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게임의 거부감을 어느 정도 날려버린 재미있는 카드 게임

윈도우 95 플러스팩을 설치하면 가능했던 테마 바꾸기에 신기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테마? 요즘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스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MP3 플레이어 윈앰프의 스킨 같은 것 말이다. 간단하게 모양과 색상만 바꿔도 얼마나 느낌이 다른가.

보드 게임에도 언어를 바꿔 새로운 지역에 출시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재판되는 경우에, 아예 게임의 테마를 바꿔 출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라이너 크니지아의 킹덤이 이같은 예인데, 독일 버전인 Auf Heller und Pfennig은 시장 바닥을 테마로 했던 게임이고, 영문 버전인 킹덤은 중세 판타지를 테마로 했다. 이 두 개 게임은 규칙은 동일하나, 다른 테마로 만들어진 만큼 콤포넌트가 달라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콤포넌트가 반 이상 먹고 가는 보드 게임에서, 이렇게 다른 테마는 상당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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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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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이니 박스 뒷면도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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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맘마미아도 이러한 같은 시스템에 다른 테마를 가진 제2의 작품이 있단 말인가? 아니다. 테마라는 화제를 부각시키려 멍석을 깔았던 것이다. 맘마미아는 보드 게임에서 이만큼 중요한 테마를 먹거리로 잡았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3요소가 의식주라는데서 알 수 있듯, 음식이란 테마는 본질적으로 끌리는 테마다. 가장 배고픈 사람부터 게임을 시작하라는 규칙부터, 맘마미아가 얼마나 음식이란 테마를 제대로 활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맘마미아에서 각 플레이어는 살라미 소세지, 올리브, 파인애플, 버섯, 피망을 이용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재료만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피자냐? 아니다. 정확한 양의 재료와 시간을 투자해야 맛있는 피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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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기준 세팅, 가운데 재료 카드를 쌓아놓고, 각 플레이어마다 주문서 카드를 쌓아놓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재료 카드와 피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적힌 주문서 카드를 받는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재료 카드를 최소한 1장 이상 오븐에 넣고, 오븐에 필요한 재료가 모두 들어있다 싶을 때 주문서 카드도 추가로 1장 낸다. 각 플레이어가 동일한 오븐을 사용하기 때문에, 앞선 사람이 넣은 재료를 기억한다면, 더 빠른 시간에 피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맘마미아의 대강의 규칙이다. 앞선 플레이어들이 오븐에 넣은 재료를 기억해, 정확한 타이밍에 주문서 카드를 넣어 피자를 완성 시키는 것이 핵심, 결국 맘마미아는 일종의 기억력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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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재료 카드와 주문서 카드를 보기 좋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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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들기 힘든 울트라짱슈퍼 주문서 카드. 재료
종류는 관계없이 15개의 재료만 모이면 완성할 수
있으나, 그만큼 쌓일 재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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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재료 카드는 한번에 여러장 낼 수 있다. 버섯 3장
내고, 버섯 3장이 필요한 주문서 카드를 또 냈다.
이쯤이면 버섯 피자는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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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겠다. 기억력을 겨루는 게임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기는 플레이어와 고개를 180도 돌리며 무조건 싫어하는 플레이어로 양분되는 경우가 많다. 반기는 플레이어야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문제 없을 테니 열외로 두고,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맘마미아는 다른 기억력 게임에 비해서는 훨씬 부담이 덜한 게임이 될 것이다'라고 귀띔하겠다. 기억력 게임이라면 무조건 기피하는 게이머의 기분을 아는지라, 이렇게라도 안하면 바로 맘마미아라는 게임이 그들의 머리에서 사장될까봐 선수치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맘마미아를 플레이하는 동안, 최대 8개까지 피자를 만들 수 있다. 각각의 피자는 동일한 재료가 아닌, 주문서 카드에 적힌 재료가 정확히 필요한데, 그것이 모두 다르다. 1개의 살라미 소세지와 4개의 버섯을 필요로 하는 버섯 피자부터 살라미 소세지, 올리브, 파인애플, 버섯, 피망을 모두 필요로 하는 콤비네이션 피자, 그리고 입가심으로 피자를 먹는 대식가를 위한 울트라짱슈퍼 피자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규칙은 대충 알았으니, 맘마미아의 승리를 위한 알짜 시스템을 얘기하겠다. 기억력 게임이기 때문에, 오븐에 투입된 재료를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철수가 파인애플 2개를 오븐에 넣었고, 영희가 올리브를 1개 넣었다면, 다음 차례인 나는 파인애플을 2개 넣고, 올리브 1개와 파인애플 4개를 필요로 하는 주문서를 넣어야 한다. 참고로, 같은 재료일 경우에 한해서 2장 이상의 재료 카드를 한번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 같은 얘기이고, 실제 게임에서 이렇게 눈에 빤히 보이는 상황은 보기 힘들다. 주문서 카드가 남발하고, 상대의 기억을 흐릿하게 하려는 플레이어끼리의 수다와 함께 지금부터 말할 후속타가 있기 때문이다.

재료 카드 더미가 없어지면, 1번의 라운드가 끝나는데, 이때부터 실제 오븐을 열어 재료와 주문서를 대조해가며, 피자가 잘 만들어졌는지를 체크한다. 체크 과정은 간단하다. 오븐 카드 더미를 뒤집어서 한 장씩 오픈한다. 뒤집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처음 카드를 놓는 것과 동일한 순서로 더미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 카드가 나오면 같은 종류끼리 정렬하다가, 주문서 카드가 나오면 그때까지의 재료 카드로 피자를 만들 수 있는지 체크한다.

이 상황에서, 주문서 카드의 재료가 모두 바닥에 있으면 피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재료가 하나라도 부족하면, 당연히 못 만든다. 바로 이때!! 사용 가능한 것이 플레이어가 손에 쥐고 있는 재료 카드다. 일례로, 주문서 카드는 피망 4개에 버섯 1개 짜리인데, 바닥에는 피망 4개만 있고 버섯이 없다고 하자. 이때, 주문서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손에 쥐고 있는 버섯을 한 개 던져 피자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맛깔스런 후속타 때문에, 맘마미아는 플레이 도중, 오븐에 던져지는 재료만으로 순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만약 바로 이러한 룰이 없었다면, 아마 맘마미아는 기억 뒤편으로 날려야 할 형편없는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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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을 확인하고 있다. 살라미 소세지 피자가 나왔는데, 소세지가 1개 부족하다.
녹색 플레이어가 손에 쥐고 있던 소세지를 내려놓아 피자를 완성시켰다.


둘째는, 절대 섞이지 않은 주문서 더미와 카드 회전에 있다. 맘마미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피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 플레이어가 받는 주문서 카드는 달랑 한 장이다. 운이 좋아 오븐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자신의 주문서와 맞아 떨어지면 모를까, 1장 만으로 빠른 시간 내에 피자를 만들기는 어렵다. 때문에, 보통의 경우, 2~3장의 주문서 카드로 타이밍을 노리는데, 해보면 알겠지만 이 또한 적절한 타이밍 맞추기가 힘겹다.

그래서, 새로운 카드를 얻기 위해, 확실히 안되는 타이밍에라도 주문서 카드를 던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정도야, 한번만 플레이해봐도 어렵잖게 알 수 있는 수준이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점, 맘마미아는 주문서 카드 더미가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즉, 피자를 완성하지 못하고 오븐 더미에 투입되었던 주문서 카드는, 라운드가 끝나면 해당 플레이어의 주문서 더미에 순서대로 되돌아온다. 때문에, 일정 시점부터는 주문서 더미에 카드가 어떤 순서로 놓여있는지를 기억할 수 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필요한 시점에 카드를 투자하는 것은 물론 버리는 것까지 알아야 최고의 주방장이 될 수 잇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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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짱슈퍼 주문서, 당연히 실패다. 해당 주문서는
보라색 플레이어의 주문서 더미로 조용히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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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가 끝나면, 피자를 만들고 남은 재료는 그대로 두고 게임을 진행한다. 때문에, 라운드를 끝내고 시작하는
맘마미아 플레이어는 그만큼 유리해진다. 게임은 총 3라운드 동안 진행해서 가장 많은 피자를 만든 사람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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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맛있는 테마와 적당히 변형된 규칙으로 메모리 게임의 거부감을 어느 정도 날려버린 재미있는 카드 게임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매끈한 재질의 카드와 단촐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일러스트, 그리고 카드 게임답게 저렴한 가격 역시 소장욕을 자극할 것이다.

페이퍼이야기를 통해 한글화되었는데, 매뉴얼의 예시 부분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까지 한글화하는 등,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규칙에서 상당히 중요한 몇 가지가 누락되었는데, 참가하는 플레이어 수에 따라 재료 카드를 몇 장씩 빼는 것과, 가장 배고픈 사람이 시작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이 빠졌다.

결론을 내겠다. 맘마미아 역시 많은 카드 게임이 그러하듯, 길지 않은 시간을 재미있게 놀기 딱 좋다. 특히, 많은 이들의 좋아하는 피자를 만드는 게임이기에, 정도 이상으로 몰두하며 입맛을 다시게 할 것이다. 배가 든든할 때보다는 조금 허기를 느낄 때 플레이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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