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화된 보드게임을 즐겨봐!

2003년이 저물어가던 작년 말, 국내 보드게임계에는 크다면 상당히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제대로 된 한글 번역 보드게임이 출시된 것이다. 기억 속의 졸리시리즈나 영문 게임들의 매뉴얼 한글화, 그리고 몇몇 오리지날 한글 보드게임이 출시된 적이 있었으나, 보드게임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보드게임방이나 각종 보드게임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보드게임샵, 그리고 이러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동호회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 작년임을 상기해볼 때, 이러한 제대로 된 한글 보드 게임은 상당히 쇼킹한 사건이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탤리호!는 그러한 한글화 과정을 거친 최초의 게임이다. 어째, 최초의 게임치고는 그 지명도가 다른 게임에 비해 낮으나, 어차피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범국민적인 보드게임전파를 목적에 두고 있는 것이니 만큼,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이 게임을 선택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탤리호는 수많은 2인용 게임으로도 잘 알려진 코스모스의 2인용 게임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울창한 숲속에서 나무꾼과 사냥꾼이 곰과 여우를 상대로 벌이는 모험을 다룬 게임이다. 탤리호를 만든 Rudi Hoffmann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보드게임을 만든 디자이너로, 대표작으로 카페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적당한 테이블을 앉아 서로 담소를 나누던 카페 인터네셔널이 있다. 참고로, 카페인터네셔널은 보드게임에 있어 최고의 상이랄 수 있는 올해의 게임상을 89년 수상했던 게임이다.

코스모스의 다른 2인용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탤리호는 역시 탄탄해 보이는 사각 박스 안에 단촐한 게임 구성물을 보인다. PC게임 세틀러를 연상시키는 평온해 보이는 400mm(가로) * 400mm(세로) 사이즈의 게임 보드와 50여개의 타일이 전부다. 타일에는 곰과 여우, 그리고 나무꾼과 사냥꾼, 오리와 꿩, 나무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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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한글판 탤리호!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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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촐한 구성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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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준비과정은 간단하다. 바둑판처럼 줄이 그어져 있는 보드판 위에 타일들을 뒤집어서 쭉 나열하면 끝이다. 이제 함께 하는 게이머는 누가 사람 편을 할지, 그리고 누가 동물 편을 할지를 결정한다. 어차피 2차례에 걸쳐 서로의 역할을 달리하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해도 관계없다. 동물 편을 맡는 사람부터 게임을 진행한다.

자신의 차례에 게이머는 뒤집어진 타일을 오픈해서 무엇인지 확인하거나, 이미 오픈된 타일을 규칙에 맞게 이동하는 것 둘 중 한가지만 취하면 그만이다. 타일 오픈이야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타일 이동 규칙 역시 간단하다. 자신의 편에 해당하는 타일을 이동하거나, 그 외의 오리와 꿩 타일을 이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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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가운데 지역만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
타일을 뒤집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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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타일을 한 개씩 오픈하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된다. 화면 아래쪽 진영이 사람편이고,
화면 위쪽 진영이 동물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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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게임의 목적은 단도직입적으로 많은 타일을 얻는 것이다. 타일을 얻기 위해서는, 각자의 상성관계를 파악해서 먹고 먹히면 되는 것이다. 즉, 동물편의 곰은 전후좌우 1칸만 이동할 수 있는 대신, 사냥꾼과 나무꾼을 헤칠 수 있다. 반면에 여우는 제한 없이 이동이 가능하나, 꿩과 오리만 잡아먹을 수 있다.

사람편은 어떨까. 먼저, 나무꾼은 나무만 팬다. 게다가 곰과 같이 1칸만 이동이 가능하다. 불리해 보이겠지만, 꿩이나 오리를 합한 것과 동일한 갯수의 나무 타일이 존재한다. 사냥꾼은 여우와 같이 이동에 제한이 없으면서 곰과 여우, 그리고 꿩과 오리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게다가, 곰이 2마리, 여우가 6마리, 나무꾼이 2명인데 반해서 사냥꾼은 무려 8명이나 타일중에 존재한다. 지금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사냥꾼이 엄청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사냥꾼은 총부리로 4방향중 한 곳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 방향으로만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다. 즉, 오른쪽으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면, 어떻게든 오른쪽 방향으로 총알을 쏴서 사냥감을 낚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바로 옆에 보이는 꿩이 날갯짓을 하고 있어도 총부리가 그 쪽을 향하고 있지 않은 이상은 잡을 수가 없다.

이렇게 오픈된 방향이 아주 중요한 사냥꾼 타일 때문에, 탤리호에서는 일단 오픈된 타일은 절대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처음 오픈된 그 모습을 유지한 상태로 이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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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옆에 오리라~ 오리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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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가 초반에 오픈되어 좋기는 한데,
너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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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바로 옆에 여우? 하지만, 딴데를
겨냥하는 사냥꾼은 하나도 두려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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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에 의해 보드 위의 타일은 서로의
창고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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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총부리를 피해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우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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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석에 박혀 딴 곳을 바라보는 상태로
오픈된 사냥꾼은 참으로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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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보드위와 상대와 나의 창고에 오픈된 타일을 보면,
현재 뒤집힌 타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는 자신의 편에 해당하는 캐릭터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오픈을 하는 도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으니 관계없다. 이와는 별도로 두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꿩과 오리를 이동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중립 캐릭터라 부르는데, 이들을 이동하므로써 더욱 편리하게 사냥을 할 수 있고, 또한 상대의 이동 길목을 막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게임은 흘러간다. 뒤집어진 모든 타일이 오픈되어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는, 마무리를 위한 5턴을 각각 가지게 된다. 이 마무리 턴 동안에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드의 4개 면 가운데에 위치한 길목을 통해 탈출시킬 수 있다. 게임 도중에는 확보가 불가능한 자신의 타일을 마무리 턴의 탈출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마무리턴이 끝나면, 자신이 얻은 포획물을 점수로 환산한다. 개수가 적은 곰은 10점, 여우와 나무꾼, 사냥꾼은 각각 5점, 꿩은 3점, 오리와 나무는 각각 2점씩이다. 이를 통털은 다음, 서로 반대편 역할을 한번 더 수행해서 최종 승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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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위의 타일이 모두 오픈되면,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황토색
길로 표시된 지역을 통해 탈출이 가능하다.
위쪽 진영의 플레이어가 자신의 동물인
여우를 탈출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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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5턴이 지나면 게임은 끝난다. 각자
창고에 얻은 타일들의 점수를 계산하고,
역할을 바꿔 한번 더 플레이를 해서
승부를 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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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에 있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캐릭터를 연속 2턴에 걸쳐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것과 중립 캐릭터인 오리와 꿩을 연속해서 상대와 내가 이동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바둑에서 여집을 금지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반복적인 행위로 게임이 쓸데없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규칙이다.

이것이 탤리호 게임 진행의 전부다. 게임은 현재 오픈된 타일수로 나머지 타일수를 계산해가며, 서로의 먹이사슬을 염두에 둔 타일 오픈과 이동으로 진행되어 간다. 게임 규칙이 어렵지 않고, 타일에 그려진 동물이나 사람의 생김새가 아기자기하고 코믹하여, 처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도 어렵잖게 흥미를 붙일 수 있다.

하지만, 한정된 이동공간에 50여개의 타일이 오픈되는 순서와 위치가 게임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어 실력보다 운의 요소가 다소 강한 편이다. 이러한 게임일수록, 실제 게임의 읽고 전략을 세우는 플레이를 고민하기보다는, 몇 번의 플레이로 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기피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결코 운이 전부인 게임은 아니다. 심플한 게임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2명이서 게임을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는 게임이지만, 게임을 팔수록 나름의 포석까지 고민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게임이다.

탤리호! 본격적인 한글화 번역 보드게임의 물꼬를 튼 게임이다. 앞서 말했듯이 게임의 인지도나 그 전략적인 요소가 매니아들을 만족시킬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처음 보드 게임을 입문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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