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소울, “100명 이상의 성우가 동원될 것”

게임에서 그래픽과 함께 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전해주는 요소라면 사운드를 꼽을 수 있다.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극대화 시키는 것은 물론 시각으로 전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은 게임 내 사운드가 가진 힘이다.

두 차례의 비공개테스트를 실시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의 시네마틱 영상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게임의 영상미도 영상미지만 영상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사운드가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300개의 테마, 100여 명의 성우를 기용한 게임 내 풀 보이스 지원 등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운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블소. 이러한 블소의 게임 내 사운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개발본부의 송호근 사운드실장은 사운드를 통해 블소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동양적인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송호근 실장과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질: 블소의 사운드 방향은 이전에 작업했던 리니지, 리니지2와 어떻게 다른가?
답: 블소는 무협액션을 다루고 있기에 액션성을 강조하고 타격감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의 MMORPG들은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지니고 있지만 블소에는 동양적 감성을 담는 데에도 노력했다. 기존 MMORPG들은 캐릭터가 행동을 하는 데 청각적인 운동감이 전달되지 않았다. 전투에서도 타격감 위주로 사운드 위주로 표현을 했지만 블소는 PC와 NPC가 역동적인 움직임을 주고 받고 클로즈업 기법으로 동작을 강조하는 연출이 있기에, 모션 사운드를 통해 이러한 역동감을 극대화시켰다. 타격 사운드는 무기와 무기가 때리는 재질에 따라 마찰되는 소리까지 구현하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했다.

질: 동양적인 느낌이 강조된 블소에서 동양적 감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운드를 개발했는가?
답: 동양친화적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무협물을 많이 감상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동양적인 느낌을 살리게 되면 현재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결과물이 나왔다. 동양악기를 이용하고 동양의 감성을 단조풍의 멜로디로 그려냈다. 또한 한국적인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 대금이나 가야금의 음색을 게임에 담아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질: 음악 감독으로 이와시로 타로 감독을 선정했다. 이는 동양적 감성을 살리기 위함인가?
답: 이와시로 타로 감독을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는 그가 동양적 무사가 등장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고 음악 속에 비장하고 동양적 한의 감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그가 작업한 게임음악인 귀무자2의 음악도 상당히 좋아한다. 또한 적벽대전에서 동양적인 거대한 스케일을 음악으로 그려낸 것 또한 그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이다.

질: 이와시로 타로 감독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다면?
답: 동양적인 색을 넣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를 위해서 민속악기를 이용해 동양적인 감성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

질: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 중에 사운드실을 보유한 회사가 몇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사운드실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해외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답: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규모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운드실이 있다 하더라도 10명 남짓한 규모지만 우리의 규모는 40명 수준이나. 세계적으로도 우리처럼 하나의 회사에서 대형 온라인게임을 여럿 개발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EA같은 경우도 여럿으로 나뉘어 사운드를 개발하기에 한 곳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우리와는 형태가 다소 다르다. 한 곳에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노하우 공유나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조직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타 회사보다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팀은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사운드 디렉팅 파트와 사운드 음향 디자이너, 음악 작곡가, 보이스 캐스팅 및 연기지도를 하는 보이스 더빙 파트로 나뉘어진다.

질: 많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위해 다양한 성우가 참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성우와 그들의 작품은 무엇이 있는가?
답: 국내 성우 80여 명 정도가 참가했으며 다음 작업에 이르르면 100명 정도의 성우가 첨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원로 성우 중에는 머털도사에서 왕질악 도사, 은하철도999에서 차장을 연기했던 김기현 성우, 배추도사 무도사에서 무도사를 연기했던 황원 성우 등이 참여했다.

원로성우를 배치한 이유는 이전 외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기억 속의 목소리를 게임 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블소를 위해 이런 원로 성우들의 목소리를 오래 간직하기 위해 추억을 간직하는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배우가 참가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성우들도 놀라고 있다. 추후 100명이 넘는 성우가 게임 사운드 작업에 참가하게 되면 블소에 참가한 성우와 참가하지 않은 성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는 한다.

질: 성우를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또한 음성 녹음에서 성우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 성우를 선발할 때 인터넷에서 많은 참조를 한다. 성우들의 연기 샘플을 참조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작업한 캐릭터들의 외형도 많이 신경을 쓴다. 대사로 표현되는 연기 뿐만 아니라 의성어와 호흡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에도 많은 요구를 한다. 또한 게임 내 캐릭터가 워낙 많아 한 명의 성우가 10개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때문에 한 명의 성우에게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질: 게임에서 사운드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답: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 사운드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다. 게임에서 시각, 청각을 통해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게임 사운드는 시각적으로 전달하지 못 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시각적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느낌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것이 게임 사운드의 역할이다. 시각적으로 판정되지 않는 불분별한 감정을 게임을 통해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사운드가 없다면 게임 내에서 캐릭터의 희로애락을 확실히 느낄 수 없으며, 이러한 요소 덕분에 블소의 시네마틱 영상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생각한다.

질: 소리를 만드는 데 고생했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답: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다양한 동작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몬스터에게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음성 표현을 잘 해줘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몬스터 음성을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을 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몬스터 영상을 재생해놓고 다양한 괴성을 내고 이 소리를 가지고 짐승의 소리를 섞어서 게임 몬스터를 표현하게 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많은 몬스터 중에서 30% 비중으로 사운드실 효과음 디자이너들의 음성이 담겨 있다.

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 음악은 무엇인가?
답: 귀무자2의 음악을 좋아한다. 서정적인 느낌과 동양의 비장함이 잘 그려져 있다. 서양적 게임 음악과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질: 타격감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펙트 팀과 많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한다. 타격감을 구현하기 위해 이펙트 팀과 어떤 부분을 논의했는가? 또한 추상적인 감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다른 팀과 작업이 진행됐을 거 같은데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답: 사운드 쪽은 개발 파트에서 특별히 전문적인 분야로 인식되고 있어서 심도있는 대화는 크게 오고가지 않았다. 하지만 타격을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비주얼 이펙트, 사운드 개발자가 모여 게임 내 타격 순간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한 논의를 많이 한다.

질: 기획 단계에서는 없었지만 사운드실에서 게임에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추가한 사운드가 있는가?
답: 실제적인 사운드 기획은 기획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실에서 모두 준비하고 해당 부서에서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전투 음성의 경우는 어떤 타입의 기합을 어떤 분류로 개발할 것인지를 사운드실에서 개발하고 분류한다.

질: 외부 인력들과의 작업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답: 이와시로 타로 작곡가는 예의를 중시하는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이와시로 타로와 작업을 하면서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테마를 뽑아내기 위한 작업을 반복했다. 반복되는 요청을 하는 와중에 일본에 가서 음악에 대한 토의를 하고 작업에 대한 개선작업을 논의했다. 심지어 작업을 위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일본으로 건너가 논의를 하며 밤을 새고 12우러 25일 새벽 2시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외국 성우들과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들은 우리가 많은 것을 요구하면 본인들 스스로가 잘 안 되면 미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합 연기의 경우는 목에 부담을 주는 경우라 이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 성우들은 이를 맡게 되면 본인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 하면 미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질: 3차 비공개테스트에서 게이머들이 이 부분에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싶은 부분이 있나?
답: 새롭게 추가되는 많은 장면이 있는데 해당 시네마틱 영상에서 사운드에 집중해 들어줬으면 좋겠다. 또한 게임 내에서 음악적을 다양한 느낌을 전하기 위해 전면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번 테스트 단계에서는 구현되지 않겠지만, 에픽 퀘스트와 같은 부분에서는 이를 도입하려 한다.

질: 게임에 다양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이런 경우에 실제 인물을 영입해 녹음 작업을 진행할 계획은 있는가?
답: 연예인과의 작업이 어려운 것은 연예인과 기획사의 이권 관계가 얽혀 있어 작업 역시 쉽지 않다.

질: 풀 보이스를 지원할 경우 게임의 사양이 높아지고 클라이언트가 무거워 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최적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는가?
답: 게임 안에서 많은 소리가 출력이 되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음향과 같은 경우는 캐릭터의 상태에 따라 각 음향 그룹이 실시간으로 제어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질: 게임 사운드 방면으로 진로를 정한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답: 처음에는 리소스 제작자의 마인드로 회사에 입사했지만 아티스트 마인드와 개발자 마인드를 함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게임에서 요구되는 기능적 역할도 잘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더라도 효과음과 음악을 접할 때 이 사운드가 게임 내에서 어떤 역할을 보이고 있는 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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