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메이커' 게임위, 디아블로3 이전엔 무슨 문제 있었나?

디아블로3의 심의 지연 사태는 말 그대로 국내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 12월 2일부터 시작된 디아블로3의 등급분류 심사가 수 차례 연기되며 이제는 블리자드가 약속했던 글로벌 출시 일정까지 알 수 없게 됐으니 이번 사태는 국내 게임업계를 넘어 전세계 게임업계의 핫 이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디아블로3가 최초로 등급심의 물망에 올랐던 12월 2일. 그 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는 게임 내에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거래 할 수 있는 디아블로3의 현금거래 시스템을 문제로 삼았다.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블리자드는 논란의 중심에 선 디아블로3의 현금거래 시스템을 삭제한 버전을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사에 제출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이라 공언하던 시스템을 삭제한 버전이 제출됐다는 소식은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일각에서는 이제 게임의 등급심사가 통과되는 일만 남았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세 차례의 등급심사가 진했됐음에도 디아블로3의 등급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등급심사를 통과하지 못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등급심사에서 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게임위
게임위

애초에 문제가 됐던 부분을 완전히 삭제했음에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 게임위는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현 시장 상황이 게임위가 디아블로3의 심의를 쉽게 다루지 못 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는 1월 22일부터 개정된 게임법이 시행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든 정부가 게임업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세우고 있다는 점과 등급판정을 기다리는 사행성을 띈 아케이드 게임의 심의가 산재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꼽는 디아블로3의 심의지연의 원인이다.

또한 현금거래 시스템이 포함된 게임을 개발하고 디아블로3가 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을 살펴본 후에 심의를 통과할 방안을 모색 중인 개발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디아블로3의 심의를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자칫하면 디아블로3의 건을 발판삼아 다양한 게임들이 심의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금 거래 시스템이 삭제된 상황이라면 곧 바로 디아블로3의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게임위가 게임의 등급을 정함에 있어 대중의 반발을 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게임위는 게임의 등급을 심사함에 있어 대중의 공감대와는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대 납득하기 어려운 등급 판정을 내린 적이 수 차례 있었다.

게임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지난 2004년에 게임보이 어드밴스(GBA)용 파티게임 '마리오 파티 어드밴스'의 이용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로 판정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미니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폭력성과 선정성과는 거리가 먼 게임이다. 하지만 당시 영등위는 이 작품에 포함되어 있는 미니 게임 중 파칭코를 연상시키는 슬롯머신 게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점이 사행성을 부추킨다고 이 작품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책정했다.

또한 "15세이용가 등급으로 신청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신청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영등위 관계자의 해명은 게이머들로부터 더욱 커다란 비난의 목소리를 유발하기도 했다. "그럼 당초에 15세이용가 등급을 받을 게임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내렸다는 말 아니냐"는 것이 당시 게이머들의 반응이었다.

게임위는 2008년에는 EA의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 3'에 15세이상 이용가 등급을 내리며 다시 한 번 물의를 빚었다. 게임 내에 욱일승천기가 등장하고, 일본군이 동북아 지역을 점령한 후 일왕이 전세계에 선전포고를 내리는 장면이 포함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게임위 내에서는 심의 당시 이 작품이 그릇된 역사관을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나마 15세이상 이용가 등급이 나온 것이 다행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군국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이 작품은 게임에 등장하는 일본군을 희화화 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실제로 일본의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을 정도로 이 작품은 군국주의와는 거리가 먼 게임이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게임위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상당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 게임을 제대로 알지 못 하는 이들이 게임을 평가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디아블로3의 연이은 등급심사 보류 이후 게임위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눈초리는 앞서 언급한 '마리오 파티 어드밴스'와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3'의 심의가 물의를 빚었을 당시의 그것과 흡사하다. 아니, 이러한 사례를 통해 신뢰를 잃어온 만큼 이전보다 더욱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아블로3의 심의가 워낙에 민감한 사안이라 게임위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당초 논란이 됐던 부분이 삭제됐음에도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게임위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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