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은 포기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팬들은 아직 원한다

게이머들의 취향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게임 장르 역시 합쳐지거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에서 출발한 리듬 게임이 이제는 동작 인식 기술과 결합해 체감 댄스 게임으로 발전한 것이나, 깊이 있는 스토리와, 화끈한 액션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액션과 롤플레잉을 결합하는 식처럼 말이다.

이렇듯 게임사들이 여러 장르를 혼합해 복잡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장르 자체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이 같은 진화의 기회를 받지 못한 장르가 있다. 한 때 게임 시장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누구도 만들려 하지 않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지금이야 거의 멸종된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포인트 앤 클릭 방식 어드벤처는 시장을 지배하는 장르라는 평가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시에라의 킹스 퀘스트 시리즈나 루카스아츠의 원숭이 섬의 비밀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팬들의 극찬을 얻어냈으며, 사이엔사의 미스트는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시디롬의 보급을 앞당긴 게임이라는 평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기는 재미를 맛본 게이머들은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으로 빠르게 이동했으며, 게임사 역시 만드는 노력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 어드벤처를 철저히 외면하기 시작했다.

재미에 대한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한번 클리어하고 나면 재미가 없어져 중고 판매율이 높으며, 멀티 플레이가 없는 관계로 추가 수익도 기대하기 힘든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보다 더 많은 수익이 기대할 수 있는 장르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롱기스트 저니나 사이베리아 같은 수작들이 간간히 등장하긴 했으나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해 안타까움을 더했으며, 최근 몇 년간은 그런 소식조차 들리지 않았다.

팀쉐이퍼
팀쉐이퍼

게임사들은 이런 경제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포인트 앤 클릭 방식 어드벤처를 포기했지만, 팬들은 게임사의 입장과 다르게 아직 이 장르의 멸종을 바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칭송받은 그림판당고를 개발했던 팀 쉐이퍼는 최근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를 부활시키겠다며, 일종의 벤처 지원 프로그램인 킥스타터를 통해 지원금을 모집했다.

킥스타터가 일반인들에게 투자를 이끌어내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그램이며,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가 시장성이 높지 않으므로, 당초 목표액은 40만 달러. 하지만 현재까지 모집된 금액은 무려 270만 달러다. 이는 목표액이었던 40만 달러를 6배 이상 초과달성한 것으로, 그의 대표작인 그림 판당고를 개발할 때 투입된 금액인 3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게임사들은 이 장르에 대한 미련을 버렸지만, 팬들은 신작에 목말라 있던 것이다.

기술의 발전도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부활을 돕고 있다. 현재까지 시장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콘솔 게임기에서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이 불편하기만 한 낡은 유물이었지만, 모든 플랫폼에 기본 장착되고 있는 터치스크린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과 최적의 조합을 자랑한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태블릿PC와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스마트폰에서는 작은 화면 탓에 원하는 포인트를 클릭하게 하는게 쉽지 않았지만, 노트북만큼이나 큰 화면을 자랑하는 태블릿PC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최근 발표된 아이패드3에서는 2048×1536 해상도까지 지원해 콘솔 게임 못지 않은 퀄리티의 그래픽도 선보일 수 있다.

물론 팀 쉐이퍼의 이번 프로젝트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의 부활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의 과거 실적은 충분히 영광스러웠지만, 그것이 현재의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으며, 그림판당고가 그랬던 것처럼 작품성이 판매량을 보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은 분명하다. 대형 게임사들에게는 여전히 관심 없는 작은 시장이겠지만 인디 게임 개발사에게는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만한 분야임이 틀림없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동안 과거의 추억만 되새기고 있었던 팬들에게 얼마만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인디 개발사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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