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2인용 게임을 찾고 있다면...

가이오트 ghiot@naver.com

1분이면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 규칙과 심오한 게임성을 동시에 자랑하며, 덤으로 게임 내용물마저 예쁜 2인용 게임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 소개할 게임 트윅스트가 바로 그런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1961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이라고 하겠습니다(뭐 그렇다고 해도 바둑 같은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어쨌든 3M, 슈미츠 등 여러 제작 유통사를 거쳐 현재는 2인용 게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코스모스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알렉스 랜돌프 할아버지는 이 게임 외에도 챠오챠오나 인코그니토 같은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드시더니만, 안타깝게도 올해 4월말에 81세의 나이로 영면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빕니다.

일단 게임 내용물은 보시는 바와 같이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빨간색과 흰색의 말이 있고, 말들이 뭔가 줄 같은 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좀 더 가까이서 게임 진행되는 모습을 볼까요?

음 보시는 바와 같이 2개의 말이 퓨즈 비슷한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눈썰미가 있는 분이시라면 모든 선 연결이 날 일자 모양(日)으로 되어 있는 것도 눈치 채셨으리라 믿습니다.

게임 규칙은 참으로 간단합니다.
서로 자기 차례에 한 수씩 말을 놓으며, 자신의 말들이 날 일자 모양으로 연결되면 즉시 연결을 표시합니다(이 때 기존의 연결을 가로지르는 연결은 할 수 없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가로 또는 세로 방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링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위 그림에서 검정색 플레이어는 가로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고, 흰색 플레이어는 세로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보드의 가장 자리 색을 보면 알겠죠?). 흰 색 플레이어가 승리했군요.

일단 기본적인 규칙은 간단하지만, 실제 게임은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트윅스트의 세계에서 무의미하게 두는 한 수는 바로 패배와 직결된다고 봐도 좋습니다. 매뉴얼을 보면, 상대가 바로 대처해도 되지 않는 수는 웬만하면 놓지 말라고 친절히 충고하고 있습니다.

한번에 2개의 링크를 만드는 수를 더블링크라고 하는데, 더블링크야 말로 트윅스트 전략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실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더블링크 상황을 2가지만 간단히 보여 드립니다. 트윅스트 하러 갈 땐 이거 2가지라도 꼭 기억하고 가세요.


검정색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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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간색이 끊으려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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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더블링크로 이어 버립니다.
빨간색만 새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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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또 다른 경우를 볼까요?


자 검은 색이 위 아래로 4칸
거리입니다. 기억하세요 4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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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빨간색이 끊으러 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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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더블링크 해버리면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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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셨습니까? 특히 바둑 좋아하시는 분들은 바둑의 행마법과 비슷해서 쉽게 이해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밖에도 응용할 수 있는 더블 링크의 형태가 매우 많습니다. 여러 가지로 연구해 보시면 즐거울 겁니다. 게다가 연구하기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게임 속에 묘수 풀이 책자가 같이 들어 있으니 연구하기도 편하고 혼자 놀기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게임들이 늘 그렇듯 먼저 두는 플레이어가 매우 유리합니다. 특히 먼저 두는 플레이어가 한 가운데에 첫 번째 수를 두면, 상대방은 매우 이기기 어려워 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작 플레이어를 결정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시작 플레이어가 한 수를 둡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걸 보고,
"내가 니 색깔 할래" 하면서 색을 바꾸거나
"너 그냥 그걸로 해" 라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작 플레이어가 한가운데의 좋은 자리에 첫 번째 수를 둘 수가 없게 됩니다. 한 가운데의 좋은 자리에 놓아 봤자 상대방에게 빼앗기게 되니까요. 그래서 중간 위치에서 애매하게 벗어난 곳에 보통 첫 번째 수를 두고 상대의 처분을 기다리게 되는데, 이 원리는 빵을 두 조각으로 나눈 뒤 상대방에게 "너 어떤 거 먹을래?"하고 선택권을 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 그림만 크게 출력해도 게임은 가능합니다

트윅스트는 저 말고도 많은 보드 게임 유저들이 첫손에 꼽는 2인용 게임의 명작입니다. 특히 애인이나 단짝 친구가 호적수라면 티 타임 파트너로 즐기기에도 아주 좋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좀 부담스런 감이 없잖아 있는데, 구입이 망설여 진다면 우선 인터넷을 잘 둘러 보세요. 온라인에서 플레이 가능한 사이트나, 플레이하기 위한 보드 이미지 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구한 보드 이미지와 펜만 있으면 학창 시절 연습장에 오목 두던 것 비슷하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바둑 기보 남기듯 돌에 번호를 매기면서 플레이를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복기하면서 연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렇게 너무 열심히 연구하다 하나 사고 싶어지면 그때는 저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필자도 결국 하나 사고 말았거든요.


필자의 애장품인 트윅스트 미니 버전, 아크릴 판 위에 색연필로 그리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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