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논란 ⑤] 게임 탓 하는 정부, 국내와 해외의 차이점은?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등 정부 3개 부처가 일제히 게임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며 게임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들 부처의 행보는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그 목표는 명확하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의 원인을 게임 탓으로 간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없고 책임전가에 몰두하는 이들 각 부처의 모습에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을 하지 않는 네티즌들마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재미있는 것은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일련의 행동이 해외에서도 똑같이 나타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흡사할 뿐, 그 결말은 국내 사례와는 전혀 다르게 결정지어졌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사회 문제를 게임 탓으로 돌렸던 대표적인 해외 사례는 무엇이 있으며, 그 결말은 어떻게 났는지 살펴보자.

국내 사례와 비슷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찾을 수 있다. 오클라호마주의 윌 포킬 하원의원은 최근 등급심사를 받는 모든 컴퓨터, 비디오게임에 1%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윌 포킬 하원의원은 비디오게임이 비만과 학교 내 괴롭힘에 관련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을 업체에게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국내 정부 3개 부처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윌 포킬 의원은 이러한 반응은 거센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는 윌 포킬 의원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비슷한 조례가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실망스럽다”고 협회 차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윌 포킬 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정치적인 목적을 띄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2년마다 미 하원의원 선거가 실시되며, 선거철이 되면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때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법안을 추진하는 이들이 있다. 윌 포킬 의원의 이번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위에 사례에서 잠시 언급된 것처럼 미국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게임 탓으로 돌리며 이에 대한 제제를 가하는 법안, 조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폭력묘사 게임 판매금지’ 조례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렸을 정도이다.

각 국의 게임시장의 특징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그리스 게임시장이다. 이유는 하나. 그리스에서 적용됐던 ‘자국내 게임 이용 및 판매 전면금지’를 모토로 하는 법안 때문이었다.

해당 법안은 그리스 내에서는 물론 EU에서도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해당 법안은 지난 2002년에 위헌판정을 받게 됐다.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의 기본권을침해하는 법안이 무효화 된 것이다.

이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을 향한 정부의 책임 전가는 해외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전가에 대해서는 업계와 대중의 혹독한 비판이 따른다.

ESRB(미국게임등급위원회)와 PEGI(유럽게임등급분류협회)의 기준을 충실히 따르는 해외업체와 게이머들이지만 정부의 강제적이고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해동에는 강렬한 반발을 보인다. 정부 역시 이러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내 사례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귀를 닫아버리고 자신들의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 만으로는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법안에 대한 현실적인 수정안을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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