만큼 '리얼 판타지'란 모순적인 합성어가 어울리는 현상이 또 있을까. 아이돌마스터2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아이돌마스터2야말로 리얼 판타지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아이돌마스터2에서 프로듀스 할 수 있는 9명의 아이돌은 소리 같은 신체 특징은 물론이거니와 게이머가 좋아할 법한 '캐릭터'들을 추리고 추려서 엑기스만 모아 어울리는 요소끼리 묶은 결정체로서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래서 게이머의 취향에 맞는 아이돌이 9명 중 한 명쯤은 있을 확률이 높으며 그 아이돌은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가장 이상정인 행동들만 보여 게이머의 호감을 산다. 영업할 때든, 무대 뒤에서든, 활동 후 뒤풀이에서든, 심지어 사생활에서든 언제 어디서나. 이렇게 해서 아이돌이 좋아진 게이머의 모습은 앞서 설명한 아이돌 지지자들이 즐기는 리얼 판타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아이돌마스터2의 아이돌은 금전적 투자 대신 올바른 선택지 몇 가지와 수월한 게임 진행을 게이머에게 바랄 뿐이다. 일련의 과정은 리더로 지목한 아이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같은 유닛인 나머지 두 아이돌 또한 일반적인 선택지나 대화에서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어필한다(언뜻 큰 의미 없는 대화와 선택지 속에서 캐릭터가 묻어나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런 노림수를 의도한 제작진의 집념에 감탄마저 나온다). 이러다보니 처음엔 관심 없던 아이돌에 새로운 흥미를 느낄 때가 생기고 게임은 다음 회차 플레이나 게임 내 리더 교체 이벤트를 준비하여 게이머의 기대에 부응한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이 아이돌, 저 아이돌 경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돌마스터2의 아홉 아이돌 전부가 게이머의 손을 거친다. 이후 아홉 캐릭터 전부를 공평하게 좋아할지 우선순위를 둘지는 개인의 몫.

아이돌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대한 아홉 명의 아이돌과의 리얼 판타지에 집중하도록 틀이 짜여있다. 우선 아이돌이 메시지 창에 나타나는 내용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적인 대화가 오간다. 몇 가지 패턴이 정해져있어서 그렇지 목소리와 대사에 맞춰 몸짓이 바뀌고 시선처리가 달라지는 아이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어느새 사람끼리의 대화처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메시지를 빨리 넘기면 아이돌의 행동까지 뚝 뚝 끊겨 보기 흉해지므로 일부러 메시지 넘기기가 불편하다). 결국 게이머는 프로듀서로서 아이돌과 함께 웃고 떠들다 게임에 더욱 몰입한다. 여기서 리더로 정한 아이돌과 프로듀서만의 사생활을 다루는 스토리까지 다다르면 그 아이돌은 게임의 데이터가 아니라 게이머만의 어엿한 아이돌로 거듭난다. 다만, 아이돌 별로 스토리 기복이 심한 점, 리더 아이돌의 스토리가 18주부터 시작해 56에 이르기까지 띄엄띄엄 진도를 이어가 집중하기 어렵단 점이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다음으로 아이돌에 입히는 아이템들이 게이머의 애정을 부채질 한다. 아이템은 복장, 머리, 몸, 손, 발 다섯 분류. 가장 눈에 띄는 복장부터 FLORAL, LUXURY, STARRY 세 종류를 바탕으로 여러 칼라 패턴이 있고, EXTEND 카테고리의 복장들은 패턴마다 디자인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종류의 같은 색상의 디자인조차 아이돌마다 직접 입는 복장이 다르다. 여기서 머리, 몸, 손, 발에 부착하는 액세서리까지 나서면 아이돌을 꾸밀 수 있는 가짓수는 어마어마하다. 이 복장들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듯이 프로듀서로서 아이돌 의상 선정에 열을 올리는 자신을 볼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을 꾸미기 위한 열정은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명물 DLC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아이돌마스터2의 DLC의 대다수가 아이돌을 꾸미는 복장과 액세서리. 전작들의 DLC 판매 실적이 아이돌을 꾸미고 싶어 하는 게이머들을 대변한다. DLC는 무료 카탈로그를 다운받아 게임 안에서 상품 정보를 보고 구입하기에 게이머는 직접 PSN에 들어가는 것보다 정보 습득과 구매가 편리하다. 그밖에 게임 머니, 아이돌들이 보내주는 메일 콘텐츠(메일의 유무에 따라 플레이 감각이 천지차이다)처럼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가 카탈로그 안에 들어있어서 아이돌마스터2에 한 푼도 안 쓰기란 매우 힘들다.

마지막은 노래와 스테이지 연출. 애착을 가지고 겉모습을 꾸민 아이돌을 '게이머만의' 아이돌로 완성시키는 단계다. 게임 본편에서는 수월한 진행을 위해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복장 선택과 점수 및 매상 특수 효과를 감안한 선곡을 강요하여 스테이지 자유도를 떨어트리지만, 스테이지 포 유 모드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 여기선 게이머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좋아하는 배경에서 좋아하는 복장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게이머만의 독무대(UCC 제작시 이 스테이지 포 유를 활용한 영상이 많다). 스테이지에서 선보이는 노래와 안무는 실제 아이돌만큼이나 정교하고 사실적이고 매력적이다. 그야말로 아이돌마스터2 제작을 위해 아이돌을 연구한 제작진들의 결정체가 돋보이는 부분. 이 게임에서 '아이돌마스터'와 가장 부합하는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연출만이 아니라 아이돌들이 목소리와 성격에 맞춰서 하나의 노래를 조금씩 다르게 불러 차별성을 선보이는 동시에 곡과 아이돌간의 상성 등 파고들 거리까지 제공한다. 공연 중에 게이머는 패드로 카메라 시점 변경, 사진 촬영, 추억 어필, 버스터 어필(1곡 당 1회)이 가능하며 스테이지 종료 후 영상을 저장하면 언제든지 앨범에서 사진과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덤으로 스페셜 아이돌이라 하여 스테이지 연출을 할 기회가 전혀 없는 961소속 아이돌이나 DLC 아이돌의 무대를 꾸밀 기회까지 제공하니 모드 이름대로 게이머만를 위한 전용 스튜디오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이다.

한편 아이돌을 이야기하면서 PS3에서 새로 등장한 엑스트라 모드를 빼놓을 순 없다. XBOX360용 아이돌마스터2는 아이돌마스터1에서 등장한 아이돌 중 4명이 별개의 유닛으로 활동하여 게이머와 접점이 대폭 줄었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 아이돌에 빠져든 과정이 이미 전작에서도 일어난 일이었고, 아이돌 4명의 이탈은 해당 아이돌의 팬들로선 날벼락이었기에 논란이 많았다. 엑스트라 모드는 이 문제를 보완해주는 미니 시나리오로 한 아이돌당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량이 짧기 때문에 나오는 건 페스티벌 스테이지와 짧은 선택지 이벤트가 전부이지만, 이것을 만회하고도 남을 시나리오가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다. 본편에서 밀도가 떨어졌던 스토리 진행과 달리 짧은 분량 안에 게이머가 바라는 아이돌의 모습이 쏟아지니 아이돌의 개성과 이야기를 즐기기엔 본편보다 훨씬 알차다. 시나리오 클리어와 육성 성과에 따라 덤으로 등장하는 특전도 알차고. XBOX360용 아이돌마스터2 발매 이후 낙심했던 해당 아이돌의 팬들이라면 이것만으로 PS3용 아이돌마스터2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한 아이돌마스터2의 매력은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큰 양날의 검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게임의 컨셉을 위해 편의성을 희생했다. 메시지 자동 진행, 선택지 시간제한이 연출을 살려줄지언정 메시지를 읽는 게이머의 편의성을 보장하진 못 한다. 스타트 버튼으로 메뉴를 띄워 화면을 멈추는 정도로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다 여기는지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대화문 자동 진행을 고집하고 싶었으면 차라리 메시지 창을 포기하고 실시간 이벤트 영상이나 CG무비로 대체하지, 제약이 심한 메시지 창을 가지고 여기까지 연출을 끌어올린 기술력이면 굳이 거의 모든 진행에 메시지 창을 달고 다닐 이유가 없다. 그리고 정작 일시정지가 필요한 오디션, 라이브 등 실시간으로 게임이 흘러갈 땐 메뉴를 못 띄워 아예 손을 놨다가 타이틀로 돌아와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재도전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돌과 게이머의 교감을 부각시켰지만, 아이돌들을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그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게이머들에겐 오히려 부담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다. 게임의 어디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가상과 현실을 철저하게 구분하거나 필요 이상 감정이입을 자제하는 게이머들에겐 처음부터 가상 캐릭터를 내세우는 전략이 안 통한다. 몇몇 이들이 아이돌들과 목소리 맞추기, 영업장소 찾기, 가위바위보, 파이팅 구호 맞추기를 비판하는 것도 저런 이유. 육성 시뮬레이션으로서 부족한 상황에서 캐릭터의 매력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더 많은 게이머를 끌어모을 수 있는 잠재력을 스스로 저버렸다. 할 사람만 노리는 게임이 비단 아이돌마스터2 뿐은 아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도 그 길을 포기한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이돌은 이제 당신의 것

아이돌마스터2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이다(호불호가 아니다). 그것도 눈에 보이는 장애물이 아니라 아이돌에게 얼마나 마음을 열어줄 수 있느냐, 달리 말하면 마음의 장벽의 높낮이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크게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좋은 게임, 잘 만든 게임임에도 게이머의 마음가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 중 하나. 그래도 XBOX360 시절부터 입소문을 듣고 구경만 하던 PS3 사용자라면 한 번 쯤 손을 내밀어 봐도 좋은 게임이다. 안타깝게 자신과 맞지 않는 게임이여도 '좋은 플레이 경험'을 남기엔 충분한 저력을 자랑하니까. 만약 자신과 맞는 게임이다? 그럼 자기만의 아이돌 세상에 빠져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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