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열혈드라마. 아수라의 분노

이원태 lwtgo@hanmail.net

언젠가 게임쇼에서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고 거친 감각의 그래픽과 그보다 더욱 거칠고 박력 있는 연출 때문에 보자마자 반해버린 적이 있었다. 거대한 불상과 맞서 싸우는 모습과 주인공의 패기에 그야말로 황홀지경에 빠트렸던 아수라의 분노가 그 주인공!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개된 게임의 실체를 점점 보게 되면서 약간의 실망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도 그 첫인상이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체험판이 공개된 후 많은 혹평이 있었음에도 필자의 마음속에는 기대작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이렇게 리뷰를 맡았다. 아수라의 분노는 과연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줬을는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결과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아수라의분노
아수라의분노

피를 끓게 하는 연출들은 좋았다.

아수라의 분노가 처음에 트레일러로 공개되었을 때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던 것은 엄청난 스케일과 함께 처절함이 느껴지는 주인공 아수라의 모습이었다. 온 몸에 창살이 박히면서도 미친 듯이 질주하며 적진을 뚫고 기어이 상대편 보스의 면상에 주먹을 내다 꽂고야 마는 그런 모습이 엄청난 액션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은 제품판의 연출에서도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큼의 퀄리티를 선보였다. 제목이 아수라의 분노인 만큼 그의 분노가 철저하게 느껴지는 이벤트와 연출로 남자라면 이것이 열혈이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그래픽이 부드러움에서 벗어나 거친 선이 강조되고 있어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야성의 미가 느껴지는데, 여기에 연출까지 터지고 벗겨지고 깨지는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게임 속 아수라의 분노가 게이머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스타일의 그래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속 아수라의 분노를 화면으로 표출하기에는 적절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수라의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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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파트의 실망감은...

이벤트나 특정상황의 연출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게이머가 직접 조작을 담당하는 액션파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기본적으로 액션게임이 갖추고 있는 요소를 가지고는 있지만 너무나도 단순한 느낌이다. 각종 기술의 연계보다는 버튼연타에 국한된 콤보와 단순한 회피를 반복하게 된다. 어느 정도 상대에게 대미지를 입히거나 넘어뜨리는 상태에서 세모버튼으로 결정타를 먹이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박력이 느껴지지만 같은 동작이 여러 번 반복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버스트게이지가 많이 올라가는 것만 아니면 사용하기 꺼려질 정도다. 무엇보다 아수라의 분노 액션파트에서 실망감이 컸던 점은 지정된 장소에서 적을 다 쓰러뜨리거나 버스트게이지를 채워 터뜨리면 자동으로 이벤트연출 혹은 다음 장소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이는 곧 게이머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부분이 없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게임진행이 매우 단순해지는데 기본액션의 단조로움과 시너지효과로 그저 멍하니 화면을 보면서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데빌메이크라이나 닌자가이덴과 같이 맵을 이동하면서 적을 쓰러트리고 가끔은 퍼즐파트도 섞인 형태를 기대했던 탓인지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아수라의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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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이 이렇게 비중이 높을 줄이야...

아수라의 분노 첫 트레일러를 보고 이 게임을 기대 한 사람 중에 슈팅파트가 메인전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박력 넘치는 격투를 한참 살려도 모자를 판에 슈팅파트의 존재는 정말 충격이었다. 그것도 오히려 액션파트보다 더 긴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분량도 만만치 않게 구성되어 있다. 슈팅파트는 기본적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며 일반샷과 호밍샷을 사용하면서 플레이하는데 아수라의 분노의 컨셉에 과연 이 파트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기획자나 이를 승인한 사람은 누군지 참으로 궁금하다. 슈팅파트는 액션파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플레이어의 조작에 대해 반응이 적게 오기 때문에 더 밋밋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액션파트에서는 공격버튼을 누를 때 캐릭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에 상응하여 적절한 타격음이 더해져서 박력이 더해지지만 슈팅에서는 기탄을 날리고 이에 상대 전함이나 부대가 나가떨어지긴 하는데 근접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느낌은 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수라의 분노에서 슈팅파트의 비중은 오히려 액션파트보다 길게 느껴질 정도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아수라의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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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드라마? 게이머는 게임을 하고 싶을 텐데...

아수라의 분노의 패키지 뒤에 쓰여 있는 문구 중에 액션드라마라는 표현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 표현은 참으로 아수라의 분노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다. 그러나 아수라의 분노를 구입하는 사람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재미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과연 액션드라마인 아수라의 분노를 게이머가 구입했을 때 느끼게 될 만족감은 과연 어떨지? 개인적인 결론을 내리자면 많은 사람들이 칭찬보다는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수라의 분노는 연출파트에서도 상황액션을 도입하여 이벤트를 보는 순간순간에도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직접 게임을 즐기는 시간보다 너무나 화면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길다. 화려한 연출을 보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게임이기에, 그리고 게이머이기에 직접 게임의 캐릭터를 움직이며 플레이하는 시간이 더욱 재미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아수라의 분노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게임이다.

그러나 1회성의 액션드라마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수라의 분노는 괜찮은 간접체험을 선사한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연출과 거대한 스케일의 이벤트를 많이 볼 수 있으며 거기에다가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버튼을 눌러가며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액션드라마다. 게다가 가끔씩 직접 드라마 속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볼 수도 있다(2회차에서 연출을 스킵하면서 즐겨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직접 플레이를 하는 부분이 적었는지 새삼스레 깨닫는다). 그야말로 현재까지 나온 드라마 중에서 가장 완벽한 인터액티브 액션드라마다. 드라마답게 여러 화로 구성되어 있고 각 화마다 예고편 및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에피소드를 짧게나마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시원한 액션이 담긴 18부작 액션드라마를 접하고 싶다면 아수라의 분노를 적극 추천한다.

아수라의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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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드라마입니다.

아수라의 분노는 한글화가 되지 않았으며 영어와 일어 중에 원하는 언어로 음성과 자막을 변경할 수 있다. 아수라의 분노는 특별히 언어를 모르더라도 등장인물의 표정과 정황만으로도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니 특별히 즐기는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한글화가 되었다면 각화마다 나오는 텍스트와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스토리부분을 비롯해 자세한 정황을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떨칠 수가 없다.

아수라의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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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비해 실망스런 게임

아수라의 분노는 트레일러에서부터 기대감을 가지게 했고 점점 실체가 공개되면서도 본편에서는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믿음으로 기다려온 게임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액션 드라마로써는 어떨지 몰라도 게임으로 봤을 때는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어색한 게임이라는 생각이다. 앞에서 언급한 부분들을 제외하고서라도 본편의 스토리에 수록해야 했을 부분임에도 궁금증만 가지게 한 뒤 아무런 말없이 시간의 공백을 두고 다운로드 콘텐츠로 부가 스토리부분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한 번 클리어를 하고나면 난이도 변경과 트로피작업 외에는 딱히 즐길거리도 없으니 진득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부적합한 게임이다. 그나마 아수라의 광기에 휩싸여 분노를 폭발시키는 이벤트는 볼만하니 무언가 화끈한 액션드라마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해볼 가치는 있다. 가격대비만족도는 개인차가 있을 테니 구입하기 전에 일단 영상을 통해 게임정보를 확인하길 바란다.

아수라의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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