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향한 과학적 비난? "그거 근거는 있는거야?"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 '게임을 하는 이의 뇌는 마약 중독자의 뇌와 비슷하다', '게임이 학교폭력을 부른다'. 최근 게임을 향한 언론의 비난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들은 언급한 예시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이들 사례를 뒷받침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을 위시한 중, 장년층처럼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러한 보도에 술렁이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 현상과 게임의 인과관계를 들먹이며 게임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이들의 보도가 이들 계층에게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게임의 유해성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과학적 근거'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사례는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거나 억지 주장으로 학계에서도 무시당하는 사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문제다.

<'짐승뇌'를 주장하려면 제대로 된 실험부터 진행하라>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발언으로는 '게임을 하면 짐승의 뇌가 된다'는 주장을 꼽을 수 있다. 현 정부의 게임죽이기를 대변하기도 하는 이 발언은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가 2002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게임뇌의 공포'를 통해 처음으로 주장한 이론이다.

하지만 이 이론이 처음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해당 이론은 일본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 하고 있는 이론이다. 애초에 이 이론이 모리 아키오 교수의 저서에만 언급되어 있을 뿐, 정식 논문으로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리 아키오 교수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증명을 해내지 못 했으며, 자신이 주장하는 바의 근거로 삼는 실험 역시 너무나 적은 수의 표본집단을 상대로 진행됐다는 점 때문에 학계의 신뢰를 얻지 못 하고 있다.

<교과부, 게임 규제를 위해 시대착오적인 통계를 현재의 사례에 인용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최근 학교폭력의 원인을 게임 탓이라 주장하며 게임에 대한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았다. 교과부는 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NYPI Youth Report'를 근거로 내세우며 한국의 청소년들이 서양의 청소년들에 비해 너무나 많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실제로 교과부가 내세운 'NYPI Youth Report'에는 각 국가별 15세~24세 집단이 하루에 컴퓨터, 비디오게임을 얼마나 즐기는 지에 대한 자료가 나와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령대의 사람들이 미국은 25분, 독일은 13분, 스웨덴은 9분, 영국은 6분씩 게임을 즐긴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과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평균 46분씩 게임을 하는 한국 청소년들은 이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교과부가 근거로 내세운 이 통계자료 자체가 10년도 더 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 자료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2007년 핀란드의 한 대학에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핀란드의 15세~24세 청소년들은 하루에 약 1시간 17분의 게임을 즐기며 영국, 미국 청소년들 역시 하루에 약 2시간의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한국 청소년들은 이들에 비해 절반 이하의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과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과거 사례를 지금의 사례인양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게임에 대한 편향적 보도에 우려를 보이다>

신경과학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학술지인 '네이처 리뷰 뉴로사이언스'는 최근 언론들의 편향적인 게임 폭력성 실태 보도와 일부 연구 결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네이처는 지난 12월호를 통해 세계 각국의 여섯 명의 의학 전문가들이 ‘비디오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Brains on video games)’을 주제로 토론한 내용을 게재하고, 게임중독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당 토론에 참가한 의학 전문가들이 '폭력적 게임에 노출된 이용자들의 공격성이 높아진다'는 과거의 연구 사례가 편향적 해석에 의한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게이머와 비게이머에 대한 비교 단면 연구 결과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단편적인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는 비디오, 컴퓨터 게임이 뇌를 손상시키는 등의 결과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개별 게임에 따라 뇌에 영향이나 자극을 미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결과를 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도 미국 텍사스 A&M대학 연구팀,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들 역시 게임과 폭력성을 결부짓는 주장 대부분이 명확한 증거가 없이 막연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게임보다는 개개인의 성격이나 정신적 문제, 가정 폭력과 대인관계가 폭력 충동을 자극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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