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그오브레전드, 성공엔 깜짝 놀랄 전략이 숨어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가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2년 전부터 북미에서 위맹을 떨치고 있었고, 이미 많은 국내 게임 매니아들이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던 만큼 한국 출시와 함께 갖가지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유명 인터넷 포털에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PC방 순위도 8위까지 빠르게 치솟았다. 인터넷 방송 또한 놀라울 수준인데, 아프리카TV의 경우 매일 저녁 6시 기준,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방송은 평균 약 20여 개에 이르고 시청자 수는 1,500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같은 시간대에 중계되는 다른 게임이 평균적으로 10여 개 안팎의 방이 개설되고, 시청자 수가 2~300명임을 감안해봤을 때 놀랄만한 수치다.

왜 그렇게 LOL이 인기가 많을까. 직접 플레이 해 보니 알 수 있었다. LOL은 게임의 재미를 떠나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요소를 매우 많이 가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점은 바로 매치 메이킹 시스템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싸울 사람이 있고, 나보다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이 있다. LOL도 외형적인 모습만 보면 큰 차별점은 없는 것 같지만, 내가 못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내가 이기도록 매치 메이킹이 됐다. 즉, 대부분 절반 이상 승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싫증이 나기 보다 흥미가 더 생겼다.

같은 캐릭터이더라도 수십 가지의 조합을 할 수 있고, 못하는 사람을 잘하는 사람이 조력할 수 있는 구조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었고 여기에 다른 사람들과 연합해서 게임을 즐길 경우 잘하면 내 탓, 못하면 남 탓을 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이 게이머들의 이탈을 막아주고 있었다.

또 게임 내에 텐션 조절이 극단적으로 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LOL에서의 승리는, 일반적으로 굉장히 강렬한 성공체험으로 남는다. 반면에 지면 정말 열 받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겼을 때의 성공체험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당장은 졌더라도 왠지 다음에 또 하면 그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심어줬다. 한 번 더 도전하게 하는 동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LOL에 대해 분석하다 보니 ‘북미에서 이미 2년 이상 서비스가 되었는데, 어떻게 한국에 잘 정착을 하게 되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궁금증은, LOL을 서비스한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최근 LOL의 국내 정식 서비스와 함께 북미서버 이용자들을 무료로 이전하게 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북미에서 즐기던 게이머들이 북미에서 돈을 쓴 아이템을 한국에 공짜로 가져오는 것이니 언뜻 보면 손해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미에서 숙련된 게이머들이 한국 서버로 이전되면서 처음하는 게이머와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만약 북미에서 즐기던 게이머들이 한국에서 다시 시작했다면 수많은 초보자들을 학살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LOL에서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면서 오히려 고수들을 쫓아가려는 초보자들의 영입을 더 늘리는 계기가 됐다. 또 북미 출신 고수들의 화려한 의상이나 아이템을 보고 오히려 현금 구매를 하려는 초보자들도 대폭 늘었다.

또 코옵(CO Operation)과 같은 협동 모드가 난이도가 낮아서, 처음하는 사람들이나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 것도 인기의 정점을 찍는데 도움을 준 요소로 분석됐다.

부분유료화 시스템 또한 LOL이 가진 최대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을 만 하다. 우선 LOL은 돈을 써서 내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 없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평등이라는 걸 가장하고 있는 식이다.

부분유료화 모델 자체를 보면 한국 게임사가 보기에는 돈 벌 의지가 없어 보이는 요소인 것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이 게이머들에게는 공평한 요소가 되어 장점으로 돌아왔다. 적어도 게임 내에 ‘저 녀석은 돈을 써서 이긴 거다’ 라는 식의 비아냥이 없었고, 사람들이 더 많이 하는 요인이 됐다. 돈을 쓰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스킨이나 능력치 같은 건 붙어 있지 않은 방식, 국내의 캐주얼 게임들이 어설프게 돈 쓰도록 유도하다가 망한 것을 생각하면, 라이엇 게임즈의 전략이 탁월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여러 전략 속에 LOL은 공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빠르게 안정화 단계를 거듭하고 있다. 또 빠르게 국내 게임 순위도 치솟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정도 추세면, 내년 상반기에 정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고 국내 5대 게임 중 하나로 안착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e스포츠로써 스타크래프트가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는 이 때에, PC방 순위의 상승과 함께 박차고 나오는 LOL의 기세는 어느정도 확장될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국내의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국내 게임 시장의 포화를 한탄하면서 의례히 포기하기 일쑤인데, 라이엇 게임즈처럼 고농도의 전략을 세워서 도전한다면 여전히 큰 열매를 수확할 가능성은 있는 것이 아닐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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