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을 속여라???

푸에블로? 먼저 게임 제목 풀이로 리뷰를 시작하겠다. 푸에블로(Pueblo)란 스페인어로 사람, 번화가, 촌락을 의미하는데, 아리조나, 뉴멕시코 인근지역에 사는 호피족과 주니족의 다층식 연립주택을 뜻하기도 한다. 게임 제목이 게임의 흐름과 전혀 무관하지 않는바, 푸에블로는 주택이나 촌락과 관계있는 건축 게임이다.

먼저 게임의 구성물을 살펴보자. 묵직한 박스와는 달리, 보드의 크기는 280mm(가로)*280mm(세로)의 정사각형으로 그리 크지 않다.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보드에 맞먹는 크기를 자랑하는 점수판이다. 점수가 게임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게임이긴 하지만 상당히 신경 좀 썼다. 아무래도 부실해 뵈는 보드때문에 괜한 곳에 헛노력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구성물은 간단하다. 보드와 점수판, 그리고 5가지 색깔의 테트리스 블록을 연상케 하는 40여개의 블록이 핵심이다. 이 블록을 이용해, 썰렁해 뵈는 보드 위에 자신의 건축물을 만들어가고, 그것이 잘 만들어졌는지 검사받는 것이 바로 푸에블로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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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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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판과 점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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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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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은 색상만 다를 뿐 하나같이 똑같이
생겼다. 두개를 뭉치면 그림 아래의
정육면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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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게임 진행을 얘기하기에 앞서, 언제나 그렇듯이 게임을 만든 디자이너를 소개하겠다. 푸에블로의 디자이너는 바로 그 유명한 Wolfgang Kramer와 Michael Kiesling 이다. 독어식 발음에 서툰 관계로 앞으로 디자이너의 이름은 영문 표기를 원칙으로 하려 한다. 어쨋건, 바벨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도 둘이 함께 디자인한 게임인데, 이 둘의 네임밸류는 굉장하다. 몇 차례 언급했던 보드게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올해의 게임상'을 한번도 아니고 두차례나 티칼과 토레스란 게임을 통해 수상했다. 특히, Wolfgang Kramer는 첫 리뷰를 통해 소개했던 '탑시크릿스파이'의 디자이너이기도 한데, 세계 3대 보드게임 디자이너로 꼽힐만큼 빼어난 게임을 여럿 내놓은 사람이다.
어쨋건, 푸에블로는 그렇게 유명한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게임이었던 만큼, 출시될 때부터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당연스레 받았다. 그럼, 이제 푸에블로가 어떤 게임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겠다.

앞서 말했듯이, 푸에블로는 건축 게임이다. 테트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블록들을 보드 위에 쌓아올리고, 그것이 잘 만들어졌는지 검사받는 것이 주흐름이다. 블록은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3차원 테트리스에 나왔음 직한 모양이다. 40여개의 블록이 색상만 다를뿐, 모양은 하나같이 동일하다. 때문에 2개를 합쳐놓으면 예쁜 정육면체가 된다.

게임은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수에 따라 다르게 블록을 할당받고 시작한다. 2인 플레이시에는 빨강 블록과 파랑 블록을 사용하고, 3인 플레이시에는 여기에 녹색 블록이 추가되고, 4인 플레이시에는 보라색 블록이 추가된다. 굳이 인원수에 따라 사용하는 블록의 색상에 차이가 있는 것은, 게임에 포함된 각각의 블록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빨강과 파랑은 각각 8개씩, 녹색은 6개, 보라색은 5개 뿐이다. 따라서, 공식 룰대로 하려면, 2인 플레이때 녹색과 보라색을 아예 사용 못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종종 이렇게 블록의 수에 차이를 두어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경우를 어렵잖게 볼 수 있는데, 제품의 단가를 낮추려는 의미는 알겠으나, 적은 인원으로 자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단조로운 색상 때문에 게임에 흥미를 조금을 잃을 수도 있음이 아쉽다.

5번째 블록의 색상은 베이지 색이다. 베이지 색은 다른 색상보다 훨씬 많은 16개의 블록이 기본으로 들어있는데,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색상 블록 이외에 베이지색 블록을 추가로 받은 상태에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임에 앞서, 원하는 색상의 블록(물론, 인원수에 해당하는 색상 중 선택해야 한다)과 색상 블록보다 1개 적은 베이지색 블록을 받는다. 이것을 자기 앞에 쫙 나열해놓는데, 색상 블록 1개와 베이지색 블록 1개를 붙여 정육면체를 만들어 놓고, 나머지 한개의 색상블록은 제일 처음에 사용하기 때문에 맨 왼쪽에 배치한다.

푸에블로는 나이 어린 사람부터 진행한다. 처음에 진행하는 것이 이점이 있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나중에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턴에 취하는 행동은 간단하다. 먼저, 자신의 블록 중 1개를 보드 위에 올려놓고, 보드 주변을 맴도는 족장을 1칸에서 4칸까지 자유롭게 움직인다.

갑자기 뜬금없는 족장의 난입에 의아해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궁금증이다. 푸에블로에서 목적은 자신의 블록으로 건물을 건설해가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핵심은 자신의 색상 블록이 건축물의 겉에 잘 티가 안나도록 잘 감추면서 건설해가는 것이다. 베이지색 블록은 그야말로 깨끗하고 청결한 건축재료로써, 자신의 블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겉 표면을 덮는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족장은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보드를 보면, 각 블록이 제대로 놓일 수 있도록 격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 주변으로 황토빛의 또 하나의 길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족장이 순시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건물을 바라보아 눈에 띄는 색상 블록이 있다면 해당 블록을 건축한 사람을 호되게 질책하고 보이는 만큼 점수를 깎아 내린다. 말 그대로 족장이요, 감찰관인 셈이다.

족장은 하얀 말로 표시되는데, 그 위치에 서서 건물을 바라보아, 1층에 색상 블록이 보이면 1점, 2층에 색상 블록이 보이면 2점, 이런식으로 해당 층수에 정비례하는 점수만큼 페널티 점수를 얻게 된다. 이에 해당하는 만큼 보드판의 점수를 올리는 것인데, 페널티 점수인 만큼 게임 종료시 가장 적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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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플레이를 기준으로, 게임 시작전 세팅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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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초반은 가운데로 밀집하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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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의 이동거리를 계산해서 블록을
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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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게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블록을 놓는 것, 즉 건축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자신의 턴에 사용하는 블록은 제일 첫턴에는 색상 블록, 2번째 턴부터는 정육면체로 모인 색상블록과 베이지블록중 한 개를 선택하고, 3번째 턴에서는 나머지 한 개를 사용하는 식으로, 2턴 단위로 색상 블록과 베이지색 블록을 사용하게 된다.

각각의 블록은 3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뤄져 있어, 어느 면으로 보나 3개 정사각형이 모인 형태인데, 이러한 3개 정사각형이 보드나 다른 블록에 맞닿는 위치에만 해당 블록을 놓을 수 있다. 때문에 불안정한 형태의 건축물을 애시당초 만들 수도 없다.

이렇게 서로서로 하나의 블록을 놓다, 모든 플레이어를 통틀어 마지막 블록이 놓이는 순간 건축물 건설은 끝나고, 해당 위치부터 족장이 모든 지역을 검사하는 것으로 최종 점수를 확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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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 말이 모서리에 서면, 해당 4분면을
위에서 바라본다. 이때, 파랑 3점,
빨강 1점의 페널티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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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종반 모습이다. 이때쯤 되면 대략
3층을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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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끝내고, 점수 계산 모습이다.
족장은 한바퀴를 휭 돌면서 건물을 체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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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로 가장 점수가 낮은 청록색이 1등,
보라색이 2등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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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가 푸에블로의 기본 진행이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다른 게임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워낙 차이점이 다양해서, 한가지를 짚어내라고 말하는 질문 자체가 무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과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주사위를 굴리는 것도 아니고, 카드나 타일을 뽑는 것도 아닌,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동등한 조건에서 수싸움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 즉, 바둑이나 체스와 같이 운의 요소를 찾을 수 없는 오직 머리 싸움으로만 게임이 진행되는 abstract strategy 류의 게임인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게임은 숙련자와 비숙련자가 게임 진행에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바둑에 있어 괜히 급을 나누고, 핸디캡을 주는 것이 아님을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 하나, 이러한 게임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상당히 극명하게 갈린다. 생각 없이 플레이하는 사람이 끼어 든다면 더없이 재미없어 질 수도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푸에블로는 전형적인 abstract strategy 류의 게임이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생각하는 즐거움이 다르다. 이러한 종류의 게임의 경우, 보통 머리대 머리, 즉 2인 싸움 일색에다 평면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푸에블로는 2인은 물론 4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3차원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 느낌이 상당히 색다르다. 그러한 이유로 푸에블로를 다른 게임보다 일찍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게임의 잔재미를 위해 나머지 옵션룰을 잠깐 살펴보겠다. 푸에블로는 공식적으로 2가지 추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첫째가 철거 옵션이다. 맥시스의 심시티를 떠올리면, 건축을 다룬 푸에블로에서 철거, 즉 자신이 건축한 건축물을 파괴한다는 발상은 짜릿함 이상이다. 자신이 힘들게 건설한 것을 파괴할 때의 희열은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멋진 옵션룰인데, 일단 건축이 끝나고 마지막 족장의 순시가 끝나면,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건축 때와 같이 턴을 돌며, 건축의 기본 규칙이 어겨지지 않는 한도내에서 기존의 건축된 블록들 중 자신의 색상 블록이나 베이지색 블록 중 하나를 없앨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족장을 1 ~ 4칸까지 움직이며 페널티 점수를 계산한다. 이렇게 해서 모든 색상 블록이 제거되면 게임이 종료되며, 역시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건축에서 파괴까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참 흥미로운 게임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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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철거로 돌입하자. 힘들게 지은
건물을 부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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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도 끝났다. 역시 건설때의 점수를 차를
극복 못하고 순위는 변동 없다. 하지만,
꼴등 파랑의 선전이 눈에 띈 철거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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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옵션룰로 프로 버전이 있다. 프로 버전은 말 그대로 숙련자를 위한 난이도 있는 버전인데, 신전 타일과 턴 순서의 경매가 추가된다. 신전 타일은 보드 위에 올려놓아, 해당 지역에 건축을 막는 것이고, 턴 순서의 경매는 자신의 게임 턴을 경매를 통해 획득하는 것으로, 자신의 페널티 점수를 걸고 이뤄진다. 앞서 말했지만, 이 게임에서 먼저 플레이할 수록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매를 통해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다. 턴 경매는 게임 시작과, 색상블록 2개, 베이지색 블록 2개를 남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있는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점수를 배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거 옵션까지 들어가면, 이때 3번째의 턴 경매가 이뤄진다. 푸에블로에 있어 게임 진행 순서가 상당히 중요한데, 자신의 페널티 점수를 먼저 걸고 하는 경매 때문에 상당히 발란스가 맞춰진다. 또한, 신전 타일의 추가 때문에 게임에서 보다 높은 층수가 쌓이게 되어, 조금이라도 푸에블로에 익숙해졌다면 반드시 도전해봐야 할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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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기본 버전이 시시하다면, 프로 버전으로 도전해보자.
경매를 통해 게임 순서를 결정 짓고 게임판을 세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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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결정을 위한 경매 때문에 초반 페널티
점수를 갖고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있다. 점수판
위의 블록들은 2차 경매 이후에 사용될 블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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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신전 타일 때문에 중반만 되도
푸에블로의 형상이 예사롭지 않다.
철거까지 진행하면 아마 점수판이 모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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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다. 개인적으로, abstract strategy 류의 게임은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다. 게임에 재미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이런 게임의 경우 자신과 적당히 레벨이 맞고, 장고를 즐기는 타입의 파트너와 함께 해야 재미있는 것인데, 솔직히 그러한 파트너를 만나려고 헤매는 것보다는 차라리 다른 게임을 함께 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몇 가지 이유로 푸에블로는 그러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abstract strategy 게임이 아니다. 온가족이 함께 하며, 서로 좋은 수를 토론하고 멋진 건축물을 건설하며 희열을 느낄 수도 있고, 적당한 사람끼리 모여 앉아 서로의 꿍꿍이를 감춘 채 음흉하게 족장을 움직이며 상대의 점수를 부풀리며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베스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토레스를 만든 Wolfgang Kramer와 Michael Kiesling 의 게임 푸에블로다. 그들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의외로 저평가된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아무래도 그 장르의 무게감 때문이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테트리스를 좋아한다면, 블로커스만 하지 말고, 푸에블로도 한번 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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