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키워보자!

이번에 소개하는 게임, 어콰이어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보드 게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0년 전인 1962년 만들어져, 재판을 거듭하며 아직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미뤄봐도 전 세계적인 어콰이어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보드 게임 역시 일반 게임이나 책과 같이 인기를 모을 경우, 계속해서 판을 거듭하며 출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처음 찍은 게임만 겨우 판매되고 바로 절판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어콰이어는 각종 보드게임 추천 사이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게임이지만, 그 수상 내역을 살펴보면 생각만큼 상복은 없었다. Spiel des Jahres (올해의 독일게임 대상)을 시상한 원년도인 1979년, '토끼와 거북이'라는 게임에 대상을 양보하고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또 다른 독일의 저명한 보드게임상인 Deutscher SpielePreis 에서는 5등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미국계 보드게임 잡지인 GAMES Magazine에서 명예의 전당에 추대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지만, 어콰이어는 분명 명실상부한 최고의 게임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여기서 잠깐, 어콰이어를 제작한 디자이너인 시드색슨을 얘기해야겠다. 그는 독일인 일색인 명보드게임 디자이너 속에 당당히 선 미국인이었다. 그는 포커스라는 게임으로 1981년 Spiel des Jahres(올해의 독일게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캔트스탑과 같은 주옥같은 게임도 여럿 남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년 말 세상을 달리하며, 더 이상 그가 만든 게임을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

어콰이어는 출시된 시기를 보아도 알겠지만, 미국과 독일권에서 다양한 에디션으로 출시되었다. 지금 시중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어콰이어는 아발론힐-하스브로 버전으로 미국쪽으로 고려하면 대략 3rd 에디션이라 볼 수 있다.

게임은 회사를 설립, 합병하여 주식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간단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업간 M&A를 다룬 게임인데, 여기서 괜히 주눅들 필요는 전혀 없다. 말이 그렇지, 실제 게임은 초등학생도 눈감고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먼저, 390mm(가로) * 265mm(세로) * 90mm(높이)의 뭔가 있어 보이는 묵직한 박스를 열어보면, 380mm(가로) * 250mm(세로) 크기의 까맣고 올록볼록한 보드가 있다. 그리고, 숫자가 영어가 쓰인 108개의 블록이 있고, 7가지 색상의 예쁘게 생긴 건물탑 모형과 7개 색상의 주식, 그리고 돈과 게임 진행 정보가 적힌 요약카드가 들어있다.

콤포넌트를 자세히 보면, 108개에 달하는 블록과 검은 보드 사이에 쓰인 숫자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블록이 보드상에 정확히 끼워진다는 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블록은 해당하는 글자가 적힌 보드 위에 끼우게 만들어진 것이다. 게임 진행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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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콰이어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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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콤포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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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각각의 플레이어는 남들이 보지 않게 6개의 블록을 가져온다. 자신의 턴에 플레이어는 6개의 블록 중 1개의 블록을 정확한 자리에 끼운다. 다음으로, 설립된 기업의 주식을 3장까지 구입하고, 바닥에 쌓인 블록들 중에서 1개를 가져와 다시 수중의 블록을 6개 만든다. 이것이 턴의 끝이다. 블록을 해당하는 자리에 붙이고, 주식사고, 블록 1개 보충하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이 얼마나 간단 명료한 룰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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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건물 블록, 그리고 돈을
정리해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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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플레이어마다 각각 6천원과 블록 5개,
그리고 요약표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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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내용만으로 봐선 룰은 간단하지만,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기 힘들 것이다. 먼저, 어콰이어에서 뜻하는 기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어콰이어의 기업은 두 개 이상의 블록이 연달아 붙어있는 건물을 뜻한다. 연달아 붙어있다는 말은, 한 개의 블록을 기준으로 위, 아래, 왼쪽, 오른쪽 4개 방향 가운데 바로 인접하여 또 하나의 블록이 붙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2개 이상의 블록이 붙으며, 필수적으로 7개 색상의 예쁜 건물탑 모형 중 한 개를 가져와 조금전에 설립된 기업 위에 올려놓는다. 이것으로 해당하는 기업이 설립되고, 그 기업이 어디인지를 모두에게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드 상에 설립된 건물에 한해서만 주식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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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해당하는 보드 위에 끼워 넣고,
2개 이상 연결되면 기업을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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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콰이어의 기업은 모두 7개로, 그것보다
많은 기업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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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에는 합병에 대해 알아보자. 합병은 말 그대로 두 개 기업이 합쳐지는 것을 뜻하는데, 어콰이어 게임상에서는 두 개 이상의 기업 사이에 새로운 블록이 연결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느낌 그대로를 게임상에 재현해놓은 것이다. 이렇게 두 개 이상의 건물이 합병되면, 작은 기업이 무조건 큰 기업에 합병되고, 합병되는 작은 기업의 주식수를 따져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대주주 보너스를 주고, 2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소주주 보너스를 준다. 이러한 보너스는 게임 정보를 요약한 요약 카드를 통해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며, 기업이 클수록, 즉, 해당 기업을 이루는 블록이 많을수록 이러한 보너스는 짭짤하다. 합병은 경우에 따라 3개~4개의 기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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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합병이다. 두개의 기업사이에 블록이
끼워지면, 대주주, 소주주를 가르고
주식을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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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당한 기업은 보드 위에서 사라지고,
다음 건설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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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합병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무조건적으로 합병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고, 실제로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콰이어 게임에서는 이러한 면도 놓치지 않았는데, 블록이 모두 11개 이상으로 이뤄진 경우 안전기업이라 하여 다른 기업에 더 이상 합병되지 않는다. 어콰이어 게임의 특성상, 합병을 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크기가 줄어드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안전기업이 되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기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안전기업으로 성장한 경우에도 역시, 자잘한 기업은 합병을 통해 흡수하며 더욱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에 안전기업끼리는 서로 합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이를 합병, 즉 연결하는 블록은 사용치 않고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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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의 보라색 기업은 11개 이상의 블록으로 이뤄져, 안전기업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기업에 합병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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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의 주황색 기업이 보라색 기업에
먹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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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보라색 기업은 더욱 강성해지고,
왼쪽 위에 노란색의 새로운 안전 기업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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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느 정도 게임의 진행이 머리 속에 와 닿는가. 사실, 앞서도 말했지만 보드게임은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만으로 게임을 맛보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다. 그래도, 몇몇 게임을 접하다보면, 나름의 게임 센스를 얻게 되고 보드 게임이 대략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콰이어는 물론, 앞으로 소개하는 보드 게임 리뷰를 통해 최소한의 호기심만이라도 발동했다면, 어떻게든 게임을 진행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요즘 같아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보드게임카페이다. 또한, 어콰이어는 조이온에서 거상이라는 온라인 게임으로도 서비스하고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플레이를 해보기 바란다. 참고로, 조이온의 거상은 어콰이어의 일부 룰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룰의 이해가 모자라서 그런 것인 지는 모르겠으나, 어콰이어의 전체적인 진행이나 대략의 재미를 느끼는데는 손색이 없다.

어콰이어의 최종 목적은 최고의 부호가 되는 것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일정한 돈을 갖게 되는데, 이것으로 기업의 주식을 적절하게 구입해서 돈을 불려가야 한다. 한데, 어콰이어의 주식 구입과 판매는 현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 있다. 현실의 경우에는 유망 기업의 주식을 구입해서, 그 가치가 높아졌을 때 되파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콰이어에서는 한번 구입한 주식은 해당하는 기업이 합병을 당할 때까지는 절대 팔 수 없다. 때문에 초반에는 크게 될 회사보다는 작게 합병당할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만, 합병을 당해 대주주, 소주주 보너스를 챙기고, 해당 주식을 판매해서 더욱 많은 돈을 가지고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역시 이해가 힘들 것이다. 자, 그럼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개똥이와 말똥이가 있다. 개똥이는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블록 4개짜리 기업 퓨전에 모든 돈을 쏟아 부어 주식을 구입했다. 한데, 말똥이는 그 옆에 비리비리한 블록 2개짜리 기업 색슨에 돈을 투자해 주식을 구입했다. 퓨전은 계속 커져, 주식만의 가치로 봐선 개똥이가 게임을 리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데, 색슨 기업이 퓨전 기업 사이에 블록이 놓이게 되었다. 당연히 비리비리한 색슨 기업은 퓨전 기업에 합병당하게 되는데, 덕분에 말똥이는 색슨 기업의 대주주가 되어 4,000원의 대주주 보너스를 얻었다. 게다가, 색슨 기업의 주식까지 개당 400원에 팔아치웠다. 결국, 말똥이는 개똥이가 구입한 퓨전 주식의 개수보다 더 많은 주식을 구입하고도 돈이 남아 다른 곳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런 것이 어콰이어의 초반 게임 진행인 것이다. 한데, 이는 게임 중후반이되면 또 달라진다. 그 때까지 게임을 잘 진행했다면, 돈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모을 수 있는데, 이때부터는 앞으로 잘 나갈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러한 기업들의 대주주, 소주주 보너스는 초반 기업들의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꽤나 두둑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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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D 블록을 놓음으로써, 주황색 기업,
녹색기업이 동시에 보라색 기업에 합병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작은 기업은 어쩔 수 없이 큰
기업에 흡수되는 것이 어콰이어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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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기업의 블록수가 41개를 넘어섰다.
이때, 해당 플레이어가 게임 종료 선언을
했고,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계산하는
마지막 단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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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게임은 흘러 흘러, 보드상에 남은 모든 기업이 안전 기업이 되었거나, 아니면 한 개의 대기업이 41개 이상의 블록으로 이뤄진 경우, 게임은 종료된다. 한데, 재미있는 점은 위의 상황이 왔다고 무조건 게임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의 종료 조건을 확인하고, 해당 턴을 진행하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종료하자"고 선언해야만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된다면 종료 선언을 하지 않고 다음 플레이어가 진행하도록 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때 다음 플레이어가 "게임을 종료한다"고 얘기하면 거기서 게임은 끝나고, 그 역시 계속 진행하고 싶다면, 다음 플레이어가 진행하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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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주식을 공개하고,
각 기업별 대주주, 소주주를 가려
최종 승부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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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버! 결국 6천원의 초기 자금으로,
6만원에 해당하는 자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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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어콰이어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어떤가. 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콰이어를 플레이해보고픈 마음이 용솟음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리뷰어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지,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얘기해주고 싶다. "어콰이어는 최고야~"

이번에는 어콰이어의 옵션룰을 잠시 얘기해보겠다. 어콰이어는 본래 기업이 아닌 호텔 사이의 설립, 합병을 다룬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번 3rd 에디션에서 그 디자인과 호텔 이름을 전부 바꿔, 기업의 이미지로 일신하였다. 게임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진행 방식은 완벽히 동일하니, 게임성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세련된 콤포넌트와 현대적인 기업 이름등 때문에 이번 3rd 에디션이 더한 가치를 가진다고도 생각된다.

어콰이어의 첫 번째 옵션룰은 주식과 돈의 공개 여부이다. 주식과 돈을 공개하면, 게임은 기업 블록을 놓고, 주식을 구입하는 과정이 더욱 절대적인 승리 요소가 되어 상당히 전략적인 게임이 된다. 두 번째 옵션룰은 특수 카드의 사용이다. 특수카드에는 주식 구입 개수의 한계를 늘려주는 것과 블록을 더 많이 가져오게 하는 것, 주식을 공짜로 가져오게 하는 것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콰이어의 절대적인 흐름을 깨는 짜증나는 요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전체적인 의견이 그러했기 때문인지, 3rd 에디션에서는 이러한 특수카드가 빠졌다.

어콰이어, 무덤까지 가지고 가고 싶은 게임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블록을 가져오는데 따르는 운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과, 초반의 게임 진행 흐름이 후반까지 변하기 힘들다는 점, 즉 초반에 밀리면 헤어나기 힘들다는 점, 또한 플레이어 사이에 상대를 견제하는 딴지의 요소가 별로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간단명료한 룰, 운과 전략의 적절한 조화, 멋진 콤포넌트가 어울러진 어콰이어는 누가 뭐래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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