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가 망친 스트리트파이터와 철권의 드림매치

이원태 lwtgo@hanmail.net

SNK와 캡콤에 이어서 이번에는 캡콤과 반다이남코가 함께 하는 드림매치가 성사됐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던 스트리트 파이터 진영과 철권 진영의 콜라보레이션 격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게임의 조합이기에 어떤 형태로 개발될지 항상 귀추가 주목됐던 화제작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이하 스크철). 과연 격투게임팬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캡콤스타일에 적절하게 녹아든 철권캐릭터

스크철은 스트리트파이터와 철권의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는 게임이지만 제작은 캡콤에서 전적으로 맡았기 때문에 캡콤의 게임스타일에 맞춰 개발됐다. 그렇기 때문에 철권캐릭터를 어떻게 2D스타일의 방식에 적용시키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직접 플레이를 해 본 결과, 대전게임의 틀이 달라진 만큼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철권 측의 캐릭터는 철권의 개성도 유지하면서 스트리트파이터4식의 게임스타일에 적절하게 녹여냈다. 이미 스트리트파이터4를 통해서 익숙한 캡콤의 캐릭터는 간단하게 기술추가나 특성변화 정도로 그치지만 철권캐릭터는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느낌으로 진행했을 텐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자랑한다. 먼저 스트리트파이터4시리즈 특유의 3D그래픽으로 재현된 각종 철권 캐릭터들의 모습은 철권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철권과 스트리트파이터 모두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 입장에서 캐릭터모델링은 딱히 흠 잡을 곳이 없을 정도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외형도 외형이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철권캐릭터들의 기술재현이다. 서로 다른 게임의 특성상 철권의 수많은 기본기와 기술을 모두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재현된 기술은 철권의 조작방식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한 부분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철권 풍신류캐릭터의 대표기술인 섬광열권의 커맨드가 왼손-왼손-오른손인데 이를 약손-약손-중손으로 비슷하게 느낌을 재현했다. 이는 다소 복잡해 보이는 몇 몇 기술들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어 설마 이 기술이 있을까 싶어서 철권의 커맨드방식으로 눌러보면 해당기술이 나가는데 참으로 오묘한 기분이다(스트리트 파이터 형태의 게임에서 이 기술을 쓰게 될 줄이야..). 모든 기술을 똑같은 커맨드로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타사의 게임캐릭터를 존중하면서 자사의 게임에 녹여 내려한 개발진들의 노고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덕분에 철권과 스트리트파이터 양측의 팬 모두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초보자를 배려한 시스템들

스크철은 새로운 대전격투게임의 장을 연 신작게임이라서 그런지 튜토리얼 모드를 친절하게 구성하고 있다. 일단 두 진영의 캐릭터가 배틀을 벌이고 게다가 태그매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련한 시스템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데 튜토리얼과 몇 가지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초심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블레이 블루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초적인 대전격투게임 시스템에 대한 튜토리얼이 있으며 이에 좀 더 심화적으로 캐릭터의 콤보나 기술을 사용해보는 트라이얼모드 및 복잡한 콤보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퀵 콤보, 버튼을 약중강 순서대로 누르면 간단히 콤보가 이어지는 부스트콤보 시스템도 채용하여 어느 정도 장벽을 허물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스트리트파이터4시리즈와 같이 여전히 트라이얼 모드에서 나오는 각종 콤보에 대한 설명이나 샘플플레이가 없는 점은 아쉽다. 트라이얼모드에서 나오는 몇 몇 부분은 거리를 따지거나 특정한 상황을 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작정 커맨드만 적어 놓은 것은 좀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든다. 철권 시리즈 팬들도 겨냥하고 있는 만큼 튜토리얼을 준비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조금 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었다면 하는 바람이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역시나 파고들면 만만치 않은 게임

대전격투게임을 리뷰할 때면 항상 하는 말이지만 대전격투게임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스크철도 마찬가지다. 초보자를 위한 시스템도 있지만 심층적으로 파고들다보면 상당히 복잡하고 심오한 게임임을 알게 된다.(딱히 파고들지 않더라도 그냥 대충 버튼 누르면서 게임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 그렇게 즐기면 된다.)

일단 2vs2의 배틀이 기본이기 때문에 두 명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점도 그렇고 여기에 각종 태그를 위한 스킬도 다양하다. 기본적인 태그는 중손과 중발을 함께 누르면 되지만 서로 치고 받는 대전이기에 순순히 태그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공격을 하면서 태그를 하는 런치어택을 비롯해 스페셜게이지를 사용해 기술사용중에 태그를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런 태그시스템을 이용해서 다양한 콤보도 만들 수 있다. 태그 외에도 기본적인 필살기와 기본기는 물론이고 크로스아츠, 크로스 어설트, 판도라 같은 시스템이 준비돼 있다. 여기에 부스트 콤보 중에는 기본필살기를 캔슬할 수 없다던가, 공중히트는 기본적으로 4회로 제한되지만 EX나 태그를 사용하면 또 달라지는 등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시스템들도 상당 수 존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제연결 콤보인데 이는 특정 타이밍에 기본기나 필살기를 입력하지 않으면 콤보가 이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 어떤가? 격투게임을 많이 즐긴 사람이 아니라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스크철 역시 갈수록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대전격투게임 중의 하나란 이야기고 그런 만큼 파고들면서 좀 더 심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젬 시스템. 참신? 미묘?

스크철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시스템이 접목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딱 한 가지 젬 시스템에 대해서는 미묘한 느낌이다. 젬 시스템은 기존의 대전격투게임이 캐릭터자체의 성능만을 바탕으로 대전을 했던 반면 특수효과를 사용함으로써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요소이다. 다시 말해 공격력 상승, 방어력 상승, 잡기풀기 자동발동, 가드 자동발동 같은 특수효과가 있는 젬을 장착해 게임 상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확실히 잡기풀기가 약한 사람은 잡기풀기 관련 젬을 선택하고, 방어보단 공격에 치중하겠다는 사람은 공격에 투자 하는 등 전략적 요소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젬은 단순히 공격강화 형태가 아니라 필살기를 두 번 맞는다던가, 가드를 몇 번 한다 같은 세세한 조건도 붙어 있기 때문에 참신하다면 참신한 요소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전격투게임에서 볼 수 없던 형태라 그런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그냥 남이 하니까 대충 설정해두는 경향이 있어서 "꼭 필요했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각종 버그와 DLC캐릭터 문제는 미완의 게임이란 인상을 주기도

스크철은 대전격투게임으로써의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난 게임임에는 분명하지만 곳곳에 매듭을 잘 마무리 짓지 못한 요소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무한콤보가 발견이 되고 캐릭터가 멈추거나 뱅글뱅글 도는 버그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전게임에서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 대전에서는 사운드버그로 인하여 제대로 된 사운드조차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한콤보 같은 것이야 게이머가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온라인대전에서의 사운드버그는 치명적인 문제다. 캐릭터의 음성이나 타격음이 고르지 못하고 많은 부분이 소거된 느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매치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자신이 게임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각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요즘은 온라인 패치가 가능한 시기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되겠지만 많은 기대를 한 타이틀인 만큼 그에 대한 실망도 큰 법이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무엇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추가캐릭터 DLC(다운로드콘텐츠)문제는 한사람의 게이머로써 상당히 실망스럽다. 새롭게 만든 것을 추가하면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디스크 안에 들어 있는 캐릭터를 언락시켜주면서 돈을 추가로 받는 것은 게임을 구입한 사람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각종 버그도 막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행동이 발각됐으니 더욱 실망스럽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게임의 시스템이 잘 만들어 좋은 대전격투게임을 탄생시켰다고 한들 미완의 게임이란 인상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아무쪼록 개발사에서 빠른 대처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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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레이션 대전격투게임으로서 가치는 높다

마지막에 와서 쓴 소리를 하긴 했지만 DLC나 특정버그를 빼놓고 일반적인 대전 상태를 봤을 때 스크철은 대전격투게임으로서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솔직히 철권캐릭터를 이용해서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게임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스트리트파이터 세계에 철권캐릭터를 적절하게 믹스시켜서 새로운 스타일의 대전격투게임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어찌됐건 어설픈 마무리는 게임의 기대치를 꺾었고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에 개발진이 빠른 패치를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갈 스크철을 기대해본다.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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